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 논란이 됐던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이 결국 중징계인 ‘경고’ 제재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박효종 위원장)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2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미합의’ 안건으로 올라온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와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제1항을 위반했다는 다수의견에 따라 ‘경고(벌점 2점)’로 의결했다. 

소위에서 지적됐던 제25조(윤리성)와 제35조(성표현) 규정 위반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예상됐던 중징계 수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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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의위원들은 이 드라마의 동성애 묘사에 대해 “현시대의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성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했던 기획의도를 감안하더라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면서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방송한 것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 지난 2월 25일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방송화면 갈무리
 

9명의 심의위원 중 유일하게 행정지도 수준인 ‘권고’ 의견을 낸 장낙인 위원은 “심의위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드라마 소재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지난 2011년에 이미 결론이 난 내용”이라며 “표현상의 문제도 15세 이상 시청 등급이고 청소년보호시간대에 방송된 것도 아니어서 다른 드라마와 형평성을 고려할 때 법정제재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심의위의 이번 중징계 결정에 대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등 성소수자 단체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심의위에서는 청소년의 이성 간 키스 장면이 나온 방송제작물에 대해서 법정제재를 한 적은 없어 사실상 ‘동성애’에 관한 징벌적 결정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무지개행동은 “이번 결정은 아동·청소년 인권 및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미디어의 노력에 대한 퇴행적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며 “방통심의위의 ‘경고’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 결정을 무효화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국내·국제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심의위는 이날 회의에서 6·25 한국전쟁을 다루는 과정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던 KBS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서도 ‘경고’ 제재 결정을 내렸다.
(관련기사 : ‘좌파 사관’ 논란 KBS ‘뿌리깊은 미래’ 중징계 받을 듯)

심의위는 “해당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국전쟁 발발과 서울 수복 후 부역자 처벌, 미군의 흥남 철수 등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 맥락상 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특정 장면의 부각, 사실과 다른 내용의 내레이션 등으로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방송심의 규정 제9조(공정성) 제1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 방송심의소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나온 김형석 KBS 기획제작국 팀장은 “원래 이 다큐의 처음 기획 의도는 대한민국의 초상이라는 콘셉트로 일반인이 광복 이후 폐허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것이어서 국내 정치 상황은 많이 생략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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