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평소처럼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로그인이 안 됐다. 주변에 알아보니 가명으로 계정을 썼다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껏 실명으로 사용해왔다. 지인들은 “일베나 보수단체에서 신고하면 차단된다고 하더라”고 귀띔해줬다. 

김영오씨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요 근래 일베로 보이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페이스북에 들어와 글이 지저분했다. 이 사람들 댓글 못 달게 하려고 100여명 정도 차단시켰는데 그 뒤 계정이 차단됐다. 단체로 날 신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오씨는 “신고했다고 차단시켜버리면 페이스북이 쓸모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김씨가 운영하는 ‘유민아빠 김영오’ 페이스북 페이지는 김씨 계정이 사라지며 정작 김씨는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김씨의 계정을 차단시켰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김영오씨 관련해 안건으로 올라온 심의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게시 글 단위로 차단하기 때문에 계정차단이나 계정삭제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김씨 계정을 차단했을까.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어떤 일로 (김영오씨가) 차단됐는지 본사와 파악하고 있다. 하루 이틀 내에 (복구)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한 뒤 “보고 싶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선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신고 후에는 바로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검토 과정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오씨는 “페이스북은 처음엔 메일로 질문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내가 유민아빠라는 걸 알고 하루 이틀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 페이스북. 디자인 편집=이우림 기자
 

갑작스레 페이스북 계정이 중지되는 사례들이 심상찮다. 베트남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이인씨는 9월22일 페이스북에서 이태원살인사건 용의자 아더 패터슨이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포스팅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한국에 오면 뭘 하나? 새누리당에 줄 대고 재판 받으면 무혐의인데?’ 그의 댓글은 수백 개의 ‘좋아요’와 함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인 23일 새벽, 그는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실명이 아니라고 해서 신분증도 메일로 보냈다. 물론 그는 실명을 쓰고 있었다. 이씨는 “무작정 페이스북에서 조치를 취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차단 일주일만인 30일에서야 계정이 복구됐다. 이씨는 30일 통화에서 “오늘(30일) 아침부터 다시 접속이 됐지만 왜 차단됐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한국정부‧여당 비판 글을 많이 올렸는데 그것 때문에 신고를 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몽구’로 유명한 언론인 김정환씨도 9월22일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다. 가명을 쓰면 안 된다고 해서 한 달 전 쯤 김정환이란 실명으로 계정을 바꿨더니 ‘김정환’이 가명인 줄 알고 자동 차단시켰다는 게 페이스북 측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사전에 어떠한 고지도 없이 계정이 차단되며 황당함과 불쾌함을 경험했다. 1인미디어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계정이 복구되기까지 본인의 주요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치적 활동이 페이스북 계정 차단의 근거가 될까. 계정이용중지에 관한 페이스북 이용약관 가운데 정치적 표현 관련 커뮤니티 표준 관련 내용에 따르면 “언론에 등장하거나 직업상 또는 특정 활동으로 인해 공공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비판적인 토론은 허용하지만 공인에 대해 신빙성 있는 위협을 가하거나 특정인을 지목하여 편파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 관련 콘텐츠가 삭제된다”고 나와 있다. 법률사무소 혜윰의 박지환 변호사는 “만약 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준에 따라 이용 정지가 됐다면 공인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인 공격 등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페이스북 페이지. 김영오씨는 계정 차단으로 정작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의 소식이 거짓 게시물이라고 신고할 수 있는 새 기능을 내놨다. 계정 차단자들은 이 같은 신고가 반복되며 계정이 차단 됐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신고기능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페이스북 이용약관은 카카오 등 국내 SNS 서비스 제공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특별히 페이스북이 불공정약관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차단 사유를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현 상황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환 변호사는 “일시적 이용정지라 하더라도 계약의 해지에 준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이용정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어떤 연유에서 이용정지 조치가 다시 해제되었는지에 대해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계정 차단을 당한 이용자는 부당한 이용정지인 경우 이용정지 기간 동안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약관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페이스북 약관 조항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을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게시물의 이용과 관련한 페이스북의 이용약관 조항에 대해 소비자 단체가 베를린 지방법원에 단체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 그 결과 현재 페이스북 이용약관은 독일지역에서만 별도의 약관조항이 적용되고 있다. 

박지환 변호사는 “공정위 시정조치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해외 법인에 대해 공정위가 약관규제법 위반 이유로 시정조치 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는 국제공법적인 문제라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약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제사법에 따라 페이스북 이용약관에 국내법(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준거법이 외국법이면 원칙적으로 우리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국제사법 제27조가 적용되는 소비자계약의 경우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업종의 약관이라면 준거법이 외국법이더라도 약관규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SNS서비스인 페이스북 이용약관을 한국의 약관규제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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