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에 기반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했다. 중금리 대출이 등장하며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란 기대도 있으나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를 비롯해 금융사고 등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카카오그룹이 주도하는 카카오뱅크와 KT가 주도하는 K뱅크를 은행사업자로 선정했다. 두 은행은 내년 상반기 중 은행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에선 인터넷으로 계좌를 열고 입출금·대출·펀드투자 등 모든 은행 업무를 24시간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넷마블, 로엔,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코리아, 예스24, 카카오, KB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총 11개사가 참여했다. K뱅크는 KT, 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 21개사가 참여했다. 카카오는 “공동발기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 평가 모델, 맞춤형 금리제도, 24시간 고객 문의에 답하는 ‘금융 봇’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는 3800만 회원, KT는 3000만 고객의 빅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은행과 K뱅크는 10%대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30일자에서 “지점망이 필요 없어 비용 절감분을 높은 예금이자와 낮은 대출 금리 형태로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겨레는 “손쉬운 대출을 내세워 과도한 대출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해외에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초기 중금리 대출을 선보인 은행들이 도산한 사례가 많다”고 보도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인터넷은행은) 초창기에만 일반은행보다 싸게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카카오뱅크 홍보자료.ⓒ카카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정부가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은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 중요한 법제도를 무력화 시킬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도입을 해야 하는 이유와 경제적 효과 또한 불분명하다며 반대해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민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렀어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은행의 안정성과 공공성 문제를 비롯해 은산분리가 깨질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이번 예비 인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은행법 아래서 이뤄졌다. 카카오와 KT가 주도 회사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는 산업자본이 지분을 50%까지 가질 수 있게 허용하는 개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카카오은행은 카카오가 10% 지분을 가졌고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0%)다. K뱅크는 우리은행, 한화생명, 다날이 각 10%, KT가 8%를 보유한 과점주주 체제다. 

중앙일보는 “은산분리 원칙 아래 예비인가를 받은 두 곳의 지분구조가 어정쩡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착하려면 은산분리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낸 은행법 개정안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은산분리 논란과 더불에 개인정보 보호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에서 개인정보 보완책에 대해선 대책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소비자 금융사고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또한 “온라인으로 계좌설계부터 입출금, 대출이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시스템이 허술하면 대형 금융사고가 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갈 길이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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