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정부광고 집행 지표로 도입하겠다며 발표한 열독률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지역신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 종이신문을 발행한 적이 없는 신문사에 열독률이 잡히면서 꾸준히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 중에 열독률이 아예 잡히지 않는 곳도 있었고, 유료구독률은 책정됐지만 열독률은 책정되지 않은 신문사도 있었다. 전국에서 5만명 밖에 조사하지 않아 부정확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기존 지표인 부수의 경우 전국신문과 지방신문의 차이가 컸지만 열독률 지표는 구간별 차이가 크지 않아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3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778명을 대상으로 10월11일부터 12월3일까지 두 달간 실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열독률 조사는 최근 1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30일 내놓은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 표지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30일 내놓은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 표지

 

그러나 최근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신문사도 열독률 통계에 등장했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지역신문들의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에 따르면 바지연 회원사인 A신문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운영하고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있지만 열독률 0.0006%, 구독률 0.0008%, 유료구독률 0.0008%라고 나왔다. 언론재단의 조사기간 중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았는데 열독률과 구독률 등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라는 게 바지연 측의 주장이다. 그 외에도 열독률 조사에 이름이 등장한 일부 신문사들은 조사기간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았는데 열독률이 잡혔다. 

유료구독률, 즉 돈을 내고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열독률 조사에는 통계가 잡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당진시대는 유료구독률과 구독률이 각 0.0028%로 나타났지만 열독률 조사에서는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열독률 조사는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6년 언론재단 조사를 보면 당진시대는 당진군 내에서 대전일보(4.9%)나 농민신문(2.1%) 등을 제치고 인지도 조사에서 1위(31.7%)를 차지하는 등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신문사다. 

최 국장은 “지역별로 몇 명을 조사했는지 알 수 없고, 조사를 한 사람 중에 해당 신문사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나”라며 “조사 샘플(전국 5만명)이 적은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조사에 응하면 지역신문들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신문 망신주기 평가”라고 말했다. 바지연 회원사 중 원주투데이, 해남신문, 당진시대 등이 ABC협회 인증 유료부수 4000부가 넘는다. 그럼에도 당진시대와 해남신문은 열독률이 잡히지 않았다. 

바지연 측은 5만명 조사로는 지역신문들의 열독률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이전부터 해왔다. 이영아 바지연 회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광고 지표 관련 문체부와 간담회에서 여러차례 5만명 조사로 지역신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될 수 없어서 재수 좋게 (열독자가) 한명 나오면 열독률 통계가 잡히고 그렇지 않으면 열독률 조사에 잡히지 않는다”며 “5만명을 1:1 대면조사하는 대신 ARS로 하면 훨씬 많은 인원을 조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지연 회원사 46곳 중 열독률 조사에 나타난 신문사는 20여곳에 불과하다. 신문을 제대로 발행하고 지역신문 정체성을 유지하는 곳 상당수를 독자가 없는 신문사로 만든 꼴이다. 바지연 측에서 “ABC 부수인증을 하면 부수가 나오는데 열독률 조사에서는 아예 유령신문이 돼 버렸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아 회장은 “ABC 부수를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급하게 조사하다보니 한계가 나타났다”며 “샘플 수를 대폭 늘려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문. 사진=pixabay
▲ 신문. 사진=pixabay

 

이에 문체부 측은 기존의 부수방식에 비해 전국지와 지방지의 차이가 오히려 줄었고, 열독률 조사 결과 신문사들을 다섯 구간으로 나눴는데 구간별 배점 차이가 크지 않아 열독률의 작은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존 부수체계는 전국지와 지방지 차이가 수십, 수백배에 달하지만 이번에는 5구간으로 나눠 5점씩만 배점을 해서 아예 열독률이 안 잡힌 신문사들과 최고 구간의 격차가 20점에 불과했고 열독률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서 정부광고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국지 20만부와 지역신문 2000부는 100배 차이가 나지만 열독률에서는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지 사이에서도 차별을 둬야 한다고 할 때,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정부광고법에 따라 정부기관이 언론재단에 정부광고를 의뢰할 때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곳에 종이신문 열독률 통계가 잡힌 것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며 “발행이 제대로 안 되면 지자체를 통해 확인해 간행물 등록 취소절차를 밟게 돼 있는데 등록이 돼 있어서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인터넷 기사만 송고해도 간행물 등록 상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문체부 측 설명은 미흡하다. 

종이신문 발행여부를 확인한 뒤 문체부 관계자는 A신문사에 대해 “정상발행 지표와 크로스(체크)해서 인쇄매체 정부광고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행물 등록이 돼 있더라도 종이신문 발행이 제대로 안 되는 곳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선행하고 재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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