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강희철 한겨레 기자는 매우 회의적이다.2017년 4월부터 만 3년간 한겨레 법조팀 선임기자였던 그가 5월 책 ‘검찰외전: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를 펴냈다. 이 책은 법조팀 선임기자로 연재했던 ‘법조외전’ 기사들을 추려 새롭게 엮은 것이지만, 문재인 정권과 검찰 사이 갈등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검찰외전’은 주목할 텍스트다.강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조국이 창조한 도그마에 사로잡힌 탓”이라는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PD 이채훈(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비상임이사)을 처음 만난 건 약 4년 전이었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관련 기사를 준비하기 전, 그에게 조언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가 MBC의 역사 교양프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반민특위 편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상파에서도 현대사를 말하기 시작한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다. 1화인 제주 4·3편 역시 그가 연출했다. 현대사에 무지한 터라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이 방송들을 수없이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를 MBC 시사교양 PD
“나는 병에 걸릴까 봐 겁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뭘 걱정하느냐고? (...) 내가 알고 있는 문명의 구조가 엉성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탈리아의 소설가 파올로 조르다노(Paolo Giordano)가 봉쇄된 로마에서 격리하며 써내려간 글의 일부다. 그가 2월 말부터 자가격리된 상태로 코로나19에 대해 써내려간 글이 모여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소설 ‘소수의 고독’으로 이탈리아 대표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 그가 격리 상태에서 쓴 글들은 이탈리아의 현 상황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가 직접 본 이탈리
친구랑 같이 살기로 해보자. 일단, 같이 살 집을 알아봐야 한다. 방 2~3개짜리 방을 구할 텐데 방 크기가 같은 집은 한국에서 찾기 어렵다. 혼인으로 만든 3~4인가구가 살만한 집만 즐비하다. 신혼부부가 아닌 이상 친구와 함께 공공주택에 입주하거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방법은 없다. 누군가 혼자 대출을 받아야 한다. 집주인 역시 부부가 아닌 이상 한 명과 계약하려고 할 것이다. ‘더치페이’를 할 수 없다.어찌어찌 집을 마련해도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같이 사는 사람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도 없고, 자동차 보험도
이 책에는 25명의 글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태어난 시기와 삶의 터전, 쓴 글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돈을 벌려고 글을 썼고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없었다. 생계를 위해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녀들은 크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평생에 걸쳐 여성이 글을 쓴다는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다. 이들은 글을 쓰며 이 아픔을 치유하고 조금씩 극복해 갔다.나단 고디머는 19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리투아니아 출신 아버지와 영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단 고디머는 당연히 백인으
광고의 역사는 물론이고 광고의 이론과 원리, 광고 속 숨은 의미를 읽어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광고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 활동을 조망했는데 경제와 사회, 문화의 변화를 작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엔진 역할을 수행한 광고를 보여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전과 PR, 광고의 역사를 통해 이들의 차이를 말한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가치를 획득하고 거래 활동을 지속해왔는데 이 활동에 광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지와 말로 사람들 무의식에 파고들어 물건을 사고 소비하도록 권하는 광고의 속성은 고대부터 시작
심각한 뉴스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에 취해 있었다. 세계의 중대한 소식을 접하면 이 세계에 녹아드는 듯 했고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여기며 살았다. 뉴스를 보면서 세계의 모든 면을 면밀히 들여다볼 ‘힘’을 가진 듯해 좋았고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자만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는 뉴스중독의 한 모습 중 하나였다. 도처에 널려있고 무료로 제공되는 뉴스를 게걸스럽게 소비하다 보니 스스로가 뉴스에 중독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 뉴스중독자가 스스로에게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 군이 숨졌다. 그리고 2년 후인 2018년 12월 김용균씨가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졌다. 이렇게 산업현장에서 죽은 사람이 지난해에만 855명이다. 돈 벌려고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가 죽음이라니…. 일하다 죽어도 기업의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업 처벌은 가벼웠다. 처벌이 이뤄져도 말단 직원 몇 명만 처벌받았을 뿐 진짜 책임이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나 임원은 무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인정 투쟁 등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노동자 생명과 건강 책임
현대사회에 살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하면서 쓰레기만 생산하는 인간이 지구에게 미안하다며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방법에 대한 대화와 행동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한 결과로 북극과 남극 빙하가 하루가 다르게 매일 녹고 해수면이 상승해 몇몇 섬나라들이 침몰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올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등장은 기후변화에 대
1964년 마셜 맥루한이 발표한 ‘미디어의 미래’는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같은 20세기의 ‘전자 미디어’가 인간의 생각과 감각을 지배하고 있던 문자의 독재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인쇄물 미디어에 갇혀 있던 개인의 자아가 영상, 음성으로 이뤄진 전자 미디어를 만나면서 전 지구적인 공동체 시각을 접한다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인터넷’을 만나면서 역사상 전례 없는 거대한 정보의 바다를 실시간 접하면서 살아간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즐기면서 끝없이 확장되는 인터넷의 영향력을 끊으려고 하
