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MBC TV는 구립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아동을 가혹하게 대하는 영상들을 방송했다.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학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큰 충격을 줬고 여러 언론에서 ‘도가니’라는 표현을 써가며 앞다퉈 보도했다. 경찰은 전담 수사반을 꾸리며 적극 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 CCTV가 중요한 범죄 증거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이 영상이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이라면? 그런 추정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방영된 영상 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어린이집 IPTV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을 때 IPTV 업체가 현장에서 상영한 것이다. 해당 업체는 어린이집에서 촬영된 CCTV를 인터넷으로 독점 공급하는 IPTV 사업자로서 어린이집 CCTV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 영상을 상영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IPTV는 정책 타당성 검증이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 왔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 보육’ 정책을 시행하면서 장기적인 예산이나 인적 지원 보다는, 가시적인 효과가 큰 CCTV를 택했다. 특히 특정 업체에 독점적인 CCTV 인터넷 중계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는 바람에, 부모들은 특정 업체 IPTV에 가입할 것이 요구됐고 어린이집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했다. 서울시는 해당 업체로부터 서면으로 된 제안서나 계약서를 받은 바도 없다고 했다.

   
▲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 11번째 리포트 모습. 앞서 MBC는 지난 14일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뉴스를 단독 보도했다. ⓒMBC
 
게다가 인터넷으로 아동의 모습과 음성을 녹화한 영상을 수집 및 전송하면서 부모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은 불법 논란을 불렀다. 대부분의 부모는 인터넷으로 아동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 했지만, 어떤 부모는 아동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것에 반대했다. 개인정보 전송에 동의하지 않는 아동과 동의하는 아동이 한 화면에 공존할 경우 정보주체별로 영상을 분리하여 처리할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업체는 "녹화는 없다, 유출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토론회에서 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업체에 의해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열람되고 녹화됐으며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결국 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그런데 이 영상이 이번에 방송에 사용된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아동에 대한 가혹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보육이나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CCTV에 의존해야 할까? 무엇보다 아동의 개인정보에 대한 무단 유출도 중대한 폭력이다. 어린 시절의 영상은 평생에 걸쳐 당사자도 모르는 채 인터넷 등을 떠돌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어린 시절 유투브 등에 오른 영상으로 평생에 걸쳐 놀림 받는 사례들이 심각하게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9월 30일 새로 발효한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법적으로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녹음을 금지하는 한편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영상이 사용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를 중계하는 업체가 자신이 중개하는 비공개 영상을 마음대로 열람하고 녹화하고 유출했다면 이는 불법이자 중대한 정보인권 침해이다.

언론의 사회 고발은 중요한 공익적 행위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CCTV 영상을 구하여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모든 곳은 잠재적인 범죄 장소이다. 공개된 장소 뿐 아니라 어린이집과 같은 실내, 심지어 가정 내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폭력과 범죄가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런 폭력과 범죄에 반드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곳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녹화해 그것을 인터넷에서 중계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보 감옥이나 다름 없어질 것이다. CCTV 영상이 중계되어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면 이 세상 모든 폭력이 사라질까? 오히려 은밀한 폭력이 조장될 수도 있다. 감시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폭력이다. 이번 CCTV 영상의 유출과 방영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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