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홍보사와의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군소 언론은 취재방해라고 주장하고 홍보사쪽은 원활한 홍보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이 맞선다. 

영화마케팅사협회(KFMA)는 ‘영화 행사 출입매체 가이드’를 정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중이다. KFMA가 영화 행사 참석 가능 매체 및 언론인으로 정한 기준은 두 가지다. 포털사이트 기사 제휴서비스를 맺은 매체의 소속 기자 및 리뷰·칼럼을 기고하는 평론가와 저널리스트와영화평론가협회 소속 평론가다. 그 외 매체는 별도의 신청을 통해 KFMA 승인을 받도록 했다. 

문제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지난 21일 개최된 영화 <어벤져스2> 시사회장에 1인 시위가 등장했다. “언론 검열·통제 영화마케팅사협회 군부독재 언론검열인가”, “갑질에서 배운 슈퍼 갑질 정체를 밝혀라”는 내용이었다. 

   
▲ 박철훈 뉴스캐탈리스트 기자가 지난 21일 <어벤져스2> 시사회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인 시위를 한 박철훈 뉴스캐탈리스트 기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8개 영화홍보사가 모두 KFMA에 소속돼 영화 시사회 출입을 막고 있다”며 “다음 주 한 영화 시사회에서 또 다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훈 기자에 따르면 그와 KFMA의 마찰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철훈 기자는 지난 6일 한 영화시사회에서 “보안요원에게 과도한 취재 방해를 받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는 21일 <어벤져스2> 시사회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영화홍보사 호호호비치 측에서 정보를 제공 받고 연락처까지 남겼으나 신청이 안됐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정용인 기자는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내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KFMA측 기준 대로 포털에 전송된 기사와 기자증을 보여줬는데 신분증까지 요구했다”며 호호호비치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어벤져스2>는 시사회에서 매체별로 일반 상영관과 3D 상영관을 차별적으로 배치해 기자들 사이에서 차별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영화 담당 기자는 “현장에는 기자 사칭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신생 매체라고 무조건 막다보면 영화에 비판적인 시각을 막아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 기자는 또 “KFMA가 언론사 기준을 포털 사이트 제휴사로 한 것도 옳은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영화마케팅사협회의 ‘영화 행사 출입매체 가이드’
 

 

KFMA 쪽은 ‘안전한’ 업무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KFMA 한 관계자는 “매체를 사칭한 사람들이 많고 입장을 거부하면 난동을 피워 행사 진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털 제휴사를 언론 기준에 포함한 것에 대해 “홍보 담당자들도 물량공세를 가장 힘들어 하면서도 최소한 공정하게 활동하는 매체를 포함하기 위해서 포털 제휴라는 기준을 넣은 것”이라며 “매체를 차별적으로 선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취재원 협회 등이 포털 제휴 언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포털에 제공되는 어뷰징 기사를 인정하고 이용하겠다는 뜻을 내포한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교수는 이어 “매체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취재원 협회와 마찰이 불거지는 것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온 양쪽 모두의 책임”이라면서도 “연예 관련 기사에 이렇게 취재 공력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취재원의 취재 통제를 문제 삼기 전에 언론사 입장에서 제대로 된 분석과 비평을 내놓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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