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시완과 이영돈 피디는 비슷한 시점에 광고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도의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신뢰를 모두 저버렸다는 점에 있었다. 임시완은 고통받는 비정규직 역할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비정규직 보호와 상반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에 출연했다. 이영돈 피디는 출연료가 주어지는 광고에 출연해 특정 제품을 홍보했고 이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객관적인 검증이나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모두 자기배반적 행보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법률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이 두 사안은 연예인이나 스타들이 어느 광고에 어떤 기준으로 출연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낳게 했다. 유명인들이나 스타들이 출연하는 내용은 사실상 소비자들의 팬심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해당 광고 모델들에 대한 책임은 거의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책임은 묻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없는 것이 정상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1-13년에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가운데 44.3%가 허위 과장고 였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의 내용과 실제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달랐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과나 정정조치는 없고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이런 미온책이 허위 과장 광고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 법했다. 

   

▲ 고용노동부 광고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이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대부업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케이블 TV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케이블 TV를 통해 하루에 방송되는 대부업 광고는 1400여개에 이르렀다. 2007년 자료에서는 한달에 450여회에 불과했다. 개인부채가 늘어날수록 이런 대부업 광고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원을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 상담과 피해 구제 건수는 천여건 이상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증가일로에 있다. 반면,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작년 기준으로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연예인들이 이런 대부업 광고에 나서는 것은 의외로 출연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비싼 대가를 받는 보험상품도 유명연예인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광고들이다. 

체중 감량 효과를 내세우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에도 이러한 과장 광고가 비일비재하며 역시 이 광고의 모델은 유명 연예인들인 경우가 많다. 대부업이나 건강식품의 경우 그 차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델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업이나 건강식품은 잘못 구입하면 생각지도 못한 위험에 처할수 밖애 없는데 이러한 점에 대해서 위험성을 경고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그연예인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팬심이 있는 죄(?)로 돈을 지불하고 그 피해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은 고약하다. 허위 과장 광고 자체보다 모델에 대한 선호성 때문에 다친 팬들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너도나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일이 자랑인 상황이다.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광고에 몇 개 출연하고, 자신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자랑하는 지가 중요할 뿐이다. 그 제품으로 자신들의 팬이나 시청자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관심이 없다. 이는 1997년 외환관리 체제 이후 급격히 심화 되었다. 그러한 상황은 허위 과장 광고뿐만 아니라 제2의 임시완 그리고 이영돈 사태가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이다. 

   

▲ JTBC '이영돈 PD가 간다'. ⓒjtbc 홈페이지

 

 

근래 중국에서는 이에 관련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해 눈길을 끈 바 있다. 2014년 8월, 중국은 광고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책임을 강화했다. 사용해 보지도 않은 제품의 광고출연은 규제하도록 했다. 제품을 실제로 써보고 효과가 입증되었을 때, 해당 광고에 출연을 하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만약 화장품을 사용하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식의 광고에 출연하려면, 실제로 자신이 효과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광고의 허위성을 알고 출연해 얻은 소득은 몰수하도록 하는가 하면 1-2배의 벌금을 물리는 조항도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한 이유는 무분별한 광고출연이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에 대한 책임을 연예인들에게 지운다면 집단적인 반발이 일어날지 모른다.어떻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따질수 있겠는가 의문을 표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사나 연예인, 스타들의 책임을 어떤 형태로든 강화해야 조치는 필요하다. 그것은 궁국적으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존립하는 것은 그들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제시하는 것은 자신을 존립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어야 한다. 정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해주는 것이 자신을 만들어주는 팬들에게 응당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했을 때 서로에게 선순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지명도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광고 수입을 막대하기 챙기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가수 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둔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근본적인 것인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이런 광고 출연에도 닿아 있음을 잊을 수 없다. 광고 출연은 자랑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을 우선 생각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관리 체제이후 무장해제된 절제와 검소 그리고 탈황금만능주의의 회복은 광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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