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장 접수를 종용한 녹취록이 공개된 가운데, MBC 보도에서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이 거론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측은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일부 매체 보도로 공개된 녹취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성은씨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복구한 통화 내용으로 알려졌다. MBC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SBS ‘8뉴스’, JTBC ‘뉴스룸’ 등 주요 방송사 메인 뉴스는 각각 녹취록 일부 내용을 인용해 김웅 의원이 고발장 작성 및 구체적 접수 방법을 조씨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의 주요 내용은 동일하다. 지난해 4월 3일 조씨와 통화에서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저희’가 작성했다며 이를 서울남부지검에 접수하라 말한 뒤 조씨에게 고발장을 보냈다. 이후 두 번째 통화에선 자신이 아닌 조씨가 고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검찰 출신인 자신이 고발장을 접수하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간 김웅 의원이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한다고 주장해 온 상황에서 핵심 증거가 확인된 셈이다.

다만 세부적인 녹취록 내용은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 통화와 관련해 SBS([단독] ‘고발장’ 통화 복구…“대검에 접수하면 잘 얘기할게”)는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걸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씨가 고발하는 게 좋겠다’ ‘대검에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 이야기하겠다’는 발언 요지를 인용했다.

▲10월 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10월 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리포트가 아닌 취재기자 전화연결로 이를 보도한 JTBC(조성은-김웅 녹취 복원…“우리가 고발장 써서 보내겠다”)의 경우 김 의원이 “대검에 접수하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그간 “김 의원이 대검찰청에 접수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해왔는데, 녹취 파일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당시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직하던 시기”라는 점을 함께 명시했다.

반면 MBC([단독] 김웅 “고발장, 검찰이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는 김 의원이 “방문할 거면, 거기가 (대검)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 해놓겠다”며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실제 대화 내용을 전할 때 사용하는 큰따옴표를 입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대화체 형태의 녹취를 전한 것이다.

세 방송사에 앞서 이를 보도한 ‘뉴스버스’([단독] ‘고발 사주’ 통화 복구…김웅 “우리가 고발장 써서 넘겨주겠다”)의 경우에도 첫 번째 통화에서는 “남부지검에 접수하는게 좋겠다”고 했던 김 의원이 두 번째 통화 때는 “대검에 접수하라”고 말을 바꿨다는 녹취를 인용했으나 윤 전 총장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석열 캠프는 MBC의 녹취록 보도가 자의적이라 주장하고 있다.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윤석열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다른 데에서는 (김웅 의원이) 내가 접수하면 검찰이 시킨 게 되니까라고 했다면서 다 검찰이라고 얘기를 했다. 실제로 그 복원된 녹취록 녹취 파일을 틀어봤을 때 그 단어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 안 된 것”이라며 “(MBC는)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넣은 것”이라 주장했다.

▲10월 6일 SBS '8뉴스'(위) 및 JTBC '뉴스룸' 갈무리
▲10월 6일 SBS '8뉴스'(위) 및 JTBC '뉴스룸' 갈무리

조선일보는 이를 “고발 사주 의혹, MBC만 ‘윤석열’ 적시…김어준은 그 기사만 인용” 제목의 기사에서 “다른 언론 가운데 윤 전 총장 이름이 녹취에 담겼다고 쓴 곳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MBC 보도만 인용해 방송을 진행했고, 윤 전 총장 측이 이에 반발해 언쟁이 벌어졌다”면서 논쟁을 전했다. 이 밖에 ‘조국 흑서’ 공동저자로 꼽히는 권경애 변호사가 SNS에서 비슷한 취지로 제기한 주장이 기사화되면서 녹취록이 의혹의 한 축으로 제기되는 양상이다.

문소현 뉴스데스크편집팀장은 미디어오늘에 “고발 사주 의혹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취재로 확인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했을 뿐이다. 따라서 ‘MBC는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넣은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당사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이름 거론’을 문제삼고자 한다면 타사의 녹취록 보도에서 ‘윤석열’을 ‘검찰’로 표현한 것은 취재가 안된건지 이름을 일부러 안 넣은건 아닌지를 의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선 ‘MBC만 윤석열을 적시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 팀장은 “YTN, 연합뉴스 등 다른 매체들도 관련 기사에 이름을 적시하고 있다”며 “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을 기사화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보도 행위를 마치 불순한 의도와 배경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이야말로 의도와 배경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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