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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정권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부패한 정권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미디어바로미터]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

4.11 총선 후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자 건설업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곧이어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서울시의 동의 없이 급작스럽게 요금을 500원이나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또다시 한동안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정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추진 움직임이 재개됐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로 자본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 중의 하나인 네트워크 기간 산업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지금’ ‘본격적으로’ 민영화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했으며, 오건호 당시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를 근거로 KTX 같은 네트워크 기간 산업의 민영화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 주장은 이제 현실이 됐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음에도 우리의 인식 속에 ‘이명박 대통령=공기업 민영화’ 라는 생각이 강하지 않은 이유는 현 정부가 촛불 시위 등을 겪으며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핵심적인 정당성 조건은 해당 공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공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경영 효율성이 뛰어난 민간 기업에 운영권을 넘겨줄 수는 있다.

그런데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성 증대’라는 이유로 아직 개통도 안 했으며 흑자가 예상되는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이는 어불성설이다. 특히 국민 세금 14조5000억 원을 들여 건설한 수서발 KTX를 총사업비의 3%도 안 되는 투자금을 부담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는 특혜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의 효율성 논리대로라면 다른 KTX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도 민영화 대상이 돼야 한다.

‘효율성’이라는 용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는 얼마든지 이해관계를 강하게 내포하는 개념으로 쓰일 수 있다. 정권 초기에 효율성이라는 목적으로 당기 순이익이 2701억 원(2007년)에 달하는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하려다 결국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효율성 논리로 수서발 KTX가 민영화되면 세금으로 건설된 기반 시설이 얼마든지 재벌기업과 외국자본에게 안정적인 수익창출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

맥쿼리 등 메트로9호선 민간 사업자는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매년 대출에 따른 막대한 이자수익(461억 원)을 얻고 있는데, 흑자가 예상되는 수서발 KTX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수서발 KTX가 민영화되면 요금이 코레일보다 15% 싸진다는 동아일보의 20일자 기사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메트로9호선 요금인상, 수서발 KTX 민영화 문제를 관통하는 공통된 설명 변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호주 최대의 투자은행인 맥쿼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의 경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친인척과 연결된 정치 특권이며, 맥쿼리는 신자유주의 자본 특권이다.

정치 특권과 자본 특권이 기반 시설을 매개로 만날 때 독점 이익은 극대화된다.

왜냐하면 정부가 공급하는 기반시설은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입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총사업비 규모가 커 공급이 제약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로 인해 막대한 경제 지대(economic ren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정치 특권이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자본 특권과 결합하면 이는 정치 특권과 자본 특권 모두에게 최상의 수익모델이 되는 것이다.

메트로9호선처럼 처음부터 작은 비중의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기반 시설을 짓고 운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나, 수서발 KTX 민영화처럼 국민 세금으로 건설하고 나서 나중에 민영화하는 것이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모두 재벌 기업과 외국 자본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는 “부패한 정권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고 말했다.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 전체를 수익성 추구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 권력 앞에 그대로 노출시키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안의 중요 내용들을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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