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지는 벌써 7개월에 접어들었다. ‘둥글이’란 필명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5월6일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이지만 박씨의 구속기간은 연장이 됐다. 검찰이 지난 10월27일 집회시위법 혐의를 추가 기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엔 보석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박씨의 변호인 류제문 변호사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 명예훼손죄로 이렇게 구금을 당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박씨의 구속에 대해 “대통령 비판 재갈 물리기냐”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한다” 등으로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문제가 된 전단지 제목은 각각 “박근혜도 국가보안법 철저히 수사하라”와 “정모씨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이다. 박씨는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나 “김정일 장군을 믿을만한 파트너”라 말한 데 대해 국가보안법 수사대상이라고 주장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확인되지 않는 ‘7시간’을 덮기 위해 ‘종북몰이’를 강행하냐고 조롱했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전단지를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 박성수씨가 제작·배포한 시국전단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된 전단지다. (사진=페이스북 @sosmyworld)
 

박씨는 지난 25일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았고 오는 12월22일 대구지방법원의 최종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류 변호사는 “재판 과정을 고려하건대 중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28일 대구구치소에서 박씨를 만나 현재 심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징역 3년’에 대해 “사형 구형을 받을 줄 알았다가 3년을 받아 놀랐고 고마웠다. 처음엔 화가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두려움은 전혀 없다. 원래 이렇게 살아왔다”면서 “월요일에 검사에게 보낼 감사편지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구금 상황에 있으면서도 ‘옥중서신’이라는 이름으로 명예훼손죄 적용에 대한 비판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박씨는 “군산에 있는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면 지인이 그걸 그대로 페이스북에 올려주고 있다”며 “처음에는 화가 나고 스트레스도 쌓여 편지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 상황이 “정리재판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12월부터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했고 군산, 제주, 일산, 대구 등 지역 곳곳에서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 과정에서 박씨에 대한 경찰 내사가 진행됐고 출석요구 등의 연락도 받아왔는데 지난 4월 대구 수성경찰서가 명예훼손죄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고 집행한 것이다.

   
▲ 지난 4월 22일 대구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박성수씨(맨 오른쪽) (사진=페이스북 @sosmyworld)
 

특히 박씨는 자신의 긴급체포 사유가 된 ‘멍멍멍’ 구호에 대해 “경찰 스스로도 황당해 하는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28일 대검찰청 앞에서 “전단지 공안몰이 수사의 배후는 대검찰청”이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마치기 직전 ‘개꼬리 흔들기 공무집행을 중단하라’는 의미로 ‘멍멍’이라고 외치다 현장에 나와 있던 검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이를 구호라 여겨 기자회견을 집회로 간주했다.

박씨는 “교도소에 있으면서 추가 기소된 집시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 관할지역의 경찰관이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데 이걸 다시 왜 수사하는 지 모르겠다. 대검찰청에서 7번 지시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성수씨는 다음 전단지의 내용으로 “니네가 짓밟는다고 안하진 않는다”를 꼽으며 구치소 접견을 마쳤다. 

현재 박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류 변호사는 “박성수씨 전단엔 의견, 가치판단이 제시돼있지 사실이 적시돼있지 않고, 자연인 박근혜가 아니라 공인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도 이 사건은 변호 역사나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라 말했다”며 “말이 안 되는 사건이므로 항소심은 당연히 진행할 것이다. 구금도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보석신청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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