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연합뉴스 신임 사장의 이색 행보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첫 출근길에서 편집권 보장 제도인 편집총국장제 사수를 위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 피케팅 시위에 흥분하며 “근무시간에 뭐하고 있어. 근무시간엔 일을 해야지 뭐하고 있어”라고 윽박지른 것이나 뜬금없이 국기게양식을 개최하는 등 이상하리만치 극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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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황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장. (사진 = 김도연 기자)
 

기자는 배석규 전 YTN사장, 김재철 전 MBC사장 등을 직접 만난 적이 있고 전화 통화를 통해 취재를 한 경험도 있지만, 박 사장처럼 취임하자마자 돌발 행위를 하는 경영진은 또 처음이다. 첫 출근길에서 기자가 신분을 밝혔음에도 (취재를 저지하지 않는 대신) 보는 자리에서 연합뉴스지부 조합원을 향해 고성을 높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일 거라는 추론을 하게 만든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위악적인 액션을 취했던 건 아닐까.

국기게양식 같은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 내 국기하강식 장면을 보고 애국심을 강조한 후 행정자치부가 법 개정을 통해 국기게양을 적극 홍보하고 있어 정권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이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통해 정권에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입말은 언론계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던 풍문이었다.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신호가 임기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실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 사장에 대해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인 뒤 좌파 척결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연합뉴스를 MBC처럼 망가뜨려고 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푸념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옥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국가기간통신사는 정부로부터 350여 억 원의 구독료 형태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관영, 국영통신사라고 불리지 않는 까닭은-소유구조가 국영이 아닐 뿐더러-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즉 언론사로서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게 할 수 없다는 국민의 판단이 전제돼 있기 때문일 터. 이에 비춰보면 정부 코드에 맞춘 사장의 행보는 여러모로 기이하며 돌발적이고, 의도적이다.  

지하철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연합뉴스 광고에는 “기자들도 보는 빠른 뉴스”라는 구절이 있다. 국가기간통신사로서, 도매상으로서 연합이 어떤 역할에 전념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편향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 기반해야 한다. 연합뉴스가 공적 도구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지점이다. 

연합뉴스는 내달 정부와 구독료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겠지만 지원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후 연합의 행보가 현 정부 눈치보기로 귀결되는 대신, 애면글면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전환된다면 로이터, AP, AFP 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를 얻는 통신사가 될 것이다. 이참에 뉴스통신진흥회법 1조를 첨부한다. 

“이 법은 뉴스통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그 공적(公的) 책임을 높이는 한편, 뉴스통신사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고 그 공익성 및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뉴스통신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적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 뉴스통신과 관련된 국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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