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은 놀라웠다. 금메달 6개로 금메달 기준 종합순위 5위에 올랐고, 쇼트트랙 종목에 더하여 여자피겨 종목에서 김연아 선수의 정상등극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3인방의 쾌거는 우리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여자피겨, 스키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라이벌 일본선수를 누르고 금메달 순위에서 일본에 앞선 결과는 우리에게 엘리트스포츠에 관한 한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올림픽 등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성적이 낫다고 하여 과연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스포츠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먼저 스포츠강국의 판단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타당한 것인지 논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격려 측면에서 본 진정한 스포츠강국의 순위는 올림픽 금메달 순위와 같진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일본보다 앞선 스포츠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결승전에서 맞붙는 일본대와 관서대의 응원단과 치어리더들이 경기장 관중석 양쪽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고 가족단위의 관중들이 관중석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다. 순수 아마추어 대회에 2만5천여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사실도 놀라웠지만 이 경기가 입장료를 지불하여야 하는 유료경기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몇 프로스포츠 종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아마스포츠경기는 관중 숫자를 정확하게 셀 수 있는 정도로 관전하는 관중은 극히 적다. 무료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의 대부분은 선수의 친인척 등이고 일반 관중은 거의 없다고 볼 정도인 경우가 다반사다.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국내대회에 많은 관중이 몰린다고 하지만 이는 김연아 선수를 보러 가는 것이지 경기 자체를 즐기러, 관람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국내 아마스포츠 경기에 대한 우리의 ‘관맹률(觀盲率)’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관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기가 재미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퀄리티 높은 경기만을 찾는 우리의 높은 안목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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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선수활동을 접는다면 아마 우리에게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피겨 선수가 메달을 다툴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다. 제2의 김연아가 태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일본을 비롯한 스포츠강국 선수들의 화려한 연기에 감탄만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