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익환수법’, 삼성을 겨냥해 이학수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추천한 토론자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고, 법무부 관계자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려를 전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2월 17일 ‘특정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학수법)을 발의했다. 횡령이나 배임으로 범죄자 본인과 제3자가 취득한 50억 이상의 재산을 환수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1999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에게 헐값으로 몰아줘 6조~7조원 대 시세차익을 얻은 사건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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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직권 또는 일반 국민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환수대상재산의 국고 귀속을 청구할 수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법무부 대표로 참석한 정진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여러 가지 우려들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법에 대한 가장 큰 반대논리는 ‘이중처벌’이다. 삼성SDS 사건 때 이학수 전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기에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이중처벌 금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이 법이 형법의 일종인 몰수가 아니라 민사적 절차에 의한 환수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26일 오전 국회에서 불법이익환수법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정진우 법무부 검찰국 국제형사과장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환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상 몰수와 유사하게 강제처분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몰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동일한 범죄를 거듭 처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지, 이중처벌에 해당할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소급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야 과거에 일어난 삼성SDS 사건의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우 과장은 이에 대해 “우리 헌법은 소급효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형벌의 성질을 지닌 환수를 소급적용하는 것이 이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또한 “이 법은 환수된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지만 횡령 및 배임 범죄는 피해자가 있는 재산범죄로 피해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 한다”며 “피해자 구제기금을 설치한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피해자에게) 귀속되어야할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이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헸다.

반대 토론자로 나온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전원책 변호사도 이학수법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두 토론자는 전경련의 추천으로, 공청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참석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나는 대기업집단이나 재계를 대변하기 위해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 오늘 반대의견 진술은 순수한 법리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소급입법을 우려했다. 전 변호사는 “누군가 권력을 잡았을 때 반대자를 처벌하기 위해 소급적용을 무시하는 법안을 만들어 탄압한다면, 그리고 대중이 박수친다면 어쩔 셈인가”라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는 법이 위험하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나아가 이 법안이 삼성 일가라는 특정인을 응징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입법”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이 편법상속 문제는 이미 끝난 사건이다. 물론 몰수가 아니라 환수라고는 하지만 눈 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며 “몰수를 못하니 환수라는 이름으로 가하는 형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재벌의 편법상속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낮춰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내가 1000억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근데 국가가 500억을 뜯어가 버린다면 편법상속을 고려하고 싶지 않겠나. 살아있을 때 재산 물려주고 싶지 않겠나”라며 “상속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불법이익을 환수하는 법을 만들어야 정의는 바로선다”고 주장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김상겸 동국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법은 미래에 적용되는 것으로 법을 소급적용하려면 국가 자체를 부정하거나 헌법 질서를 위반하는 경우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법을 소급적용하면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국가의 판단에 의해 제3자의 소유까지 박탈하는 게 현실적으로 정의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까. 범죄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제3자의 재산까지 박탈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목적에 비해 수단이 과잉돼 있다. 정의실현도 중요하지만 법적 신뢰가 붕괴하면 더 큰 손실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학수법이 필요하다는 찬성의견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 형사제도가 있는데 민사제도를 추가로 도입할까. 범죄의 목적이 이익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 범죄를 억지하고 때로는 처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범죄의 목적으로 취득한 수익,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 법은 가장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교정책”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 법이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비판에 대해 “론스타가 주가조작사건으로 수백억을 배상할 상황에 놓이자 자기네들이 잘못해놓고 외환은행이 400억을 갚게 했다. 업무상 배임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된 상태인데, 이학수법이 만들어지면 이 돈을 찾아올 수 있다”며 “특정인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많은 국가들이 입법화해 활용하거나 도입을 권고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법이 이중처벌이라는 논점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형법이 처벌하는 것은 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이 법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경제상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며 “목적이 다르기에 이중처벌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한 헌법재판소가 소급입법의 예외사항으로 ‘(법의) 신뢰보호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를 제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경제정의를 실현할 이학수법의 소급입법이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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