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직원이 포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안이 통과됐다. 법안이 제출되고 2년6개월만이다. 심의 기간이 드물게 긴 법안이다. 그 만큼 쟁점이 많았거나 아니면 통과를 바라지 않는 공직자나 언론 사학교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이 끈질겼던 것 같다. 

지금 한국 사회가 많이 부패해 있다. 부패 처벌 법규들이 많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상위 10%에게 법은 허수아비일 뿐이다. 유전무죄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우리 사회는 투명성이 꾸준히 후퇴하거나 정체하고 있다”(한국투명성기구 강성구 상임위원). ‘벤츠 여검사’ 사건이 보여줬듯이 공직자가 거액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 사회다. 한 마디로 김영란법은 이러한 형법의 도피구를 막기 위해 고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세계 각국의 부패 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투명기구에 의하면 2011년 이후 한국의 부패 순위는 43~45위이다. 100점 만점에 55점 수준이다. 부끄러운 성적표다. 

부패는 정직한 국민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主)원인의 하나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김영란법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실을 도외시한 법”이라느니 심지어 “위헌 요인이 있다”고 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도 있다. 주로 조중둥 류의 보수 언론들의 반응이다. 

기자를 부패의 규제 대상에 넣은 것에 대한 불만. 언론인은 민간인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과 같은 규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 권력이 이 법을 근거로 언론자유를 탄압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등 복합 요인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언론을 단순한 영리기업으로 간주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의 탓도 있는 것 같다. 

20세기 미국 언론을 대표하는 월터 리프만이 반세기 전 언론에 관해서 한 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리프만은 언론이 수행하는 중대한 공적 역할을 생각하면 초기 민주국가 정치인들이 이 엄청난 역할을 하는 신문을 어떻게 영리에 몰두하는 민간인들의 손에 몽땅 넘겨 주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그의 칼럼에 쓴 일이 있다. 이제 변경할 수 없는 제도가 돼버렸지만 민주국가 정치인들이 언론의 중대한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은 민주국가에서 수행하는 공적 역할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순한 영리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언론인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않을 뿐 그가 수행하는 공적 역할로 볼 때는 공직자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론인은 정부의 명령을 따르는 공직자가 아니며 권력을 감시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언론인을 공직자와 같이 대우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형법처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할 문제에서는 신분은 문제될 게 없는 일이다.

조중동은 언론인과 함께 민간인인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 아니라 민간인의 툭정 영역을 따로 떼어내 다른 민간 영역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입법은 한 국가가 법을 제정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질 때 제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김영란법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언론과 사립학교 교사의 활동에서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와 관련된 것들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고 입법 필요를 감지한 정부나 국회의 판단으로 제정된 것이다. 법안을 직접 읽어보지 못했지만 법 명칭으로 추리컨대 규제하려는 행동은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행위다. 민간인의 모든 행위가 아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원들의 청탁 금품 수수 실황이 어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입법자가 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 이것은 신분에 따라 민간인을 구분해서 적용할 성격은 아닌 것 같다. 특히 형법에서 그렇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 앞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제11조가 당연히 적용돼야 할 사항이다. 

   

▲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못한 것이다. 언론자유를 위축할 위험이 있으면 법에 그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해서 막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모든 국민에게 김영란법을 펑등하게 적용해야 한다. 신분에 따라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단체나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다 같이 김영란법의 제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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