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MBC의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가 헌법수호 책임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는데, 누가 헌법 가치를 침해하고 훼손하는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언론의 자유다.”(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현재 정부·여당의 행태는 1987년 정치 체제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MBC는 ‘국익을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YTN 지분 매각을 결정했고, 서울시의회는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지난 18일 열린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언론 대응을 평가하는 토론회 ‘미디어 공공성 위기: “나를 고발하라”’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결국 정부·여당에 대해 감시·견제 기능을 가진 공적 언론을 약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미디어 공공성 위기: “나를 고발하라”’. 사진=윤수현 기자.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미디어 공공성 위기: “나를 고발하라”’. 사진=윤수현 기자.

“정부·여당이 공영방송 장악 못해도 내부 혼란 생길 것”

김서중 교수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KBS·MBC 등 공영방송을 집중적으로 탄압했는데, 현재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국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부에 혼란이 생기고 언론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붕괴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17일 대기업 등에 MBC 광고 불매 운동 동참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김서중 교수는 “비밀리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광고 불매 이야기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감시·견제가 위축되거나 약화하는 걸 겨냥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 역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언론관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라며 “10년 전이 아니라 1987년 정치 체제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기재부의 YTN 사영화 시도에 “전두환의 언론통폐합보다 더 반문명적”이라며 “뉴스 채널 소유 구조는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논의를 한다. 그런데 기재부가 매각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건 큰 과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미디어 공공성 위기: “나를 고발하라”’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특별토론회 ‘미디어 공공성 위기: “나를 고발하라”’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강상현 “MBC·YTN·TBS, 몰상식한 일 한꺼번에 쏟아져”

강상현 연세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말하던데, 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것 아닌가”라면서 “윤 대통령이 MBC의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가 헌법수호 책임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는데, 누가 헌법 가치를 침해하고 훼손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MBC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YTN 지분 매각 결정, TBS 지원 중단 등 무섭고 몰상식한 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언론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면 현재와 같은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개혁 로드맵을 실천하는 것은 실패했다”며 “미디어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위원회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제도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했다”며 “KBS 의사 결정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것에는 미온적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 다수당이 제대로 하지 않은 원죄가 있다”며 “민주당이 반성하고 새로운 방안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규탄했다.

▲KBS, MBC, TBS, YTN. 디자인=안혜나 기자.
▲KBS, MBC, TBS, YTN. 디자인=안혜나 기자.

“YTN 지분매각, 자본 특혜만 남기는 부당거래”

MBC·YTN 측도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의 언론 탄압을 비판했다. 신호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기재부의 YTN 지분 매각 시도를 ‘재벌 특혜’로 규정했다. 신 전 지부장은 “YTN 지분 매각은 결국 자본에 대한 거대한 특혜만 남기는 부당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논의해온 게 2~3년 됐다”며 국회가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의 언론관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돼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중요한 건 연대와 기록”이라며 “언론 현업과 학계, 시민사회의 연대가 확산해야 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가 꾸준히 열렸는데 이런 활동이 재개돼야 한다.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기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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