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마련한 대화마당이 토론 구성 등에서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다. 대화마당 첫 날 토론자들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편향성’으로 몰아가는 동시에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KBS 이사회는 26일 ‘KBS의 현실진단-시청자의 입장에서’를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본사 국제회의장에서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는 이사회가 28일까지 3일 연속으로 개최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KBS의 현실’이라는 대주제의 첫 번째 대화마당이다. 

이번 대화마당은 기획 단계부터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인호 이사장이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대화마당은 여야 추천 이사 모두 거부했을 정도라는 주장이다.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이인호 이사장이 이번 대화마당을 추진하는 데 여야 추천 이사 모두 반대했다”며 “KBS의 쟁점인 지배구조나 사장 추천, 제작 자율성 등에 대한 주제는 축소되거나 패널이 편파적으로 구성되면서 이사들이 반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첫 대화마당의 발제자인 이영조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반란'으로, 제주4·3항쟁을 '폭동'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또 토론자로 다선 추혜선 정책위원장을 제외한 인사들이 KBS 여당 추천 이사나 내부자 출신 등으로 KBS 경영진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맺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재 보도 및 제작 일선을 담당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등 다수가 불참했다. 

실제로 발표와 토론에 나선 인사들은 공영방송인 KBS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방송전 내부 심의’ 필요성을 제기 했다. 하지만 내부 심의 강화는 비판적 보도 및 기획물 제작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공정보도의 방해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첫 발제를 맡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이영조 경희대 교수는 ‘시청자가 본 KBS’ 주제 발표에서 “방송·언론 문외한이지만 시청자로서 발표를 수락했다”며 KBS가 정부와 대통령을 흠집내고 북한, 중국 편향적인 방송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KBS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의 친일발언 보도, 자원외교가 아닌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 등을 다룬 ‘성완종 리스트’ 보도 등을 정부·대통령 흠집 내기 사례로 꼽았다. 

이 교수는 “문 전 총리 후보가 KBS 사장으로 간다는 풍문이 있었는데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친일 발언이) 방송된 것으로 미뤄볼 때 사장 임명에 대비해 미리 준비했던 것을 반영했다는 세간의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소문을 근거로 주장하기도 했다. 

   
▲ KBS 이사회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KBS의 현실’ 대화마당를 열고 ‘KBS의 현실진단-시청자의 입장에서’ 주제의 첫번째 대화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한반도기 응원’ 관련 보도를 대북편향성이 보이는 기사로 꼽았고 2014년 <시사기획 창> ‘격랑의 동북아, 현장을 가다’, 신년대기획 ‘슈퍼 차이나’ 7부작 등을 중국 편향적 보도물의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세한 기준을 마련해 사전 평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기획 및 보도물에 대한 사전 심의를 강조한 것이다. 

이어 주제 발표를 한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지난해 KBS가 자체적으로 수행한 ‘K-미션 수립을 위한 직원 및 시청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직원과 시청자가 공통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전달’, ‘권력에 대한 견제·감시’에 대해 만족도를 낮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사장 선출 방식과 이사회 구성에서 “정치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은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이사회에서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교수는 KBS 내 다수로 분열된 노동조합을 불공정 방송의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노동조합의 통합이 정치적 독립”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어 “민감한 프로그램의 경우 여야 이사 추천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도입해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KBS 출신의 홍금표 전 한국HD방송 사장은 신년대기획 ‘슈퍼 차이나’, 광복 70주년 관련 프로그램 등을 높게 평가하면서 “일부분의 문제는 게이트키핑이나 심의 과정을 통해 걸러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방송 전 심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연대 정책위원장은 “발표 및 패널 구성을 보면 현재 이사회가 KBS를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추 정책위원장은 “정치 관련 보도는 여전히 청와대 입장을 그대로 받아서 전달하는 수준”이라며 “미디어오늘의 공정성 조사 4위, 미디어미래연구소의 공정성 조사 3위에서 지난해 6위로 하락한 의미를 잘 짚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정책위원장은 또 “최근 노사 모두 공정보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정 교수가 보는 노조의 역할은 굉장히 편협하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보도국장 신임투표의 인사반영 의무화 등으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재 KBS 심의실장은 일부의 사전심의 강화 등에 대해 “지난해 이사회 경영평가에서는 ‘제작 자율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내부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발제와 토론자들의 또 다른 공통된 지적은 수신료 인상 관련 현안이었다. 

이영조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수신료를 안 올린 것은 문제”라며 “광고 없는 채널을 유지하려면 예산의 50%정도를 수신료로 채워야 한다”고 수신료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홍금표 전 사장은 “공영방송을 100%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것은 이상론일 뿐”이라며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 수신료와 광고 비율을 8대 2 가량으로 맞추면 KBS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수신료의 경우 KBS의 물적 토대를 위한 중요한 논의겠지만 방송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요소도 포함돼 있다”며 수신료 인상 논의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