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헤럴드, G1(강원방송), UBC(울산방송), 전자신문, 아시아경제, KBC(광주방송), 매일신문.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들이다. 서울신문과 헤럴드, UBC, 전자신문은 건설사가 대주주로 올라섰다. 아시아경제는 KMH에서 사모펀드로, KBC는 건설사에서 금융투자회사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매일신문은 천주교재단에서 지역 연고 기반의 운송회사가 대주주로 올랐다.

언론의 지배구조를 확인해 8년 전과 비교한 결과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는 8곳이다. 5곳이 건설사, 2곳이 사모펀드, 1곳이 운송회사가 대주주가 됐다. ‘기업의 언론 소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정 유형의 기업이 언론을 소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집계는 전자공시시스템,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연감,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등의 자료와 취재를 종합했다.

▲서울신문 지분구조 변화.
▲서울신문 지분구조 변화.
▲헤럴드 지분구조 변화.
▲헤럴드 지분구조 변화.
▲G1(강원방송) 지분구조 변화.
▲G1(강원방송) 지분구조 변화.
▲UBC(울산방송) 지분구조 변화.
▲UBC(울산방송) 지분구조 변화.
▲전자신문 지분구조 변화.
▲전자신문 지분구조 변화.

최대 주주가 바뀐 언론사들은 어김없이 보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5월 호반건설은 KBC 지분을 전량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같은 해 7월 IT 전문지인 전자신문(43.7%)과 EBN을 사들였다. 전자신문은 호반건설의 인수 직전 1년간 한두 건에 불과하던 호반그룹 관련 동정 또는 홍보성 기사를 인수된 이후 40건 넘게 작성했다.

호반건설은 2019년 포스코로부터 사들인 지분 19.40%에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지분 28.63%를 사들여 총 48% 넘는 지분을 갖게 됐다. 8년 전 서울신문의 대주주는 우리사주조합(30.59%),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30.49%), 3대 주주는 포스코(19.40%), 4대 주주는 KBS(8.08%)였다.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이 건설 자본이 소유한 언론으로 변화한 것이다.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동정보도.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동정보도.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동정보도.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된 호반그룹 관련 동정보도.

‘서울신문 회장 김상열’ (2021년 12월14일 1면) ‘호반그룹·서울신문 KLPGA 대회 연다’(4월12일자 1면) ‘2022 호반배 서울신문 세계여자바둑패왕전’(5월13일자 1면) 등.지난해 10월 호반그룹이 서울신문 1대 주주로 등극하며 낸 기사 제목이다. 서울신문은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호반그룹 관련 동정 또는 홍보성 기사를 쓰지 않았으나, 이후엔 20개 넘는 호반그룹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지난 1월 서울신문은 2019년 57건 넘게 연속 보도한 호반그룹 검증 기획기사를 모두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측을 비판했다. 호반건설과 관련한 논란에 호반건설 소유 신문들은 침묵을 이어갔다.

‘중흥건설, ‘고양덕은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 22일 견본주택 개관’. 2019년 11월18일 오후 이 같은 제목의 기사가 헤럴드경제 네이버 구독 페이지 메인 기사에 걸렸다. 단순 건설사 홍보 기사로는 이례적인 배치였다. 같은 해 5월 ㈜헤럴드는 중흥토건(주)이 대주주가 된 이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헤럴드경제 기자들은 공정보도위원회에 대주주 분양 관련 기사가 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메인기사로 배치됐는지 경위 파악을 해야한다며 반발했다.

▲2019년 11월18일 오후 ‘중흥건설, ‘고양 덕은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 22일 견본주택 개관‘이라는 제목의 헤럴드경제 기사가 네이버 페이지 메인에 걸렸다. 사진=헤럴드경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화면 갈무리.
▲2019년 11월18일 오후 ‘중흥건설, ‘고양 덕은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 22일 견본주택 개관‘이라는 제목의 헤럴드경제 기사가 네이버 페이지 메인에 걸렸다. 사진=헤럴드경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화면 갈무리.

