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는 진실을 보도한 언론이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익명보도의 원칙이 법적으로 강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언론 윤리의 영역으로 맡겨놓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마련한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법 조항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1881년 언론자유법은 미성년 피해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미성년자가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보도할 때, 또는 취재원을 보호하고 싶을 때, 언론은 실명을
일하는 방식의 변화, 정보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디지털 기술의 영향, 직업과 관련된 불안정성…. 언론인이라는 직업은 전 사회를 휩쓰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점점 더 세지는 업무강도, 상대적 박탈감, 직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인해 주니어 기자들이 언론사를 떠나는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월4일 파리에서는 젊은 언론인의 교육 및 고용에 관한 대토론회가 처음 열렸다. 이 직업에 희망을 잃은 젊은 (예비) 언론인의 직업에 대한 진입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문화부의 지원을
‘앱실론’(Epsiloon)이라는 과학 전문 잡지가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 전문 잡지, ‘시앙스에비(Science & Vie)’ 출신 기자들에 의해 창간된 이 매체는 등장 전부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이들이 앱실론을 창간하게 된 데에는 씁쓸한 배경이 존재한다. ‘시앙스에비’는 대단한 명성을 지닌 매체다. 일반 대중을 위한 잡지, 시앙스에비뿐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시앙스에비 주니어를 발행하는 등 과학정보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이 매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환경 전문 매체도 광고와 주주 없는 모델이 가능할까? ‘르포르테르(Reporterre)’라는 인터넷 신문이 그런 사례다. 이 매체는 2007년 ‘르몽드’ 환경전문 기자였던 에르베 캄프(Herve Kempf)에 의해 “생태학적 위기, 사회적 불의 및 자유에 대한 위협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기에는 기사가 불규칙적으로 실려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사이트가 점차 안정되면서 탐사보도나 독점 인터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르베 캄프가 2013년 9월 르몽드를 완전히 떠나면서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언론 자유 위협’ 프랑스에서 시작된 언론개혁지난해 10월 중순, 국경없는기자회가 ‘시스템 B’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자사 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공유했다. 이 영상은 프랑스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가 어떻게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망가뜨리는지를, 그에 관해 취재한 탐사저널리스트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기자들의 증언과 더불어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볼로레는 2015년 뉴스 전문 채널인 이텔레(I-Télé)를 인수해 100여 명의 언론인을 해고하고, 채널명을 쎄뉴스(CNews)로 변경했다. 이후 ‘정보처리자’들을 데리고
지난 3일, 구글이 프랑스 최대 언론 협회인 APIG(종합신문사연합)와 저작인접권 보상을 위한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프랑스가 뉴스 저작인접권법을 신설한 이후 난항을 거듭했던 거대 플랫폼과의 두 번째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유럽 저작권 지침을 도입한 이 법률은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할 때 언론사에게 그 보상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APIG는 300여개의 전국일간지‧지역일간지‧지역주간지를 아우르고 있으며 거대 플랫폼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번 계약 체결에 대해 구글은 “역사적
12월15일, 프랑스 언론인 250명이 ‘언론 소유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언문’을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 11월18일, 프랑스 상원에서 “미디어 집중의 원인과 과정을 조명하고 이러한 집중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한 국회 조사위원회작업에 힘을 실어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조사위는 언론 개혁을 위해 나선 경제학자, 변호사, NGO 그리고 언론인 협회의 제안을 상원이 받아들이면서 출범했다. 신문‧방송‧라디오에 종사하는 250명의 언론인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언론이 소수의 거대 주주에 의해 독점되
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르몽드가 주최한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열렸다. 3일 동안 언론인과 독자, 화제의 인물 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6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르몽드뿐 아니라 다양한 프랑스 매체의 편집국장, 저널리스트, 유튜버, 시민단체,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토론과 공연, 전시회, 만남, 워크숍, 청소년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언론에 대한
얼마 전 ‘언론 보도기준을 바꾸자 베르테르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론이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밝힌 바와 같이 미디어는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기여 할 수 있다. 이를 ‘파파게노 효과’라 한다. 파파게노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지하철에서의 자살률 감소를 들 수 있다. 1978년 비엔나에서 지하철이 개통되었을 때 그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당시 언론은 이러한 죽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3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최하위를 기록하던 한국은 꼴찌를 벗어났지만, 프랑스는 한국보다 더 낮은 뉴스 신뢰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 최근 프랑스는 독점화된 미디어 산업으로 인해 언론의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는 2015년 캬날 플뤼스 그룹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프랑스 주요 라디오방송사 중 하나인 유러프앙(Europe1)을 소유한 라 갸르데르 그룹의 최
