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발언이 또 도마에 올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모니터링 해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진행자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 진행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0월 20일 방송된 TV조선 ‘이하원의 뉴스Q’에서 이하원 TV조선 정치부장은 “8종의 고등학생 교과서를 보면서 너무나 균형적으로 대한민국 이승만 독재와 김일성 전체주의 체제하고 똑같이 비슷하게 한 걸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 지난 10월 20일 방송된 TV조선 이하원의 뉴스Q. 오른쪽이 이하원 정치부장.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국정교과서는 옹호하고 친일에는 “어쩌라고”

이어 이 정치부장은 국정화에 반대 분위기에 대해 “국정교과서에 반대를 해야지만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이고 조금이라도 찬성하거나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면 ‘너는 어용이지, 너는 독재를 찬성하는거지, 너는 친일파하고 친한거지?’라는 분위기가 대한민국 사회에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채널A ‘쾌도난마’ 이은우 경제부장도 지난 10월 8일 방송에서 “어떤 소수의 열성적이고 목소리가 큰 일부에 대해서 자유로운 선택, 다양성이라고 했는데 다양성이 오히려 해쳐진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장성민 앵커는 지난 10월 14일 방송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 항일운동, 건국, 한미동맹, 그리고 토지개혁까지 수없는 그의 장점들도 있고. 물론 그의 약점들도 있었겠죠. 지도자로서”라고 말했다. 채널A ‘뉴스 TOP10’의 박정훈 앵커는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살만한 나라, 또 민주화된 나라, 또 산업화로 성공한 나라 이런 나라가 세상에 있는지”라고 지난 10월 15일 방송에서 말했다. 

TV조선 ‘엄성섭 정혜진의 뉴스를 쏘다’ 의 엄성섭 앵커는 지난 10월 30일 방송에서 “아버지가 친일행적을 했든 안했든, 그럼 친일 행적 했으면 뭘 어떻게 하라고요? 아버지가 친일적인 행적을 한 적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해요. 뭘 뭘 어떻게 해요?”라며 “그럼 우리나라 36년 동안, 식민지 기간 동안 전국민 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우리는 뭐 다 귀태인가?”라고 말했다. 

 

   
▲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캡사이신이 들어간 물대포를 쏘자 시위대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박근혜 대통령 엄청났습니다” 극찬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대해서는 극찬이 쏟아졌다. 엄성섭 앵커는 지난 10월 27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이 오늘 시정연설을 하시면서 아주 강하고 단호하고 어조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행동, 표현 다 그렇습니다. 엄청났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김광일 앵커도 “정말 단호한 어조와 표정과 제스처로 그 대목을 짚어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TV조선 장성민 앵커는 전날인 10월 26일 “현 정부에서는 권력투쟁이 안 보입니다”라며 “철저하게 분규의 씨앗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국정운영의 지혜로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극찬했다. 그러면서 장 앵커는 “권력 암투를 퍼스트레이디 시절 경험하고 목격한 대통령이 그래서 2인자를 두지 않는다는 인사철학은 상당한 역사적 시련과 고난 속에서 터득한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민중총궐기 두고 “지금 테러 당하고 있는거죠”

그러나 집회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장성민 앵커는 지난 16일 방송에서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에 대해 “지금 테러 당하고 있는거죠. 대한민국이 저런 폭력배들의 것입니까?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말했다. 장성민 앵커는 앞서 지난 10월 28일에도 “대한민국에는 정의가 사라졌다. 이런 나라에는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한 교사의 수업 내용을 두고 “테러에 대한 학습효과를 시키는 것”이라며 “IS 단체 같다”고 말했다.

이하원 TV조선 경제부장도 지난 16일 방송에서 “농민 1명이 물대포에 맞아서 쓰러진 것 말고는 경찰이 강력하게 진압을 한다라든가, 또 맞서는 장면은 전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사실 관계조차 틀렸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는 팔이 부러지거나, 쇠뭉치에 맞아 허벅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당해 응급실로 후송되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 엄성섭 TV조선 앵커는 지난 2월 방송에서 '공정한 방송 하겠다'고 사과했다.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정중한 방송 하겠다”는 사과는 어디로

이에 대해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사실 진행자가 출연자보다 더 문제”라며 “진행자는 출연자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거나, 편파적인 발언을 할 경우에 발언을 수습하고 정정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지금 진행자들은 막말을 부추기고 센말이 나올 때까지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방송사가 진행자를 징계해야 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재배치 되는 식으로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시사 프로그램의 대표 진행자인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은 지난 2006년 ‘100분 토론’ 300회를 맞이해 진행된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의 역할에 대해 “토론 프로그램은 물흐르듯 패널들만으로 진행되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회자는 제작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장과 틀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종편 시사토크 진행자들도 이같은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TV조선 간판 앵커 엄성섭 앵커는 올해 초 막말에 대한 공개 사과까지 한 바 있다. 당시 엄 앵커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점 사과드린다”며 “한국일보 기자께도 사과드린다. 정중한 방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엄 앵커는 한국일보 기자에 대해 “이게 기자입니까? 쓰레기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중한 방송을 하겠다’는 사과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막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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