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조선일보 사외이사(전 조선일보 부사장)가 지난 6월 26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이사장에 취임했다. ‘통일과 나눔’은 오는 7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 나눔 펀드’ 출범식을 연다. ‘통일과 나눔’은 조선일보 ‘통일이 미래다’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안병훈 이사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이다. 조선일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사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보에서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민간 통일 운동의 ‘허브’로서 통일 나눔 펀드를 모아 남북 교류협력과 동질성 회복, 통일 공감대 확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단체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재단의 취지를 설명했다. 안병훈 이사장은 사보 인터뷰에서 “올해가 분단 70년”이라며 “100년이 지나면 남북은 다른 나라가 된다. 그 전에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식은 평양에서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병훈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의 돌파구는 통일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정부가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에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우리 자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는 심정으로 통일 나눔 펀드를 모으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 사우들도 1가족 1만원씩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 안병훈 '통일과 나눔' 이사장.
 

안병훈 이사장은 친박계 원로7인회 멤버 중 한 사람으로, 196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박정희군사독재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했다. 1985년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뒤 2000년대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2007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 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 안병훈 이사장은 2012년 도서출판 ‘기파랑’을 운영하며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를 출간했다.

박근혜정부와 뗄 수 없는 경력을 지닌 안병훈 이사장이 통일관련 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이 단체가 박근혜정부와 어떤 교감을 갖고 활동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안 이사장은 사보 인터뷰에서 “북에 무조건 퍼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하되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적 흐름인 시장경제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잘 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이어 “북한 어린이를 돕고 주민들의 건강·보건 상태를 개선하는 등 할 일이 많다. 남북이 서로 다른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한 동질성 회복 운동도 필요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이 왜 필요한가’를 설득하는 일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지난 6월 29일자 1면에서 “정부의 최근 5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액은 566억원으로 같은 기간 외국에 무상 원조한 금액 3조3723억원의 60분의 1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대로 가면 통일이 닥쳤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6월 29일자 1면.
 

조선일보 관계자는 ‘통일과 나눔’ 재단 출범과 관련해 “풀뿌리운동 성격에서 출발했으며 통일 나눔 펀드로 지원할 단체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금의 대부분이 박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보수단체들의 지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극우단체에 기금을 몰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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