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조속 추진’을 지시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공원관리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현재 최대 쟁점이 되는 것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 여부다. 그런데 오색케이블카 승인을 위해 양양군이 제출했던 환경영향검토서가 산양의 서식 흔적을 축소, 누락 보고한 정황이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양양군이 올 4월 제출했던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자연환경영향검토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양양군은 이번 케이블카 노선에서 보전 가치가 가장 높은 5번지주 윗쪽의 아고산대 식생 지역에서 산양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후 실시된 환경부 실사에선 산양의 서식흔적들이 다수 발견되었고,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선 이 지역에서 1년 미만의 새끼산양과 어미산양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곧 이 지역이 산양의 주서식지일뿐만 아니라 산란처(번식지)라고 볼 근거가 되는 것이다. 

   
▲ 양양군이 4월 제출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자연환경 영향 검토서 중. 5번 지주 위쪽으론 산양의 서식 흔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가 실시한 현장조사에 발견된 산양 새끼와 서식 흔적들 .
 

양양군은 그 동안 멸종위기종인 산양 및 삵, 하늘다람쥐, 담비, 무산쇠족제비 등의 법정보호종들과 관련해 케이블카가 예정된 지역이 “주요서식지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양양군의)산양정밀조사의 경우, 케이블카 노선의 5번 지주 위쪽으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케이블카 설치시 가장 훼손이 심한 상부정류장 일대 자체가 조사대상에서 누락되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노선이 아닌 주변의 독주골과 설악골에 조사를 집중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5번 지주 위쪽으론 조사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처음 조사할 땐 5번 지주 위로는 흔적이 안 나왔다”며 “환경부 실사팀에서 조사할 때 흔적들이 나오길래 우리가 추가조사를 했고 그 때는 서식흔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양양군은 부실조사 지적에 대해 “부실조사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걸 환경부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그 쪽에서 (발견)못한 걸 우리가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양양군이 5번 지주 위쪽과 관련해 재조사를 의뢰한 업체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양양군은 환경부 실사에서 산양의 서식흔적들이 나오자 올해 5월 ‘미강생태연구원’에 의뢰해 추가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미강생태연구원은 각종 케이블카 설치 찬성 토론회와 언론을 통해 케이블카 찬성 입장을 밝혀 온 단체다. 

정흥락 미강생태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공청회에서 “1안(현재의 노선인 오색~끝청)이 평범한 식생지역이어서 환경부에서도 무난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최근 국회에서 열린 오색케이블카 심포지엄 자리에선 “산양은 인간의 의도적 가해가 문제가 되고 (케이블카와 같은)인공시설물은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블카 설치에 공공연하게 찬성 입장을 내비쳐온 단체가 객관적인 환경영향검토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양양군은 “우리가 조사를 의뢰하는데 찬성하는 곳에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토론회에선 찬성할 수 있는 거고, 조사는 객관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양군이 4월 제출했던 보고서와 시민단체들이 조사한 산양 흔적이 크게 편차를 보이는 점도 부실조사 의혹을 낳고 있다. 양양군은 해당 보고서에서 케이블카 계획대상지에서 산양의 흔적이 4곳(배설물3, 목측1)에서 발견됐고 무인카메라엔 단 1회만 포착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실사에선 산양의 흔적이 53곳(배설물 45, 뿔질 7, 족적1)에서, 무인카메라에선 14회나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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