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방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1월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뒤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적 논쟁과정을 뒤돌아보면 언론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절감할 수 있다. 공직자의 부패를 막는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한 것을 두고 ‘언론자유침해’ ‘위헌’ 등의 논란이 일어났음에도 국민여론은 꿈쩍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진 후 오히려 언론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높아졌다. 다수의 언론인들이 당황스럽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국민들은 한국의 언론인을 주요한 권력의 축이자 부패의 축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과거로부터 권언유착, 정경유착 등으로 부패하거나 부정한 소수의 힘 있는 언론과 언론인들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탓이다. 또한 취재원으로 접대받는 것을 쉽게 여기는 관행 또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패·부정한 언론인들과 접대관행을 언론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 자업자득의 결과가 이번 김영란법인 셈이다.

언론사의 사세에 기대어 정치권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과도한 접대를 받는 것에 길들여진 소수의 언론인들이나 그와는 정반대로 회사유지조차 어려워 기자에게 앵벌이를 강요하는 영세언론사의 종사자가 아닌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언론사의 다수 언론인들에게 김영란법을 지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법이 통과된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국민여론에 밀려 법을 통과시킨 국회를 원망할 일이 아니다.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이 이 법을 악용해 비판적인 언론과 언론인들을 옥죄는 일을 경계해야 하지만, 언론인 스스로가 책잡히지 않게 규율하고 처신하는 것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접대 관행을 점검하고, 언론사 내부의 자율정화시스템도 적극 가동해야 한다. 김영란법 앞에서 한국언론이 정말 걱정해야 할 일은 ‘권력기관의 악용’이 아니라 ‘국민의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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