‘브륏(Brut)’이라는 매체가 있다. 2016년 11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기욤 라크롸(Guillaume Lacroix)와 프랑스 민영 방송 꺄날플뤼스(Canal+)의 PD였던 르노 르 반킴(Renaud Le Van Kim)을 비롯, 몇 명의 방송 PD와 기자 출신들에 의해 창간된 브륏은 SNS 기반의 동영상 전문 신생매체다. 전통미디어로부터 멀어진 세대를 위해 SNS에서 뉴스의 진입점이 되는 매체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의 야망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실현되었다. 기욤 라크롸에 따르면 런칭 당시 이 매체의 목표는 1년 안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과 더불어 프랑스 언론의 재정 위기는 심각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로 인해 수많은 언론사가 거대재벌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면서 언론의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가 이러한 거대재벌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5년 볼로레가 캬날 플뤼스 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그룹의 뉴스전문채널인 이텔레(I-Télé) 종사자들은 편집권의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볼
주요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미 없는 정보나 허위 정보가 양질의 정보보다 가시성을 갖게 되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클릭 전쟁에 내몰린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잘못된 정보를 발행하거나 파편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를 양산하기 바쁘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독특한 콘셉트로 살아남은 프랑스 신문이 있다. 주간지 ‘르앙(Le1)’이다. 2
지난 1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써 그는 프랑스 정치 및 사법 역사상 부패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우파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차기 대권을 노렸지만, 이제는 그의 정계 복귀의 꿈도 물 건너간 듯하다. 법원 판결 다음 날, 그의 행보 역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침에는 자신과 가까운 무기 전문 제조업체, 다쏘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저녁에는 자신의 친구인 마르탱 부이그(부이그 텔레콤의 CEO)의 채널인 TF1의 저녁
지난해 11월 말부터 프랑스에서는 ‘포괄적 보안법’ 제정을 규탄하는 언론인들과 인권운동가를 비롯, 수많은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살인이나 테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이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법 텍스트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제24조다. 이 조항은 심리적 혹은 신체적 훼손을 목적으로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이미지를 유포하는 경우 그 수단과 방식에 무관하게 1년의 징역과 4만50
최근 프랑스의 저널리즘윤리중재위원회(Conseil de Déontologie Journalistique et de Médiation)가 설립 1주년을 맞이했다. 이 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언론인, 언론사 및 시민 사회의 다수의 대표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언론에 대한 일종의 자율규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널리즘윤리위원회는 많은 민주 국가에 존재하며, 공적 토론의 질을 높이고 올바른 정보에 기초한 시민의 정치적 판단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2015년,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의 ‘미디어 구하기’가 출판됐을 때 한동안 언론의 대안적 경제 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었다. 광고에 기대는 비즈니스 모델은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고, 사기업이 소유한 언론은 사적 이익의 추구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정작 시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 전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하여 그는 독자의 신뢰와 언론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광고가 아닌 독자의 구독과 후원에 기댈 것과 미디어 거버넌스에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카제가 제안한
최근 르몽드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34만 명가량으로 올 초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유럽 언론사들의 구독자 수가 증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르몽드의 경우는 그 추세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르몽드의 편집국장 제롬 페노글리오에 따르면, 그건 바로 저널리즘의 퀄리티와 독자 관계의 심화다. 얼마 전부터 유럽에서는 보다 덜, 그러나 좋은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트래픽에 목메는 언론사들은 재정적으로 점점 힘든 상황에 처하는 반면, 가치 없는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가 무너진 시대에 과연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익 저널리즘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 과거에 언론이 누렸던 대중의 관심과 광고수익을 앗아가면서 서구 언론은 재정적 허약함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퀄리티 저널리즘의 실종 현상으로 이어졌다. 저널리스트 수의 감소도 심각하다 보니 많은 지역 매체에서 피고용형태가 아닌 계약직,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울러 정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프랑스 언론의 신뢰도는 한국과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이러한 위기는 근본적으로 언론의 소유구조에서 기인한다. 프랑스 주요 언론의 대주주는 대체로 미디어와 관련 없는 거대 재벌들이다. 이것이 결국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란조끼’ 시위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요 매체들이 시위대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