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새 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분할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우려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는 지난 8월 말 홈플러스를 영국 테스코로부터 인수했다. 인수자금만 7조 2000억 원.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먹튀 논란이 일었다. 지분 100%를 5조 8000억 원에 매입하고, 홈플러스 부채 1조 4000억 원을 떠안았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의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를 통해 5조원의 차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2조 2000억 원에 불과한데, 인수자금의 70%를 빚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차입매수 대금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의 자산을 매각하고 내부 쥐어짜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MBK파트너스가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분할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것.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규모를 슬림화한 뒤 높은 차익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140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 375곳, 물류센터 8곳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본사 직영으로 운영돼 매각이 가능한 자산유동화 대상은 대형마트 90여개(6조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7곳(300억원), 물류센터 2곳(1030억원) 등으로 나뉜다.

지난 2013~2014년 홈플러스는 점포 13개 등을 ‘세일앤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유동화한 바 있는데, 업계에서는 향후 자산유동화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 명이 지난해 11월 25일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자택 앞을 찾았다. 당시 한 참여자가 현수막을 밟고 있는 모습. (사진 = 김도연 기자)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단기 수익을 내서 ‘진짜 주인’에게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또다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장점은 고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시내 중심에 부동산이 있다는 점”이라며 “LBO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자금 회수에 대한 압박이 클 것이다. 이른 시간 내에 분할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홍 사무국장은 “현금화할 수 있는 부동산 매각은 물론이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된다”며 “소비자와 노동자, 납품 중소기업 등 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차입금 상환에 혈안이 돼 투자를 등한시하는 등 MBK파트너스는 약탈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K 측은 지난달 말 프레시안 인터뷰를 통해 “MBK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시킨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뽑아낸다는 입장”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MBK가 씨앤앰을 인수한 후 노동자 109명을 해고한 바 있고, 하청업체 쥐어짜기가 가속화해 구조조정 문제는 사모펀드에서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경험칙이다.  

국회도 MBK파트너스를 주목하고 있다. 국회 산업위는 오는 6일 김병주 회장을 일반증인으로 불러 △홈플러스 직원 2만6천명 고용 문제 △2000여 개 협력업체 안정성 문제 △재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 등을 물을 계획이다. 

국회 산업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인수에 따른 고용 문제와 관련해 MBK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사모펀드 특성상 높은 시세 차익으로 진짜 주인에 팔아넘길 텐데 우려가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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