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용산 주민들에게 식사와 물품 등을 제공한 다음, 용산 화상경마장 찬성 서명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사회가 지난해 지역 관변단체 등에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또한 공개됐다. 이에 대해 화상경마장 폐쇄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마사회는 지역 주민들을 이간질하고 지역 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책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와 전국도박규제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달 18일과 25일 두 차례, 용산 지역 주민들에게 식사와 물품 등을 제공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지난 2013년 9월 건물을 완공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계속 개장이 미뤄지다 지난 5월 31일 개장해 운영중이다. 해당 화상경마장은 학교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달 18일 주민대책상생연합회, 체육보존회, 은빛봉사단 등은 1톤 트럭 3대 분량의 물품을 용산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물품은 생수, 쌀, 김치, 라면 등 다양했다. 배포된 물품에는 모두 ‘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렛츠런문화공감센터는 마권 장외발매소의 새로운 이름이다. 대책위는 “도박장에서 준 물품임을 노골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마사회 용산지사 건물 옆에 용산주민들과 성심여중고 교사들이 만든 천막농성장. 이들은 지난 달 10일 개장반대 투쟁 800일을 맞았다. 사진=장슬기 기자
 

대책위에 따르면 마사회는 같은 달 25일에는 용산에 거주하는 노인 100여명에게 추어탕, 삼계탕 등의 식사와 3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제공하고 경마장에 찬성하는 내용의 서명을 받아갔다. 대책위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선물세트에도 역시 ‘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대책위는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어르신들 중에는 고령이셔서 자기 이름도 잘 못 쓰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분들을 데려다놓고 찬성 서명 용지에 사인을 하게 했다”며 “해당 서명이 화상경마도박장 찬성하는 내용의 서명이라는 녹음까지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여론을 조작하는 건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마사회의 금품 살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책위가 지난 달 27일 입수한 마사회 내부 문서를 보면 마사회는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해 용산 새마을금고 총회 행사에 97만여 원을 지원했고, 자유총연맹 용산구지회의 강원도 양양 세미나에는 무려 28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자유총연맹은 해당 지원금으로 ‘나라사랑 안보교육’을 진행했다. 

대책위는 “마사회가 공기업의 본분대로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원한다면 마사회 이름을 가리고 중립적인 후원기관에 기부 한 다음, 해당 기관이 용산 주민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마사회는 용산 주민들에게 도박이라는 피가 묻은 돈을 더 이상 살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운동은 현재 800일을 훌쩍 넘었다. 

 

   
▲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와 전국도박규제네트워크 등이 공개한 마사회 내부 문건. 사진=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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