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부 친박계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원조 친박이자 유 원내대표와 오랜 친분관계에 있는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전 위원은 이 같은 사퇴 요구 공세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가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문제나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을 한 것을 ‘개인생각’, ‘자기 정치하는 것’이며 배신자로 모는 새누리당 일부 친박 의원들에 대해 “어떻게 그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은 “경제민주화 얘기하는 것이 ‘당론과 다르다’, ‘개인생각이며 자기 정치하려는 것’이라고 몰아세우는 새누리당, 정확히 말해 일부 친박 몇 명은 어떻게 국민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당론이 맞다면 우리는 국민앞에 사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위원은 “누구보다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것이며, 활자로 박아서 책으로 낸 것이 경제민주화 공약이었고, 그로 인해 국민의 마음과 표를 얻은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대통령을 만들면서 사력을 다해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지금와서는 그(경제민주화) 얘기를 안하면서 그 얘기하는 사람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람을 향해 배신자라고 얘기하는 이런 세상이 있느냐”며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약속 지키는 것이 과연 배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렇게 약속을 철썩같이 여기는 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에 대해 이 전 위원은 “왜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책을 쓰더라도”라며 “각자 마음에 알고 있는대로 생각에 맡기자”고 답했다. 이 전 위원은 철학의 문제인지, 주변 측근들의 문제인지에 대해 “다들 짐작하지 않느냐”며 “그 얘기는 다음 편으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진=이혜훈 홈페이지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달라’ 등의 박 대통령 발언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한 것인지에 대해 이 전 위원은 “제가 듣기에는 유승민 원내대표만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새누리당의 친박의원 몇 명과 박 대통령 말씀을 잘 따르는 사람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부분의 새누리당의 의원들을 염두에 둔 말로 들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의 의중과 관련해 이 전 위원은 “최근에도 통화를 자주한다”며 “개인적으로야 얼마나 괴롭겠느냐. 하지만 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지 오래됐으며, 당청 갈등,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가 어그러질 위기, 나아가 당이 무너지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위원은 특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냐”며 “(유 원내대표가) 괴로운 일을 다 떠맡고 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요구의 수용여부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이 전 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판단은 이미 오래 전에 서있다”며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나는 그대로 원내대표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본다”며 “그 판단을 내게 직접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1988년부터 유 대표를 아는데,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오랫동안 봐온 바에 따르면 유 원내대표는 변한 바가 없다. 흔들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주저하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YS 때 정치를 시작해 정치철학이 그 때 정치를 배우면서 형성됐다”며 “당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과정을 봤다. YS에 대항을 할 경우 YS가 이인제를 내보내면서 자신에게 맞서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현직에 대통령에 맞서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신앙처럼 갖고 있더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국회법 개정안을 박 대통령이 거부했으나 재의를 통해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 이 전 위원은 “지난 5월 30일 아침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맞다고 본다”며 “내가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느끼고 좌절한 것이, 독재정권의 잔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행정부의 권한이 국회의 입법권을 너무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위원은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위헌 소지가 있는 시행령도 많다”며 “이는 행정부 내의 법제처가 스스로 335개의 잘못된 시행령 사례를 발간한 곳에도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있는 시행령이 많은 것은 고쳐져야 하지만, 수십년 동안 행정부는 마이동풍이었으며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고 있다”며 “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에 이번 개정안 보다 훨씬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도 있다. 잘 모르고 도장 찍어줬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있는데, 박 대통령이 의원시절 발의한 법안 수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아무 법에나 도장 찍는 그런 부주의한 분이 아니다.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발의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의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미 당이 개정안을 폐기하기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일부 친박의 공세가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이라는 해석에 대해 이 전 위원은 “사람들이 그렇게 분석하고 말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기가 어렵다”며 “국회법 개정안 만을 두고 벌어진 일이라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종결돼야 하나 종결이 되질 않으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이유에는 공천권을 배제할 수가 없다. 공천권 말고 이렇게 사활을 거는 싸움을 할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유승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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