박래부 전 한국일보 기자는 1979년 봄 서울시 교육위원회(지금의 서울시교육청)가 구로공단 주변 7개 야학을 비인가 강습소라는 이유로 폐쇄해 700여 근로 청소년 대부분이 졸지에 배움터를 잃었다는 기사를 썼다. 기사는 몇 번의 고비를 넘긴 뒤 5월23일자 사회면 톱으로 나갔다. 경쟁지였던 조선일보 이원섭 선배 기자도 “오늘 좋은 기사 썼데”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파장은 컸다. 그 기사 탓에 편집국장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박래부 기자에게도 긴 하루였다. 교육청 출입하는 선배기자가 홍보기사를 써주기로 하고 겨우 무마됐다. 국장이 남
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문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인권선언문이 무색할 만큼 인간 존엄성과 권리가 짓밝히고 있다.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끌려간 여성도 있고,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부족을 집단 학살한 적도 있고, 선진국에서도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국가에 방해된다고 인터넷을 검열하고 차단하면서 개인 SNS를 실시간 감시한다. 이런 현상에 언제까지 분노만 할 것인가. 저자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과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면 세
지은이 하워드 웨이츠킨은 사회학과 의학 두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멕시코대학에서 오랫동안 가르쳤다. 저자는 칠레 아옌데 전 칠레 대통령이 1939년 의학자 시절에서 쓴 ‘칠레의 의료-사회적 현실’에서 출발한다. 병리학자였던 아옌데는 당시 인민연합 정부의 보건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이 책을 썼다. 아옌데는 질병을 유발하는 ‘노동계급의 생활조건’에 집중했다. 건강과 사회적 조건을 결합시킨 ‘사회의학’은 중남비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기준이 됐다.60~70년대 남미의 독재정권들은 하나 같이 지역사회 빈곤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추적해온
최고의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교는 취업양성소로 변했고 사학비리의 온상지가 됐다. 학생과 기업은 대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쓸모없다고 투덜대고 학문의 담론 대신 등록금이 화두가 돼 사학재단과 학생 사이에 불화가 쌓이고 있다. 벼랑 끝에 선 대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이 책의 지은이인 김창인씨가 기억하는 첫 대학 수업은 최악이었다. ‘진로탐색과 자기계발’ 수업은 신입생 모두가 의무 수강했던 과목인데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이 번갈아 가며 자신들 인생관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강의 들으
법대 교수와 경제학을 전공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이 공저한 이 책은 첨단 기술혁명이 판치는 현대 사회의 예견된 문제들에 독특한 해법을 제시한다. ‘경매’로 모든 걸 해결하자거나 투표권을 저축했다가 한꺼번에 행사하는 ‘제곱 투표’로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보강하자고 주장한다. 구글은 왜 구글 맵으로 여행계획 짜는 걸 도와줄까? 이를 통해 구글은 사용자 이동 패턴을 알고 그 정보를 모아 승차 공유 회사나 대중교통 플랫폼에 판다. 사람들은 자신이 데이터 생산자로 하는 노동이 디지털 경제에 얼마나 공헌하는지 모른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
“내가 언론사에서 일했던 초기 10년(1991~2000년)은 압도적인 종이의 성시였다. 중간 10년(2001~2010년)은 인터넷의 주류 진출기이자 종이의 혼란기였다. 마지막 기간(2011~2019년)은 모바일과 SNS가 지배하던 종이의 파시였다. 종이는 장례식을 준비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30년간 프린트 미디어와 함께해온 언론인 고경태가 자신의 편집 인생을 담은 신간을 냈다. 그는 1994년 3월 한겨레21 창간팀 막내 편집기자로 한겨레와 인연을 맺은 뒤 2005년 한겨레21 편집장을 맡으며 한겨레21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미술관에서 명작을 볼 때 우리는 그 명작에 거의 질문하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그 명작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학습한 상태로 만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동하는 건 두 눈으로 명작을 실제 접한다는 설렘과 경험 아닐까.그런데 명작이라고 배운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남성인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피에타’에 성모 마리아는 지나치게 젊다. 자식이 죽었는데 성모 마리아는 최대한 절제된 슬픔을 보여준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대개 오열하며 이름을 부르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픔에 못 이겨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피에타
값도 싸고 가공도 쉽고 무게도 가벼운 화합물,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오는 원료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물질들이 태어났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았는데 지금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노트북, 스마트폰, 테이크아웃 컵, 음료수병, 빨대, 펜. 비닐봉지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쓰인다.늘 우리과 함께 있는 이 ‘판타스틱’ 플라스틱은 이젠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바다거북이 발견되고
권력과 부조리에 맞서 용기를 낸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까.딴지일보 편집국이 7명의 공익제보자를 만났다. 재벌 갑질을 폭로한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부터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까지. 공익제보자들의 용기는 사회에 득이 됐고 조직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다주면서 많은 이들이 혜택을 입었지만 정작 이들은 이런 변화에서 제외됐다. 조직 구성원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을 먼저 말하고, 가장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대한항공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며 승무원이란 직업을 자
빨갱이, 급식충, 한남충, 김여사, 개독교 등. 현재 대한민국에는 사상, 종교, 사회적 신분, 성별 등을 비난하는 수많은 혐오 표현들이 난무한다. 혐오가 나무하는 세상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 대항 표현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는 인터넷 댓글에 보이는 참담한 혐오표현이 주는 불쾌감과 모멸감을 보고 혐오표현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특히 저자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는 ‘표현’ 행위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은 표현으로 대화하고 서로 소통하지만 순전히 ‘좋은 행위’만 하지 않는데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