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역시 노후원전 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 곳에 여러 호기의 원전이 들어설 경우 해당 부지에서의 사고 확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4곳의 원전 부지가 모두 6기 이상의 원전을 가지고 있으며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될 경우 고리 지역은 원전 밀집도(용량기준) 세계 1위가 된다.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3차 심의가 열린 23일 오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운반하기 위해 지어졌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신고리 3호기 승인은 시민들의 안전과 한국 경제를 볼모한 무책임한 도박”이라며 운영허가를 반대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 활동가는 KT 빌딩 전면 출입구에 설치된 차양구조물에 줄을 묶고 공중에 매달려 ‘원자력(안전이 아니라)진흥위원회’ ‘세계최대 고리원전 위험한 한국’ 이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경찰에 체포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신고리 3호기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밀집도 때문이다. 현재 고리 지역에는 총 6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데 신고리 3호기까지 가동되면 고리 지역은 총 7기의 원전이 운영되게 된다. 이는 원자로 기준으로는 캐나다 브루스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용량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고리원전 30Km 반경 이내에는 34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가 23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3차 심의가 열린 23일 오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신고리 3호기 승인은 시민들의 안전과 한국 경제를 볼모한 무책임한 도박”이라며 운영허가를 반대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비단 고리뿐만이 아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세계 187개 원전부지 가운데 6기 이상의 원전이 밀집된 곳은 단 11곳뿐인데 이 중 4곳이 한국이다. 울진 6기, 영광 6기, 월성 6기 등이다. 그럼에도 아직 밀집도에 따른 평가 방법 등은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여전히 각 원자로의 위험성만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사고가 있은 지 4년이 흘렀는데도 평가 방법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것은 규제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봐야한다”며 “다수 호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도 없이 신규원전을 계속해서 승인할 계획을 가질 원안위가 과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규제기관인지 의문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는 오는 2017년까지 방법론을 개발하겠다고 한 바 있는데, 그린피스는 이에 대해서도 “단순 연구과제일 뿐 원전사업자와 규제기관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숀 패트릭 스텐실 그린피스 원전 전문가는 “캐나다보다 원전 밀집도가 높은 한국이 다수 호기에 대한 구체적 대비 없이 시민들 참여조차 제한하는 상황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외는 다수 호기 원전의 위험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는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가령 캐나다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 ‘다수 호기로 인한 대형사고는 가설에 불과하고 발생확률이 매우 낮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지난 해 5월 캐나다연방법원은 다수 호기 위험성 등을 이유로 달링턴 원전의 신규원전 부지 허가를 보류시켰다. 

이들은 “후쿠시마는 핵발전 사고의 엄청난 파괴력은 물론이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같은 곳에 여러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려주었다”며 “하지만 한국은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고 ‘계획된 것’ 보다 더 많은 핵발전소를 지으려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대책 없이 위험 속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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