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국내 유일의 매체비평지로 탄생한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간20주년 기념식을 갖고 언론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언론’으로서 앞으로도 사실 너머의 진실을 추적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념 ‘한국 언론의 미래를 묻는다’ 심포지엄에 이어 진행된 이번 기념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중배 전 MBC사장,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배재정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초심을 잃지 않는 미디어오늘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신학림 대표이사는 “시민들이 미디어오늘을 스무 살까지 길러주셨다. 성년이 되었으니 이제 너는 혼자서 걸어라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어떤 비판이나 질책도 저희들의 몫이고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이사는 “다만 미디어오늘 식구들은 단 한번도 1995년 5월 창간의 기본 정신을 잃어버린 적은 없다고 감히 말씀 드린다. 앞으로 미디어오늘이 창간 정신을 잃어버릴 조짐이 보이면 몽둥이로 내리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능력이 부족한 것은 보완할 수 있지만 초심을 잃으면 미디어오늘은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초대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창간10주년(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보낸 축사에서 “진실된 보도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흔들리지 않는 언론상을 만드는데 힘써달라”고 밝혔다. 신학림 대표이사는 “10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부탁대로 바른 언론상을 세우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축사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디어오늘이) 지난 20년간 정말 어려운 많은 고난과 수난을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초심을 변치 않고 가져오면서 너무나 중요한 일을 했다”며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 저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야당이 국민들에게 실망 드린 점 송구스럽다. 김수환 추기경이 말했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언론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미디어오늘이 중심을 잡아서 우리 언론들이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식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미디어오늘 발행인으로서 20주년을 축하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 기관지 성격이었지만 지금 언론노조는 발행인이라는 법적 지위만 가지고 있다. 지금은 발행인이라 해도 미디어오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경영과 소유의 철저한 분리를 통해서 작은 신문이지만 유의미한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1999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미디오늘은 언론의 언론, 메타 프레스로 참된 언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며 격려를 당부했다.

   
▲ 2015년 5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기념 리셉션이 진행됐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최창호 ‘Way’ PD
 

시대의 스승,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미디어오늘의 성년을 축하했다. 백 소장은 83세의 고령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행사장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백기완 소장은 “발끝에도 두 눈이 있다. 억압하고 착취하는 놈들을 제대로 보라는 눈이다. 부패한 놈들, 남을 괴롭히고 자기만 잘 살겠다는 독점자본들을 제대로 보라는 눈이다. 눈이 칼이 돼서 짓이겨야 한다”며 “억압과 착취를 일삼는 권력을 없애버려라”고 외쳤다.

백 소장은 이어 “작년에 세월호 어린 애들을 죽일 때 나는 박근혜 학살이라고 했다. 책임자는 박근혜니까 몰아내야 한다. 미디어오늘에서도 박근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안 써주더라”라며 “유신잔당은 안된다고 몰아내야 한다. 이게 언론자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한겨레 사장, MBC사장을 거친 81세의 원로 언론인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미디어오늘 창간호를 위해 대담을 한 게 엊그제 같다. 20년 동안 이룬 일도 많다. 미디어오늘, 그러면 매체 하나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민주언론을 지향하고 채찍질하는 그런 비평과 촉진의 보통명사, 그 기지의 보통명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많이 수고들 했다”고 격려했다.

김중배 대표는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또 하나의 보통명사가 된 ‘기레기’로 통칭되는 언론현실도 우려했다. 김중배 대표는 “쓰레기는 처리가 가능하고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기레기는 다르다. 언론이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기레기가 장악한 언론은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바탕이 되어 민주주의를 좀먹는 민주주의 내부의 적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언론이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게끔 언론운동진영이 힘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로 끝맺었다.

이날 행사에선 향후 미디어오늘의 방향성과 비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우선 △언론노조기관지 △종북 △친노 매체라는 편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정환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 역시 취재대상이다. 미디어오늘이 종북·친노 매체란 말을 듣는 이유는 권력과 자본이 그들이 이너써클에서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들춰내고 비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한국 사회에서 좌빨이라 비난 받는 건 오히려 명예로운 일이다. 우리는 종북이나 좌빨이란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은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겠다. 정파성을 넘어서는 게 한국 언론의 중요한 과제다. 미디어오늘은 친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환 국장은 이어 “20년 동안 미디어오늘은 권력과 자본의 결탁을 감시하는 언론의 언론으로서 정의로운 언론인들의 동지였다. 미디어오늘은 주류를 지향하되 마이너로 남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고 검찰은 메신저 대화 내역까지 뒤지고 있다. 정권을 비판했던 언론인들은 취재현장에서 쫓겨났다. 한국 언론지형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언론의 비판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오늘은 앞으로 언론 현장과 뉴스의 작동방식을 추적하고 주류언론의 왜곡보도와 사각지대를 공략하는 언론이 되겠다. 국내 유일의 온오프 매체비평지로 팩트 너머의 진실을 추적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국장은 “언론의 부정부패를 보도하는 언론은 미디어오늘 뿐”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이정환 국장은 이날 보고에서 △맥락저널리즘 △미디어리크스 △디지털 스토리텔링 △미디어오늘 부설 신문읽기교육연구소 등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행사는 3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디어오늘 창간의 주역이었던 이광호 전 편집국장을 비롯해 남영진·현이섭·이완기 전 사장과 백병규·이영태 전 편집국장, 강동균·황방열·조창완·이영환·이수강·민동기·안경숙·이선민·김종화 등 과거 미디어오늘 기자들도 참석해 20주년을 축하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창호 ‘Way’ PD

   
▲ 20주년 행사를 바라보는 손석춘 건국대 교수의 모습.
 

 

   
▲ 20주년 축하떡.
 

 

   
▲ 주요 참석자들이 20주년을 축하하며 건배하고 있다.
 

 

   
▲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이 행사장에서 웃고 있다.
 

 

   
▲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왼쪽)와 신학림 대표이사(오른쪽)가 웃고 있다.
 

 

   
▲ 20주년 기념 '한국언론의 미래를 묻는다' 심포지엄 모습.
 

 

   
▲ '3호선 버터플라이'가 축하공연에 나섰다.
 

 

   
▲ 2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한 참석자가 방명록을 남기는 모습.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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