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방송작가의 불평등․원고료 불공정 관행 개선을 논의하겠다며 출범한 방송작가특별협의체가 6차례 회의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가 지난해 KBS에 산별교섭을 요구했지만 대신 특별협의체를 개최한 가운데 이마저도 흐지부지되는 셈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S에서 받은 방송작가특별협의체 회의 현황 자료를 보면 KBS와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총 여섯차례 회의를 열었고 논의 안건은 △원고료 기준 마련 △현행법 준수한 계약서 작성 △지역작가 처우개선 △비정규직 고충처리 기구 설치 등 방송작가유니온의 4대 요구안이었다. 격주 정례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별도 운영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실이 회의록(속기록)을 요청했지만 KBS 측은 “별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첫 회의는 지난 3월2일 KBS 정책기획부와 지역정책실 관계자,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 3명 등이 참석해 4대 요구안에 대한 양측 입장을 공유했다. 지난 3월23일엔 1차 회의 양측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과 안건별 추가 의견을 논의(2차 회의)했고 지난 4월6일에는 방송작가 원고료와 자료조사원 자료조사비 기준을 논의(3차 회의)했다. 

지난 4월20일 4차 회의에선 지역 프로그램 재방료 지급 기준과 표준계약서 정비 내용을 논의했고 지난 5월11일 5차 회의 논의내용은 지역 프로그램 재방료율 협의와 지역 프로그램 제작비 인상 요구였다. 지역 프로그램 재방료율 협의를 논의한 지난 8월3일 6차 회의를 끝으로 이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 사진=방송작가유니온
▲ 사진=방송작가유니온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지난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8월 회의를 끝으로 협의체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4월까지는 계획대로 격주마다 회의를 열었지만 이후 5월에 한차례, 8월에 한차례만 열렸다. 해당 관계자는 “지역작가들 차별 개선 중 그나마 논의한 게 재방료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에 따르면 KBS 서울 작가들이 30%의 재방료를 받지만 지역방송사의 작가들은 재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KBS 규정상 전국에 방송이 돼야 재방료를 지급하는데 지역KBS의 경우 해당 지역에만 주로 재방송을 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재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KBS에서 지역 재방료 3%를 제시했는데 1만원도 안 되는 돈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방송작가 등 방송계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들이 사내에서 노동자성으로 인정받을 만한 부분을 제거할 게 아니라 프리랜서로서 처우를 개선해 작가들에게 프리랜서와 노동자 중 고를 선택지를 만들어달라는 게 작가들 요구다. 

이런 맥락에서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 방송작가들에게 해당하는 지역방송 재방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협의체가 중단된 사실은 향후 작가노조가 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의원실은 방송작가특별협의체 재개에 대한 MBC 입장을 물었다. 이에 MBC 측은 “MBC는 협의참여자들이 성실한 모습으로 회의에 임한다면 언제든 논의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EBS는 방송작가유니온 측에서 공식 제안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정문 의원은 14일 미디어오늘에 “방송작가의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관행은 공영방송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협의에 임해 공영방송사로서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정문 의원실
▲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정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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