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브리핑룸을 기자단이 운영하면서 지자체의 홍보 내용을 브리핑용, 보도자료용으로 홍보 방법까지 분류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시청 관계자와 기자단 등에 따르면 서울시청 출입 기자단은 서울시청 브리핑룸 이용 목적 및 이용 시간 등 요청을 직접 받아 이용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시청은 물론 자치구 관계자나 그 외 기타 단체 등이 서울시 행정 등과 관련해 브리핑룸을 사용하고자 할 때 기자단과 먼저 협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서울시내 구청은 지난 25일 시청 브리핑룸 이용을 위해 기자단과 시청 언론담당관실에 19일 문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시와 구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브리핑룸 사용 요청을 촉박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25일에 이미 브리핑룸 사용 신청이 돼 있었다는 점도 해당 구청의 브리핑룸 사용을 반려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자단이 브리핑룸 이용 여부를 결정하고 또 브리핑용과 보도자료 배포용 등으로 조언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서울시청 홈페이지의 본관 안내.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서울시청 본관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 구청 관계자는 “시청 기자단에서 해당 내용을 브리핑보다는 보도자료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며 “우리야 브리핑할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해 보도자료로 대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출입기자단 간사인 김선일 내일신문 기자는 “구청의 브리핑 내용은 시와 구청이 행정적으로 의견교환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봤고 기자단에서 브리핑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시한 것”이라며 “기자단 운영규칙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자단 운영규칙의 브리핑룸 사용 여부 내용에 대해 김선일 기자는 “보통 시청 브리핑룸은 시정·구정의 주요 현안이나 중요 내용이 있으면 일정 등을 기자단과 협의하는 것”이라며 “다만 그것이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입장을 가지고 발표하게 되면 그건 기본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하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는 “시정에 대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발언은 국회나 시의회에서 하면 된다”며 “모든 걸 시청 브리핑룸에서 소화하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 출입 기자단의 이런 운영규칙은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는 “브리핑룸 이용에 여러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규칙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제가 지금 만든 것은 아니다”며 기자단이 브리핑룸 사용 목적에 따라 이용을 자제할 권한을 갖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브리핑룸 사용 결정은 기자단에서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시에서 관리하는 것은 취재의 자유를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청은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해 공간을 제공할 뿐 운영은 출입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운영위원은 “기자단에서 ‘해당 구청장이 튀어보려고 시청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기자들이 판단해서 브리핑룸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시청은 시민의 공유재산인데 그걸 기자단이 막고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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