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언론사들은 뭔가 다르다. 지난해 혁신 보고서를 내고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했던 뉴욕타임즈는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퍼스트 전략과 함께 유료 독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플랫폼 확장이 핵심 전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가 독자 외연 확대에 주력한다면 뉴욕타임즈는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성욱 서던일리노이대 교수에 따르면 뉴욕타임즈의 변화는 뉴스룸 개혁에서 시작했다. 매일 오후 1면 편집회의를 없애고 오전 9시 반, 편집국장과 부장들이 만나 기사 포맷을 논의했다. 독자 개발팀이 신설된 것도 놀라운 변화였다.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좋은 이야기가 디지털 공간을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게 혁신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에이미 오리어리의 주장이었다.

독자 개발팀은 소셜 미디어와 검색엔진 최적화, 비디오와 이메일 뉴스, 데이터 분석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방문자 트래픽이 아니라 인터랙션 지표를 성과 지표로 내건 것도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애플 뉴스 앱,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같은 외부 서비스와 제휴해 콘텐츠 노출 빈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뉴욕타임즈의 좋아요와 공유, 댓글 등 인터랙션은 모두 1630만건에 이른다.

   
퓰리처상과 독자 수의 상관관계. 언론진흥재단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
 

뉴욕타임즈의 유료화 전략은 독특하다. 한 달 동안 기사 10건을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귀찮아서라도 유료 구독을 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91만명이던 디지털 유료 독자가 올해 1분기에는 95만7000명까지 늘어났다. 종이신문과 디지털, 모바일, 태블릿 등등에 맞춰 그리고 주중과 주말, 일요일 등으로 구분해 다양한 조합의 구독 상품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유료화 전략을 서둘렀다면 워싱턴포스트는 상대적으로 워싱턴의 지역신문 성격이 강했다. 제프 베조스는 우선 워싱턴포스트의 독자를 확대하는 전략에 주력했다. 모닝믹스와 더모스트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사 기사들까지 묶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지역신문들과 제휴해 독자 정보를 공유하는 대신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으로 디지털 독자를 크게 늘렸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의 성장 속도는 뉴욕타임즈보다 훨씬 빠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5월 방문자수가 66% 이상, 페이지뷰는 101% 늘어났다. 디지털 부문 수입도 지난해 1분기 대비 66% 늘어나 올해 1분기 4940만달러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즈의 3배가 넘는 성장률이다.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는 뉴욕타임즈와 달리 워싱턴포스트는 독자 규모를 늘리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유료 판매부수 변화 출처: Filloux (2014)&O’shea 2015)에서 재구성. 언론진흥재단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
 

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의 전략은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키울 때 썼던 전략과 같다”면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실재보다 잠재력 있는 회사로 키워왔는데 이러한 경영 철학을 워싱턴포스트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앞의 이익 보다는 미래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이윤이 생기면 고객에게 다시 투자하면서 잠재 고객을 늘리는 전략이다.

실제로 방문자수와 페이지뷰는 워싱턴포스트가 앞서지만 유료독자 증가율은 뉴욕타임즈가 앞선다. 지 교수는 “이미 일정 수준의 디지털 트래픽과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뉴욕타임즈의 경우 이들을 기반으로 한 유료 구독모델 확대가 최선인데 디지털 트래픽의 규모가 작은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독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가 유료 구독모델에 집중하고 워싱턴포스트가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두 신문의 디지털 트래픽 격차는 6월 기준으로 500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 교수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뉴스 산업에 뛰어든 정보기술 기업의 주요 수익모델이 디지털 광고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종이신문 입장에서 독자 규모의 양적 확대 다음 단계는 안정적인 유료 구독 모델을 구축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지 교수는 “아마존의 경험을 이식한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즈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 교수는 “두 회사의 혁신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수익의 증가가 종이신문 수익의 감소 부분을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혁신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얼마나 빨리 실현되느냐가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장 수익 확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뉴욕타임즈는 증가 추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신문 모두 정작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혁신미디어컨설팅그룹은 뉴욕타임즈 혁신 보고서가 디지털 시대의 독자 확장을 위한 자기 반성에 그쳤다면 BBC의 ‘뉴스의 미래’ 보고서는 ‘알려야 할 의무’라는 저널리즘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덴마크의 미디어 컨설턴트 토마스 벡달은 “저널리즘에서 최고라는 자부심 때문에 정작 기사에 있어서는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CC0, 픽사베이.
 

지 교수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은 이 두 신문의 독창적인 DNA지만 독자들이 뉴스를 원한다면 이 두 신문 말고도 다른 수많은 대안이 존재한다”면서 “독자들이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를 원한다면 그 어떤 다른 신문들도 대체재가 될 수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독자들이 두 신문을 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혁신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다이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테크놀로지는 민주주의를 위한 저널리즘의 성장에 기여하면서도 상업적으로 신문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테크놀로지가 전통적인 주류 언론의 몫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제 이 신문사들은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과 경쟁해야 한다. 원론적이지만 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유일한 경쟁 전략은 결국 콘텐츠 강화에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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