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아시아 사례를 보도하며 관망세에 있던 독일 언론사들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28일 확진자가 5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방문자 및 중국 방문자와 접촉한 2명이 26일 확진 판정을 받자 독일 상황은 급변했다. 

확진자와 관련된 유치원·학교는 문을 닫았고, 의심 증세를 보인 승객 때문에 열차가 중간에 멈춰서는 일도 발생했다. 독일 연방보건부는 그날 바로 ‘독일에서 전염병이 시작’되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튿날에 바로 위기관리대응팀이 구축되었고, 연방 내무부 장관과 보건부 장관, 질병통제 예방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 경제부장관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일에서도 속보와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던 양상과는 조금 다르다. 독일의 코로나19 보도를 살펴봤다. 

1. 쏟아지는 뉴스, 실시간 업데이트로 한 곳에 모은다
시간대별로 확진자가 나오고, 격리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기사로 기사량을 늘리지 않는다. 코로나19 독일 상황에 대한 소위 ‘주요 기사’는 한 페이지에 시간대별로, 혹은 사안별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초기 보도부터 축적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추이를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 쉽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제목과 기사가 무분별하게 화면을 덮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보도 중인 코로나 주요 기사 ⓒFAZ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보도 중인 코로나 주요 기사 ⓒFAZ

2.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학술/지식 섹션에 보도한다
코로나19 예방법, 증상, 위험성 등 객관적 정보는 주요 매체의 ‘학술’, ‘지식’ 카테고리로 나온다. 관련 궁금증을 해소하는 문답식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 배치에서부터 신뢰성을 보장한다. 물론 기분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두려움’이 아니라 ‘배움의 자세’로 기사를 접하게 된다. 문답식 기사 또한 같은 페이지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체계적이고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문답식 기사에서 호들갑이나 공포는 찾을 수 없다. 

3.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26일 독일 유치원과 학교가 문을 닫은 직후 ‘슈피겔’은 ‘부모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한 기사를 발행했다. 아이가 감염 가능성이 있을 경우, 아이 돌봄으로 직장에 가지 못할 경우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문답형으로 보도했다. 독일 최대 노조인 베르디는 발 빠르게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직장인들이 알아야 하는 노동법 정보를 정리해 알리기도 했다. 격리나 돌봄 문제 등으로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한 목소리보다 그런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찾아서 알리고 있다.

4. ‘패닉’을 만드는 매체도 물론 있다
불안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매체도 많다. ‘빌트’ 같은 타블로이드지다. 베를린 지역 타블로이드지인 ‘B.Z.’는 27일 저녁 내내 속보를 내보냈다.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에서 베를린으로 온 한 승객이 코로나 증상 의심으로 병원에 갔다는 소식이었다. 노란색 속보 배너 기사가 번쩍번쩍하면서 베를리너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다음날 이 승객은 음성으로 밝혀졌고, 사람들은 ‘패닉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런 타블로이드지에서는 ‘햄스터 소비’, 즉 사재기를 하는 사진을 어디선가 구해서 열심히 보도하고 있다. 손 세정제는 이미 수 주 전부터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식품 매대가 비는 일은 독일에서도 흔한 일이다. 이런 보도가 사재기를 더욱 부추긴다.

▲독일 'B.Z' 보도. “독일에 코로나 공포가 돌고 있다”는 제목에 사진 출처는 오스트리아 지역이다. 사진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B.Z.
▲독일 'B.Z' 보도. “독일에 코로나 공포가 돌고 있다”는 제목에 사진 출처는 오스트리아 지역이다. 사진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B.Z.

5. 언론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때 
‘디 벨트’ 사이트에 여러 기사가 올라온다. “그러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커집니다”, “독일의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 “코로나19로 여행 취소? 당신의 권리입니다” 모두 유료 구독자에게만 보이는 기사다. 독일의 많은 언론사가 유료 콘텐츠를 따로 제공한다. 무료 기사와 유료 기사가 적당히 섞여 있다. 독일의 확진자 현황이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보는 무료로 접근 가능하지만, 언론사에서 별도로 전문가와 나눈 심층 인터뷰는 유로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그간 구독을 저울질하던 많은 독자들이 이번 기회에 뉴스에 돈을 지불하리라 생각한다. 언론사들이 시답잖은 단독과 기사로 조회 수를 늘려서 버는 돈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수입원이지 않은가. 참고로 예시로 삼은 ‘디 벨트’는 위에 언급한 타블로이드지도 함께 만드는 독일 최대 언론기업 ‘악셀 스프링어’의 매체다. 여러모로 돈벌이를 잘하는 곳이다. 

독일 언론 보도를 살펴보던 중에 베를린 한인 사회를 걱정에 빠트린 서울발 ‘단독’ 기사가 나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럽 출장을 와서 주독 문화원 관계자를 만났는데, 방문단 중 한 명이 대구를 방문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간 직원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시국에 말없이 출장을 떠난 직원도 문제지만 독일 현지에서는 기사에 대한 비판이 더 컸다. 기사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았고, 접촉 연관성이 없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자 이야기를 굳이 언급해 관심을 끌려는 속내가 보였다. 베를린에 사는 한인들의 걱정이 컸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위험이 높은 시기에 역으로 독일 현지에 보도될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빌트’나 ‘B.Z.’ 소속 기자가 알았다면 주독 문화원은 이미 베를린 코로나19 발원지로 유명해졌을 것이다. 시답잖은 단독과 불안을 유발하는 불확실한 기사는 줄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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