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초기구조 당시 현장지휘관(OSC·On Scene-Commander)으로 알려진 김경일 123정 정장의 휴대폰이 참사 당일 10시 28분, 세월호 2등항해사 김영호 씨 명의의 제주 소재 유선전화로 발신이 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김경일 123정장의 휴대폰(010-36**-***4) 통신내역엔 착신자와 전화번호가 각각 ‘김영호’ ‘064-753-4***’인 통화기록이 존재한다. 또한 이 ‘064-753-4***’라는 번호는 세월호 2등항해사였던 김영호 씨가 법원에 제출한 ‘집 전화번호’와 동일한 것이었다. 이 번호가 김영호씨의 실제 집 주소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통신내역에서 확인된 이 단순한 사실은, 두 가지 점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중요한 고리가 된다. 

   
▲ 123정장의 통화내역
 

먼저 10시 28분이라는 시간대다. 

세월호는 10시15분 배가 90도 이상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자, 고 박지영 승무원이 자체판단으로 “침몰임박, 탈출하라”는 방송을 했고 그 즉시 선체의 전원이 나갔다. 10시18분엔 3층 우현 난간에 모여있던 40여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10시19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은 123정에 “현재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명인집타워(서해해경청)”라는 지침을 내렸고 10시21분에 마지막 생존자가 표류하다 구조된다. 21분부터는 배의 침몰이 시작돼 31분경까지 세월호가 선미를 남긴채 바다속으로 급속히 잠기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중요한 시간대에 구조현장의 현장지휘관(OSC) 임무를 띠고 있던 김경일 정장이 세월호 선원의 집으로 전화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세월호 2등항해사가 직접 통화를 했다면 그 급박한 상황에 정장의 휴대폰을 빌려 썼다는 이야기인데 이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123정장은 당일 11시20분까지는, 123정이 구조한 인원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는 진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지휘관은 수색 구조 현장에서의 헬기, 함정 등 현장구조인력과 장비를 지휘통제하는 사령탑이며, 김 정장의 휴대폰은 해양경찰청 등과 통화 및 데이터통신([P]직접접속) 등을 하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기록을 보면 김경일 정장은 10시26분과 28분에도 다른 착신자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 김 정장 모르게 김영호씨가 전화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123정장이 10시28분 이전에 김영호씨가 세월호 선원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며, 나아가 사고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10시28분이라는 시점의 현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통화는 모종의 ‘보고’를 위한 통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원인 줄 몰랐다’는 해경의 말은 거짓

김경일 123정 정장은 그동안, 123정 승조원들은 물론 해경 지휘부도 참사 당일 첫 구조했던 이들이 선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박성삼 123정 항해팀장은 ‘저희는 조타실에서 내린 사람들이 승객인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고 김종인 123정 부정장도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TV를 보고 알았다” “123정에 오른 이후에는 (세월호 승무원들이)선원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선원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박기호 기관장은 5월 12일 검찰조사와 이후 조사들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선원임을 123정 측에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경 함정을 탔을 때인데, 함정을 조정했던 선장이 신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서 휴대전화를 바꾸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바꿔 준 이유에 대해선 “당시 사고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어디인지 모르는데 함정장에게 연락이 왔었는가 보다. 그래서 저에게 ‘본선의 승무원이 있느냐, 책임자가 누구냐’고 함정장이 말을 하여 제가 기관장이라고 하였고, 저에게 휴대전화를 주어 제가 전화통화를 하였다. 해경 함정장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면 당시 제가 누구와 전화통화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해경은 ‘선원인 줄 몰랐다’, ‘나중에 TV를 보고 알았다’는 등 이를 부인했다. 123정장이 고수한 시간은 오전 11시20분이다. 국조 특위 자리 등에서 그는 “11시20분까지는 선원인 줄 몰랐다”고 했다. 물론 휴대전화를 건네주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게 한 사실도 부인했다. 이는 해경 수뇌부의 책임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통화기록을 보면 김경일 정장의 휴대폰이 이미 10시27분에 세월호 2등 항해사인 김영호씨에게 건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김경일 정장이 자신들이 구조한 이들이 선원임을 알았다고 밝힌 11시20분으로부터 1시간이나 빠른 시점이다. 김경일 정장은 자신은 조타실을 벗어난 적이 없어 이들이 선원인지 알지 못했다고 했고, 조타실에 함께 있었다는 김종인 부정장 등은 조타실 안에서 전화를 바꿔준 일은 없다고 진술해 왔다. 이 전화 통화의 발신, 수신자 그리고 해경의 거짓 진술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서해청 헬기 512호가 10시 25분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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