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의 우려대로 정부가 위원회의 인력과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이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정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위원회 시행령 입법예고를 늦추면서 인력과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위원회는 당초 인력 120명과 예산 192억 8천만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인력을 30~40명 가량을 줄이고 예산 역시 상당폭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사실상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출발점에 선 위원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독립적 기구인 위원회의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반발이 커지고 갈등 양상으로 흐르면 위원회 활동 자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참사가 발생한지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세월호 인양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위원회 활동마저도 정부의 방해 속에 출발하지 못한 모양새가 되면서 의도적으로 세월호 참사 은폐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오는 4월 29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역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의도적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면서 정부 비판 여론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된 위원회 실무 지원단 공무원이 위원회 내부 문서인 세월호 특조위 임시지원단 업무 추진상황 자료를 만들어 청와대와 새누리당, 경찰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립적 기구인 위원회에 대해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 산하 기구라고 하더라도 청와대 관계 부처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강한 입김에 이번 시행령이 정해졌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위원회를 '세금 도둑'이라고 지칭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와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특보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취하하긴 했지만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무리를 일으킨 인물이다. 김 의원의 전력을 봤을 때 정무특보를 맡으면서도 위원회 활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위원회 인력, 예산 줄이기 방침은 위원회의 일부러 갈등 국면을 조성하는 효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정부에 예산 결정 권한이 있긴 하지만 독립성을 훼손하는 모양새로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면 위원회가 반발할 수밖에 없고 반발을 이유로 지연을 시키면서 자기 합리화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진도 팽목항 모습
 

세월호 인양 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서면답변 자료에 따르면 3월말까지 인양 관련 기술검토가 완료되고 검토 결과 공표는 4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참사 발생 1주기(4월 16일) 이후에도 인양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시간 떼우기식으로 인양 결정 논의가 늦춰질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인양 논의가 넘어간다면 해당 시점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기 때문에 선체를 보지 못한 채 진상규명 작업이 끝나게 된다. 

인양 결정을 미룰 경우 실종자 가족을 볼모로 잡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예상된다.

세월호 국민대책위 관계자는 "내부 문건 유출도 그렇고 정부의 시행령 방침도 모두 위원회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힘없는 국민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세월호 인양도 배를 들여다봐야 진상규명 의혹을 해소할 수 있고 인도적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직도 배 안에 있는데 결정을 미루는 것은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유족이 분노하고 이유 중 하나도 국가기관이 이런 식으로 국민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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