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물가 마이너스 상승에 최경환 부총리의 낙관론이 무너졌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답해왔다. 하지만 지난 4일 최 부총리는 우려된다며 최저임금 7% 상승을 시사했다. 내수가 침체돼 장기불황으로 갈수도 있다는 진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통과 하루만에 수정·보완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통과 전부터 적용범위를 민간영역까지 확대한 부분 때문에 위헌소송을 준비하는 단체까지 나왔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던 신문들도 김영란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임금인상 필요성 발언과 김영란법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5일 조선일보는 창간 95주년(1920년 3월 5일 창간)을 맞아 특집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메시지, 1920년생인 백선엽 장군 인터뷰 등을 특집기사로 배치했다.                

다음은 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디플레 일축하던 최경환 “큰 걱정” 첫 인정>
국민일보 <위헌 소지 김영란법 변협, 헌법소원 낸다>
동아일보 <정부發 첫 ‘디플레 경보’>
서울신문 <세계유산 돈화문이 주저앉는다>
세계일보 <김영란법‘뭇매’ 수술대 오른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95년, 독자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중앙일보 <변협 “김영란법 헌법소원 낼 것”>
한겨레 <압도적 찬성 통과 하루만에…여야 ‘김영란법’ 수정 봇물>
한국일보 <김영란법 사방에서 ‘난타’>

최경환, 발등에 불 떨어졌나?

사람값보다 땅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전월세금은 계속 오르는 중이지만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쓸 돈’없는 가계…디플레 막을 정책 총력전 펼쳐야>에서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월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0.7% 늘었다”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보도했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그동안 경제활성화를 외치며 부동산 경기 부양만을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차례 있었던 부동산 대책은 한마디로 ‘빚내서 집사는 걸 정부에서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가계 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출조건을 완화해주는 정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은 많지 않다. 한겨레는 <경기 부진해도 정부 묘책 없어 전전긍긍>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에도 명분이 달린다’고 보도했다. 소득이 낮고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부채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적완화를 종료한 미국이 올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라 사실상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 5일자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내수부양을 위한 또 다른 축은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최 부총리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원론적으로 임금인상이 필요하지만 한겨레 사설 <최 부총리 ‘임금인상론’, 말보다 실천을>에서 보듯이 현실적으로 임금을 인상시키긴 어렵다. 같은날 삼성그룹은 임금동결과 더불어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과 신규채용 축소를 선언했다. 정부가 개별 기업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말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언론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사설 <최경환 부총리, 디플레 우려만 말고 특단의 대책 내놓으라>에서 결국 기존 정부정책을 반복했다. 국회를 움직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등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기존 입장인 ‘경제활성화’ 정책이며 세계일보도 이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한겨레는 최 부총리가 임금인상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 수정·보완 요구에 위헌소송까지

김영란법 통과 하루만인 4일 여야는 김영란법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표가 많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김영란법 유예기간을 이례적으로 1년 6개월로 길게 잡고, 국회의원들에게 불리한 부분을 막판에 수정한데 대해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5일자 한겨레 3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반대하지만 국민 여론 때문에 통과시켰고 궁극적으로는 법 시행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유예기간인 1년 6개월이 지나면 20대 총선도 끝나있기 때문에 현 의원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 

한겨레는 국회의원에게 불리한 부분이라 수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이해충돌방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 직무수행 과정에서 공직자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지난 1월 정무위에서 빠졌다. 

한겨레는 “국회가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뺀 본질적인 이유는 국회의원 본인, 또는 국회의원 가족이나 친척 등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회피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아지는 만큼 이를 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 중 하나였던 이 조항의 삭제에 대해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유감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 5일자 경향신문 1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공개적으로 ‘위헌 소송’ 입장을 밝혔다. 단체들은 언론인·사립학교 교사 등 민간 영역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된 것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김영란법이 위헌소지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인은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둬 빠져나갔고, 더 큰 문제는 처벌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성급한 흠집내기를 경계한다면서도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5세 조선일보, 자아분열에서 느껴지는 생존력

조선일보는 격변의 20세기를 지나오며 1등 신문으로 성장했다. 조선일보는 95주년 특집을 국가 자긍심 여론조사 기사로 시작했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4%는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고, 20대가 30~40대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한국의 국제사회의 위치는 43%가 상위권으로 인식했고,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외에도 <부모 세대엔 자긍심…77%가 “戰前 세대, 나라에 크게 기여”>, <한국인 장점, 근면성이 1위…20년 전보다는 8%p 줄어>, <가장 자랑스러운 것…스포츠 80%, 과학기술 75%> 등 세대론·애국심 등을 주제로 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 5일자 조선일보 8면.
 

8면에서는 유일한 생존 친일파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1942년 만주국 소위로 임관한 백선엽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는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 조선일보는 백선엽 장군과 동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밝힌 일제강점 당시 반민족 기사의 비율은 9.2%이다. 같은면 <조선일보 창간 직후 항일독립군 활동 자세히 보도>에서 “초창기 독립군의 항일전쟁 모습은 언론매체를 통해 찾아보기 어렵다”며 조선일보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서술했다고 보도했다. 

백선엽 장군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는 그를 ‘6·25전쟁의 살아있는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백 장군은 “제주4·3 사건 이후 여수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군대 내 좌익 분자들을 그냥 둘 수 없어 당시 10만 병력 중 약5%를 숙군했다”며 반공 투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친일과 독립운동, 반공과 김일성 찬양 사이에서 살아남은 조선일보의 95년이다. (관련 기사 : “김일성 장군 만세” 외쳤던 조선일보 1950년 6월28일 호외)

   
▲ 5일자 조선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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