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텐도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게임이 더 안전할까? 유튜브가 더 안전할까? 게임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와 분리되기 어렵고 중독 가능성까지 있어서 위험해 보인다. 반면 유튜브는 어린이용 콘텐츠가 별도로 있으니 유튜브가 낫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유튜브를 안 볼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유튜브 콘텐츠를 보호자 지도 하에 최소한만 보게 하고 게임은 일단 차단하는 게 차선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와 게임을 좋아했고 관련 분야 평론가로 활동하는 조경숙 작가(테크페미 활동가)는
책보단 저자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9대 국회,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였다. 지난 2014년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하던 시기다. 돌이켜보면 19대 국회 당시 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긴 현재 21대 국회의 민주당보다는 야당다웠던 것 같다. 당시 진 의원은 야당다운 민주당을 만드는 일원이었다. 두 번째 인연은 지난 20대 국회 말인 2020년 ‘외롭지 않을 권리’란 책을 냈을 때다. 끝내 발의하지 못한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데르센의 동화 는 “누군가의 초라한 언어감수성이 빚어낸 비극적 결과”(70쪽)다.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미운 새끼 오리’였어야 한다. 단어의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어감이 확 달라진다. 새끼가 어울리는 동물에는 ‘새끼 사슴’, ‘새끼 호랑이’ 등을 쓰면 되고 동화같은 느낌을 주려면 ‘아기 곰’, ‘아기 코끼리’라고 쓰면 좋다. 어류의 경우 ‘어린 물고기’ 등으로 쓸 수 있다.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언어가 적절한지 성찰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의 저자 강성곤 전 KBS 아나운서는
“농부들은/ 너무 많은 일을 했다/ 나라에서는 이를 어여삐 여겨/ 모든 일손을 놓고/ 쉬게 했다/ 몇 푼씩 보상비를 나눠주고/ 물걱정 농사걱정을 깡그리/ 잊게 했다/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쓰레기를 줍든/ 영세민 아파트에서/ 눈꼽낀 눈으로 멀뚱하게/ 고향을 생각하든/ 알 바 아니었다/ 다만, 먹고 자고 빈둥거리는/ 갈곳없는 긴 형벌을/ 관리들은 가가호호 선심 베풀며/ 나누어 주었다/ 누가 빠질세라 골고루” (고영조 중)경남 창원은 농민들의 땅이었다. 1973년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기계공업기지 예정지로 창원을 시찰하고 창원
책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미디어다. 보통의 미디어는 제작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해당 콘텐츠를 찾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실시간 쌍방 소통이 가능한 매체도 생겼다. 책에도 누군가가 제작한 콘텐츠를 전하는 기능이 있다. 출판은 아주 전통적인 매체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책 자체를 주고받는 관계가 존재한다. 책을 사고 팔거나 빌려주며 연결된다. 책을 같이 읽으며 소통하기도 하고, 단지 책을 모아놓은 공간이란 이유로 사람들이 모인다. 그런 면에서 책방은 또 하나의 미디어다. 최근 한국에 작은
2006년 1월, 군에서 발생한 의문사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가 설립됐다. 200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군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권고했고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2005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2008년말까지 활동하는 기구로 발족했는데 3년간 395건밖에 처리하지 못하자 유족 등의 항의로 2009년말까지 1년 활동을 연장했다.군사망진상위 조사기간이 한시적이었고, 신청기간은 더 짧았다. 1950년대부터 2005년까지 군에서 발생했을 수많은 의문사 중 2006년 한해동안 접수된 6
어떤 면에서 글을 쓰고 읽는 행동은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이다. 사치란 말이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발라내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조금 더 펼쳐보면 여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이 글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기 좋은 공간 중 하나가 동네책방이다. 정말 동네마다 책방이 있을 정도로 동네책방이 많다. 위트앤시니컬(유희경 시인), 책방이듬(김이듬 시인), 책방무사(가수 요조), 당인리책발전소(김소영·오상진 전 아나운서 부부), 니은서점(사회학자 노명우), 쩜오책방(사회학자
이 책을 가장 잘 소개한 글은 최경영 KBS 기자의 추천사다. “이렇게 가정해봅시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줍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완벽히 독립된 환경을 조성해줘요. 데스크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은 자신이 마음먹은 기사를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권력이나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보도는 완벽히 객관적으로 세상의 진실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⓵인간은 무지하고 ⓶정보는 광범위한데 ⓷정보를 쥐고 있는 정부, 기업 등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정보를 가공해서 내
※ 일부 비표준어, 장애인 비하 논란 표현이 있지만 원문 그대로 표기합니다. 조세희 작가가 지난 25일 오후 7시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세상에 나온 지 44년이 흘렀다. 독재정권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우화소설 기법을 썼지만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게 만든 작품, 최소한의 몫조차 없는 약자들 아픔에 공감하며 쓴 소설, 학창시절 한 번쯤 읽고 배우고 고민했던 ‘난쏘공’을 다시 펴들게 된다.1975년 12월 난장이(난쟁이) 연작 중 처음 내놓은 ‘칼날’을 시작으로 ‘뫼비우스의 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번 듣는 게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실제 경험해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경우는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聞)’, 백번 보는 게 한번 듣는 것만 못하다. ‘낭독 공연’에 대한 이야기다. 삼삼오오 모여 시 낭송을 하는 사람들이 아나라면 책을 소리내어 읽는 게 낯선 분위기에서 책 낭독이란 장르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KBS 성우들을 중심으로 경인방송 아나운서 등 이른바 프로들이 모인데다 전문 연출가까지 있는 ‘북텔러리스트(북텔러)’ 구성원들이 낭독에 대한 진심을 담은 책 ‘공감
