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방송통신위원회 등 어딘가에 호소할 땐 3200여명에 포함하고, 고용과 임금 보장을 확인하고 싶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3200여명(2500여명은 협력사 직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10월30일 방통위 처분 결정 후 비정규직 A씨 발언)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 월급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 없다.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월급 보전을 못 한다는 말 아닌가.” (2022년 11월3일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 후 MBN 비정규직 B씨 발언)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 연합뉴스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 연합뉴스

2020년 10월30일 방통위가 MBN이 종합편성채널 개국 당시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월 MBN은 불복해 ‘6개월 업무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행정처분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은 받아들였지만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선 지난 3일 패소 판결을 내려 업무정지가 현실화됐다. MBN은 지난 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가처분 신청’도 다시 낼 계획이다.

MBN 패소에 불안 가중, “제대로 된 설명 없어”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2년이 흘렀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10월30일 방통위의 행정처분 결정 이후 같은 해 11월25일 전국언론노조 MBN지부와 MBN 사측은 고용 및 임금과 관련한 노사 합의를 했다. 사측은 직원들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원들의 처우 보전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MBN의 비정규직 사원 A씨는 “회사가 계약직 사원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지,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언제 ‘나오지 말라’고 말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이 더 불안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계약 기간 내에 해지하면 관련 비용을 지불해 주는 거로 알고 있지만 사실 잘 모른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비정규직 사원 B씨는 “비정규직은 기자나 PD 등 정규직 사원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잘리면 어쩌나 걱정한다”며 “회사는 6개월 이후에 사람 새로 뽑는 게 더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달래긴 하는데, 정작 6개월간 우리의 임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복수의 MBN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업무정지가 될 경우 계열사 방송채널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추상적으로 전했다. 비정규직 사원 C씨는 “처우 보장의 일환으로 유튜브나 타 플랫폼에서 방송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만들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으로 원고료가 유지되거나 타 플랫폼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등은 이야기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왼쪽부터) 나석채 MBN지부장과 류호길 MBN 대표이사가 2020년 11월25일 오후 매경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노사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MBN지부.
▲(왼쪽부터) 나석채 MBN지부장과 류호길 MBN 대표이사가 2020년 11월25일 오후 매경미디어그룹 사무실에서 노사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MBN지부.

정규직 노동자들도 불안한 상황이다. MBN은 1심 판결 이후 구성원들에게 경위와 계획을 설명하는 공식적인 공지를 낸 적이 없다. 1심 재판 당시 자신감을 보인 회사를 믿고 있던 구성원들은 ‘불통’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MBN PD인 D씨는 “국장은 ‘걱정하지 말라. 6개월 정지되더라도 직원들 생존권은 지켜준다’는 식으로 회사의 자본 상태를 설명해 줬다. 규모가 있어서 버틸 수 있다고 얘기했다. 지켜줄 테니 믿고 따라가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PD인 E씨도 “경영진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걸 믿었는데, 공허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인력 유출’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D씨는 “기회가 오면 (다른 언론사)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고급인력은 다 나가겠다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E씨는 “정규직 직원들은 협약을 맺어 직위 보전이 가능할 것 같지만, 6개월이 지난 후 영업손실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MBN 기자인 F씨는 “승소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1심 판결에 대해 회사에서 사과나 입장 발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장대환 회장 눈치를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임원진들은 위만 보지 말고 구성원들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F씨는 “부장단을 제외한 일반 구성원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다”며 “어떻게 채널 번호를 지킬 것인지, 어떤 재원을 통해 직원들의 임금을 마련할 것인지, 온라인 등 어떤 채널을 통해 보도할 건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 동요하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왜 동요하지 않아도 되는지 설명하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MBN은 1심 판결 후 평사원이 아닌 ‘부장급’ 회의만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평사원들과 대책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MBN, 영업손실액 미리 확보, ‘채널 사수’ 가능할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MBN 사측은 부장급 인사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2심과 3심까지 최선을 다해 소송을 진행할 것 △6개월 업무정지가 실행돼도 500명의 정규직 사원에게 월급을 줄 수 있도록 할 것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 △광고주 등에 광고를 빼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것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MBN은 재판이 장기화되는 동안 업무정지에 대비해 정규직 노동자 500명의 평균 연봉의 6개월 치에 달하는 비용을 포함해 예상되는 영업손실액인 650억 원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 KBS 9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3일 KBS 9뉴스 화면 갈무리.

MBN 업무정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MBN 사측도 ‘채널 번호 유지’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종편은 10~20번대 황금채널에 자리잡고 있는데 업무정지 기간 동안 MBN 채널이 공백이 된다.

복수의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채널을 제외하기보다는 채널을 틀었을 때 화면 송출이 안되는 ‘블랫아웃’이 되거나 채널이 뜨지 않고 자동으로 넘어가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행정처분 이슈가 있었을 때부터 검토했다. 보통 방송사업자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는데 이번 처분은 1년도 아니고 6개월이라 다른 채널이 MBN 채널에 들어오긴 어려울 것 같다”며 “블랙아웃 상태로 방통위 처분 안내자막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다른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도 “블랙아웃 상태로 6개월간 유지되거나 아예 번호를 뺀 채로 6개월을 보낼 것 같다”며 “비교적 짧은 기간 정지상태였다가 돌아오게 되는데 다른 방송사업자에 MBN 채널을 쓰게 할 경우 이후 양 사업자로부터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광고의 경우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아마 광고주들은 광고를 거의 안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돈은 내고 광고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데,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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