지난 2008년 이후 SBS 인사들의 청와대행이 이번으로 5번째다. 개인적인 판단이 우선됐겠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SBS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발표한 조직개편에서 사회문화특보였던 김성우 전 SBS 기획본부장을 홍보수석으로 임명했다.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가 박근혜 정부 초대 홍보수석으로 임명된 이후로 2번째로 청와대의 '입'이 됐다. SBS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최금락 당시 SBS 방송지원본부장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고, 하금열 전 SBS 사장을 대통령실장으로 데려갔다.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도 SBS 간부 출신이다. 

취재에 따르면, 김성우 전 본부장은 원래 사회문화특보 제안을 받기 전 청와대 측으로부터 홍보수석 자리를 먼저 제안받았다고 한다. 김 전 본부장이 고사하자 청와대에서는 특보직을 다시 제안했고 수락했다고 한다. “자문만 하는 특보직까지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SBS 차원에서 봐도 정권과 너무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이 확답을 주기 전 청와대 발표가 나왔다는 말도 있다. 발표 당일 내부에서는 겸직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김 전 본부장은 SBS에 사표를 제출했다.        

   
 
 

SBS 한 기자는 “기자가 청와대나 정무적인 자리로 가는 건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과거 민경욱처럼 앵커나 보도국 주요부서에 있었던 인사가 청와대로 직행하는 사례가 가장 좋지 않은 행태인데 그나마 사표는 낸 상태에서 홍보수석으로 갔다”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임명 당일 오전에는 문화부장으로 편집회의에 참가했지만 오후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청와대행을 택한 SBS 인사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에서 최금락 전 본부장은 원래 보도본부장이었지만 2011년 ‘장자연 편지 보도’로 징계를 받은 후 방송지원본부장으로 밀려난 이후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이남기 전 대표 이사도 사장이 될만한 급이었는데 되지 못한 상태에서 역시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하금열 전 사장도 사장을 그만둔 이후 굉장히 언짢아했던 시기”에 대통령실장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SBS 한 PD는 “하금열, 최금락, 이남기, 김성우 네 사람 모두 회사에서 능력은 있었지만 부회장이 끝까지 잡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성우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계속 SBS에 남아 있었다면 사장직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SBS맨들의 청와대행에 대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적은 바로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감이 적다’는 점이다. SBS PD는 “KBS나 MBC 인사들은 어느 쪽으로든 한 쪽으로 경도돼 있는데 SBS는 대체로 무색무취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수적이지만 합리적인 보수다”라고 말했다. 

계속된 청와대행이 대주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KBS는 수신료라는 재원이 있고, MBC는 공영방송사라는 지위와 고정 시청자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SBS는 민영방송사이기 때문에 사업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재허가 건도 있다”면서 “대주주 입장에서는 정권과 친하게 지내면 아무래도 편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주주의 판단이 패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채수현 본부장은 “청와대행이 SBS 이미지를 좋게 만들 리가 없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쟁체제에서 신뢰도 높은 방송사가 경영에 유리한데 신뢰도라는 게 드라마를 잘 만든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한 번 실추된 이미지는 회복하기 굉장히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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