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풍자했던 라디오 PD에 대한 정직 징계가 무효라고 확정했지만,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이사들은 또다시 경영진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책임을 물으려는 야당 이사들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김문환 이사장(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가 격하게 ‘충돌’하는 등 여야 이사들의 갈등은 9기 방문진 막판까지도 계속됐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관리·감독 권한 및 MBC 사장 임명권 및 해임권을 갖고 있다.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오는 16일 마지막 이사회를 앞두고 열린 회의였다. 이날의 안건은 △ MBC 보도본부 현황 보고 건 △ 방문진 내부 감사 조치 계획 건 등이었다.
▲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말말말’ | ||
안건에 앞서 안 아무개 라디오 PD와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이사는 야당 추천 권미혁 이사였다.
권 이사는 “사측을 믿고 기다려 보려고도 했다”면서도 “대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이 났고 사측이 결과적으로 소송을 남발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는 오는 16일에 열리는 이사회에 책임자들을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아무개 PD는 지난 2013년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김재철 전 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을 노래와 함께 내보냈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사장이 나갔어요’로 이름을 바꾸거나 김재철 전 사장 ‘법인카드’를 이명박 전 대통령 목소리(배칠수 성대모사)를 통해 언급하는 식의 풍자 방송이었다.
당시 MBC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했다”면서 ‘취업규칙 위반’을 이유로 안 PD에게 정직6개월을 내렸다. 이후 재심에서 정직3개월로 징계가 깎였다.
1·2심 재판부는 “프로그램에서 김 전 사장을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고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정직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MBC는 상고를 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상고인(MBC)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MBC가 패소한 것이다.
▲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말말말’ | ||
여당 추천 이사들은 경영진을 적극 두둔했다. 여당 추천 차기환 이사는 “정직 3개월 조치도 끝났다.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고영주 감사도 “대법원 판단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더 이상 다툴 수 없기 때문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경영진 판단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이사들이 또다시 경영진을 비호하자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끝까지 (경영진이) 잘했다고 할 것인가”라며 “MBC 경영진들은 비판적인 구성원들과 관련한 재판에서 막무가내식으로 3심까지 재판을 끌고 있고, 재판에서 지더라도 일언반구 반성하지 않는다. 제발 두둔할 것을 두둔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진을 마지막 이사회(16일) 때 출석시켜야 한다는 야당 이사들의 요구에 김문환 이사장은 “사건 하나하나마다 경영진을 불러다 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막아섰고, 야당 이사들의 반발 목소리는 커졌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와 김 이사장은 “반말하지마”(최 이사 발언) 등 언성을 높이며 강하게 ‘충돌’했다.
논의가 격해지자 또 다른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가 “회사 측으로부터 서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정리하자”고 했다. 김문환 이사장은 이에 대해 “내가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방문진에는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이 출석해 비공개 업무보고를 했다. 김 이사장은 “박수라도 한번 치고 시작하자”라고 했고, 일부 야당 이사들은 이에 불응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