G1은 원래 강원도 기업인 ㈜대양(29.68%)이라는 건설자본이 최대 주주였으나, 2017년 같은 강원도 기업인 (주)SG건설을 대주주로 맞이했다. G1은 ㈜대양이 대주주이던 시절인 2004년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는데, 사측이 노조를 와해 하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 2018년 6월 G1 ‘뉴스퍼레이드 강원’은 원주지역 아파트 분양 소식을 전하면서 SG건설의 아파트 견본주택 전경과 회사 로고, 아파트 내 태양광 발전시설, 전기자동차 충전소, 아침밥 서비스 등을 홍보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프랜지공업이 대주주였던 UBC는 2019년 3월 ㈜삼라(30.00%)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사모펀드가 언론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건설사가 SBS(태영그룹 36.92%)를 비롯한 지역 매체 등에서 대주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 반복됐지만,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경우는 흔치 않다.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개인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서 나눠 갖는다. 보통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을 가지고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의 주식을 되파는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아시아경제는 지난해 7월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30.75%)를 최대 주주로 맞이했다. 현상순 아시아경제 회장은 취임 직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시아경제를 1등 경제신문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사모펀드의 운영 방식을 잘 알기에 대주주 변경 소식에 아시아경제 기자들은 긴장했다.

전보단 걱정이 줄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다. 아시아경제의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초창기와 달리 의구심이 많이 사라지긴 했다. 언젠가는 경영에서 손을 뗄 수도 있겠지만, 5년 경영해서 뚝딱 팔고 나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사모펀드라는 속성 때문에 우려가 된다. 적당히 경영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누군가에게 또 손바뀜되는 상황을 늘 걱정한다. 경영진이 언론 재투자를 현실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광주민영방송 KBC의 최대주주는 호반건설에서 제이디투자(유)로 변경됐는데, 같은 해 12월 보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개국 이래 처음으로 구성원들이 성명을 냈다. 앞서 2011년 KBC는 대주주를 호반건설로 맞이한 이후 호반건설의 이해관계에 맞게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2015년 KBC는 호반건설이 추진하는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 일대에 48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 과정에서 광주시청과의 마찰이 생기자 저녁 메인뉴스에서 광주시를 비판하는 리포트 10개를 연속으로 보도했다.

▲KBC(광주방송) 지분구조 변화.
▲KBC(광주방송) 지분구조 변화.
▲아시아경제 지분구조 변화.
▲아시아경제 지분구조 변화.
▲매일신문 지분구조 변화.
▲매일신문 지분구조 변화.

민영방송의 경우 G1과 UBC는 건설사가 대주주이고, 청주방송(CJB)은 ㈜두진(36.22%), 부산·경남방송(KNN)은 ㈜넥센(39.44%), 대구방송(TBC)은 ㈜귀뚜라미홀딩스(28.68%), 제주방송(JIBS)은 ㈜한주홀딩스(31.00%), 전주방송(JTV)은 일진홀딩스(주)(40.00%), OBS(경인TV)는 영안모자(주)(33.61%) 등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 역시 대주주 관련 보도로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대주주 관련 사업을 홍보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다. JIBS는 지난해 대주주의 사업체를 홍보하는 리포트를 보도해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해당 리포트에 대해 심의위원들은 당시 “리포트에 사주의 온 가족이 다 나왔다. JIBS는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한 민영방송의 노조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대주주 관련 보도를 완전히 없애기는 조금 힘들다. 회장이 보도국 관계자와 통화하는 걸 일일이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대한 대주주 관련 보도는 자제하고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해 창피했던 적도 없지 않다”고 했다.

