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이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사·정보기관에 제공한 감청 건수가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는 지난 21일 미래창조과학부의 발표에 대해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지난 25일 ‘정보·수사기관 통신수사 권한 오·남용 심각한 수준’ 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미래부가 작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이 재작년보다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수사기관이 자체적인 감청장비를 이용하는 직접감청은 제외된 숫자”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미래부가 발표한 ‘2014년 하반기 통신제한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등 제공 현황’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감청 규모는 문서건수(592->570건)로나 전화번호·아이디수(6,032->5,846개)로나 재작년보다 각 약 3% 줄었다. 

장여경 긴급행동 집행위원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미래부 자료에는 통신사를 통한 간접감청 건수만 집계됐다. 수사기관의 자체 감청장비를 통한 감청 건수까지 집계를 해야 진짜 감청 건수가 줄었다고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감청 건수 공개를 주장했다.   

긴급행동은 또한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 건수가 감소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감청이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통화나 전자우편 등의 내용을 가져오는 것이고, 통신사실확인이란 전화번호나 통화 일시 등 통화사실과 인터넷로그기록 같은 내역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래부는 상대방 전화번호나 통화 일시 및 시간,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등을 제공받는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건수(265,859->259,184건)로나 전화번호·아이디수(16,114,668->10,288,492개)로나 재작년보다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긴급행동은 “여전히 한 개의 문서로 수 십 개의 전화번호를 쓸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2013년 61개, 2014년 40개), 저인망식으로 쓸어가는 ‘기지국 수사’ 의 폐해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인망식 기지국 수사’란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지역의 기지국에 신호가 잡히는 모든 휴대전화 정보를 몽땅 털어오는 수사방식을 말한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용자들의 정보까지 노출될 가능성 때문에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사 중이다. 

장 위원장은 “정보수사기관이 기지국 수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위법한 수사방식이 사용되지는 않는지까지 밝혀야 의미 있는 수치 발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래부가 공개한 '2014년 하반기 통신제한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등 제공 현황' 자료 중 일부.
 

긴급행동 측이 또한 주목한 부분은 통신·인터넷 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에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통신자료를 제공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통신사업자들이 검찰, 경찰, 국정원 등에 제공한 통신자료 제공 건수(전화번호 수 기준)는 694만2521건으로 재작년474만7043건보다 219만5478건 증가했다. 46%가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요청 기관별로는 경찰이 448만2812건으로 가장 많고, 검찰은 230만9655건, 국정원은 5만5392건을 받아갔다. 

통신자료란 전화번호나 통화 일시, 인터넷로그기록 등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ID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것으로,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영장 없이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된다. 작년 한 네티즌이 관련 소송에서 네이버로부터 승소한 이후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 일부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자료 제공을 중단했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여전히 영장 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통신자료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대해 “법원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통신자료 제공 건수만 노골적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수사기관이 여전히 개인정보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감청과 기지국 수사 관리 등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전체적인 정보 제공 증감 추세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긴급행동은 통신비밀보호와 정보인권을 보장을 위해 '사이버사찰금지법' 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영화 '빅브라더'의 한 장면.
 

앞서 지난달 20일 한국진보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33개 시민단체는 ‘사이버사찰금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입법을 청원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범죄수사를 위해 제공된 사이버 정보의 사찰용 이용 금지 △사이버수사 집행종료 후 모든 정보주체에게 30일 이내 통지 △매 분기별 통신제한조치(감청) 보고서 국회 제출 및 공표 의무화 등을 담고 있으며 현재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법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