이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점은 여러 곳이다.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삶을 고민하는 저자라서, 그러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본인이 퇴사를 고민하거나 아니면 창업·‘프리워커’를 고민하고 있어서, 회사를 떠난 뒤 긴장감 풀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막막해서, 꼭 퇴사가 아니더라도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을 참고하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스몰브랜더’라는 마케팅 회사를 만든 김시내·최수현은 저서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앞부분에선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일부를 인용했
쿠팡은 남다른 회사다. 지난해 기준 22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국내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매출을 넘어섰다. 그렇지만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로 지난해 적자는 전년 대비 190%가 늘어 누적 적자 6조 원을 넘어섰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을 위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손해를 감수하며 물건을 직접 매입해 재고로 쌓아둔다. 물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5년 이후 3조원 이상 투자를 했기 때문에 ‘시장지배를
이 책만큼 독자층이 분명한 책도 드물다.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첫째, 당장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수천에서 수억 원의 큰 목돈을 갖고 있다. 둘째,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 등 어딘가에 투자해서 큰 수익률을 낼 수 있을 만큼 투자에 밝다. 투자의 귀재다. 셋째, 반년 안에 해당 목돈을 어떤 투자처에 당장 투자할 의지와 실행력이 있다.”(114쪽) 이렇게 부동산 등 투자에 대해 실행력과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대신 부동산 투자를 해본 적이 없거나
“같은 것들은 같은 것들끼리, 다른 것들은 다른 것들끼리 놓고 서로 억지로 섞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네팔이 지금까지 민족과 종교 때문에 다툼을 벌이지 않았던 이유다. 서로 섞이지 않지만 서로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이게 네팔 사람이다. 서로가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존중한다. 다만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에는 타협하지 않는다.”(지극히 사적인 네팔, 245~247쪽)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라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며 적당하게 거리감을
유연근무제가 오해받고 있다. 최근 ‘유연근무’라는 단어는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주 52시간제 유연화’라는 표현으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소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시간 노동의 맥락에서 주120시간 노동을 꺼낸 것이 한몫하고 있다. 실제 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러면 주 9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획일적
민주주의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현대 민주주의의 근본적 모순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표자(지배자)와 국민들(피지배자)의 경계가 분명하다는데 있다. 대표자는 유권자들의 대리자를 넘어 지배자로 군림하는데 사회계약론에 기반한 대의민주주의는 지배자들이 만드는 법질서를 마치 전 국민이 합의한 것처럼 간주한다.우리가 언제 현행 법질서에 하나하나 합의했었나? 그냥 합의한 것으로 퉁(?)치는 과정에서 다수가 참여해야 할 민주주의는 소수가 지배하는 대의제로 변했다. 이때 권력자들은 선후관계를 뒤집는다. 유권자
최근 1년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낼 정치권 인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꼽는다. 국회의원 경험 없이 예상치 못하게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에 각각 당선된 두 인물이 ‘공정’을 외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들을 잘 설명할 키워드는 ‘능력주의’와 ‘혐오’라고 할 수 있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배분하자는 정치철학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와 관련이 깊다. 누구나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한다면 능력(업적)에 맞게 보상받는 게 정의롭다는 평가가 깔려있다. 기존 신분제 사회의 세
2008년 등장해 9년여간 이어진 21세기판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 중 하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다. 단순히 정부 관계자들이 문화예술인 몇 명의 정치성향을 부정확하게 작성한 차원을 넘어선다. 표현의 자유로 살아가는 언론·출판·문화·예술 등 전 분야에 걸친 사상검증과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었다. 유신헌법의 기초를 닦고, 간첩을 만들어내며 여론조작을 일삼던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된 사실은 우연일 수 없다.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한해 전인 2015년,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입막음 사례 22선’을 발표했다. 청와대 비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영화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일 것이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 이래 ‘원더풀 라이프’,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등 죽음과 상실, 슬픔과 치유를 다뤘고,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에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가족제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가족을 재해석해 주목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저서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를 펼칠 때 이러한 그의 영
가족은 치사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치사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못 했겠지만 가족이기에 치사한 일을 저지른다. 더럽고 치사해도 그런 게 가족인가보다 하며 체념한다. 어떤 가족은 여유가 많다. 소득과 재산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힘이 얼마나 충분한가의 문제다. 너그러움의 크기다. 경제상황일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이해의 깊이나 교양과 감수성의 수준, 시간적 여유를 포함한다. 여유가 있으면 가족 간 관용의 폭이 넓어지고 가족들이 상처를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대부분 가족은 여유가 부족하다. 넉넉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