왜 이들 건설사들이 언론 인수에 열을 올릴까. 지역 건설사가 서울(중앙)로 진출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남지역 기반 기업인 중흥건설은 ‘남도일보’를, 호반건설은 ‘KBC’를 소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헤럴드와 서울신문이라는 중앙 언론에 진출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중앙에서 인프라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지역 기반으로는 확장성이 없다. 지역에서 성장한 건설사들은 전국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서울로 옮겨간다”고 설명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건설업이 기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특히 중흥과 호반은 반도나 IS동서 등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이미 언론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이라며 “그런 건설사들이 중앙에 진출해서 호남 지역에서 언론 주주를 하면서 했던 행위를 중앙에서 실현하지 않을지 눈여겨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과거 서울신문의 호반 비판 기사를 지운 수준인데, 앞으로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이윤추구를 위해 서울신문을 이용할까봐 걱정이다. 서울신문 대주주로서 서울시장이나 국토부장관 등을 만나 자신의 인맥을 넓히고 영향력을 넓히려고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금융자본의 소유’에 대해 심영섭 교수는 “사모펀드는 일정한 자산이 있는 언론사들을 인수할 것이다. 언론사의 경영 효율화를 하면 몸집이 작아지면서 매각하기 적당한 규모로 정리가 가능하다”며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경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홍성철 교수는 “이들이 사모펀드나 금융투자회사의 옷을 언론사 사주로 갈아입는 역할을 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으로 바뀌어 가는 건 언론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 기존의 언론사를 건설사나 사모펀드가 소유해 돈을 더 받고 파는 것밖에 안 된다. 언론사라는 신뢰를 자본이 사고팔고 있다. 언론사를 상업화된 물건으로 여기는 게 맞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JB(청주방송) 지분구조.
▲CJB(청주방송) 지분구조.
▲JIBS(제주방송) 지분구조.
▲JIBS(제주방송) 지분구조.
▲JTV(전주방송) 지분구조.
▲JTV(전주방송) 지분구조.
▲KNN(부산 경남방송) 지분구조.
▲KNN(부산 경남방송) 지분구조.
▲OBS(경인TV) 지분구조.
▲OBS(경인TV) 지분구조.
▲TBC(대구방송) 지분구조.
▲TBC(대구방송) 지분구조.
▲TJB(대전방송) 지분구조.
▲TJB(대전방송) 지분구조.
▲강원일보 지분구조.
▲강원일보 지분구조.
▲경남신문 지분구조.
▲경남신문 지분구조.
▲경인일보 지분구조.
▲경인일보 지분구조.
▲광주일보 지분구조.
▲광주일보 지분구조.
▲국제신문 지분구조.
▲국제신문 지분구조.
▲대전일보 지분구조.
▲대전일보 지분구조.
▲부산일보 지분구조.
▲부산일보 지분구조.
▲영남일보 지분구조.
▲영남일보 지분구조.
▲인천일보 지분구조.
▲인천일보 지분구조.
▲한라일보 지분구조.
▲한라일보 지분구조.
▲JTBC 지분구조.
▲JTBC 지분구조.
▲MBN 지분구조.
▲MBN 지분구조.
▲TV조선 지분구조.
▲TV조선 지분구조.
▲채널A 지분구조.
▲채널A 지분구조.
▲SBS 지분구조.
▲SBS 지분구조.
▲뉴시스 지분구조.
▲뉴시스 지분구조.
▲머니투데이 지분구조.
▲머니투데이 지분구조.
▲경향신문 지분구조.
▲경향신문 지분구조.
▲국민일보 지분구조.
▲국민일보 지분구조.
▲동아일보 지분구조.
▲동아일보 지분구조.
▲문화일보 지분구조.
▲문화일보 지분구조.
▲세계일보 지분구조.
▲세계일보 지분구조.
▲조선일보 지분구조.
▲조선일보 지분구조.
▲중앙일보 지분구조.
▲중앙일보 지분구조.
▲한겨레 지분구조.
▲한겨레 지분구조.
▲한국일보 지분구조.
▲한국일보 지분구조.
▲매일경제 지분구조.
▲매일경제 지분구조.
▲이데일리 지분구조.
▲이데일리 지분구조.
▲한국경제 지분구조.
▲한국경제 지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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