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의 합병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들이 티브로드와 협력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협력사협의회가 임금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상생을 협약하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5일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협력사의 무성의한 임금 교섭 규탄 및 티브로드 원청의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티브로드가 협력사의 무성의한 임금교섭에 책임지고, 중부케이블 대표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티브로드 협력사와 케비티지부는 최근 재개한 임금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협력사협의회가 케비티지부의 임금인상 요구에 정액 5만원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케비티지부가 제시한 금액보다 턱없이 낮다. 케비티지부는 현재 기본급이 대략 170여만원으로 최저임금선인 데다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다며 20만50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권석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 지부장이 5일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케비티지부
▲권석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 지부장이 5일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케비티지부

케비티지부는 “합병을 앞두고 교섭을 회피해 임금인상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중”이라며 “사측은 심지어 교섭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300만원이라 궤변한다. 그러나 이는 본래 임무수행에 더해 영업까지 최대로 뛰었을 때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라고 했다.

케비티지부는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청이 교섭의 실질 결정권자인 데다, 2017년 노동조합과 협약을 맺어 협력사에 하정노동자 노동조건을 책임지도록 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케비티지부는 원청이 협력사에서 벌어지는 부당노동행위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협력사 가운데 중부케이블은 △연장근로수당 임의 삭감 △위험한 야간출동을 거부하는 파업에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약속해 무력화한 뒤 일부만 지급 △이 위험해 거부 파업에 연장근로수당을 약속해 철회했으나 일부만 지급 △강제 인사이동에 항의한 직원 부당해고 등 사건이 불거져, 케비티지부가 지난달 27일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정규직 노조인 티브로드지부 이건용 지부장도 이 자리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이건용 지부장은 “티브로드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적은 직원을 두고도 774억원이라는 업계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복지와 임금은 모두 동종업계에 비해 낮고, 성과급은 받아본 적도 없다”고 했다. 원청 노동자들은 성과급 지급 임금 3% 정액인상, 기본급 30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5일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케비티지부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5일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케비티지부

케비티지부는 “티브로드는 협력사에의 노동관계법 위반에 직접 나설 이유가 있음에도 협력사의 문제로 치부하고 몇달째 손놓고 있다”며 “원청은 합병 국면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협력사 부당노동행위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케비티지부 노동자들은 이날 경기 수원 영통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서울 을지로 SKT타워 SK브로드밴드 본사 앞에서도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에 “원청이 협력사 임금협상과 노사관계에 개입하면 또다른 법적 문제가 생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