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1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서울신문 측에 예고 없이 지분 처리 방침을 통보한 뒤 사내엔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공개매각이란 방식이 기재부가 밝힌 처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공유하면서, 지난해 3대주주로 올라서 적대적 인수합병론이 일었던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호반건설은 지분 추가 매입 의사를 놓고 즉답을 피했다. 2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공개매각 저지를 골자로 한 대응 방침을 사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기재부 국고국 관계자들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측과 만나 기재부가 소유한 지분을 공개 매각할 방침을 밝히면서 2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인수 계획 여부를 한 달 안에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기재부는 매각 이유로 언론 독립성 제고와 국가채무비율 완화를 들었다. 서울신문 지분은 기재부 30.49%, 우리사주조합 29.01%, 호반건설 19.40%, 한국방송공사 8.08%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신문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의 매각 의중과 따라올 후폭풍을 둘러싸고 우려가 무성하다. 서울신문의 한 차장급 직원은 “지난해 호반건설이 급작스럽게 포스코 지분을 매입해 3대주주를 차지할 땐 내부에 여러 제안이 나왔다. 현재는 사내 게시판이 오히려 조용하다. 이번이 ‘실전’일 수 있다는 중압감 때문 아니겠느냐”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공개매각이 언론독립성?

기재부가 밝힌 매각 시점과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측은 “정부가 언론사를 소유할 명분도 필요도 없다. 코로나19 추경예산 등으로 높아진 국가채무비율을 완화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는데, 언론사 지분을 공매에 부치는 결정이 독립성 강화란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다. 또 수십조원에 이르는 지출을 만회하기 위해 시장가 300억원가량의 서울신문 지분을 급하게 파는 것이 ‘앞뒤가 맞느냐’는 회의가 짙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는 6~7일 온라인 게시판과 사내 대자보를 통해 “정부가 공개 매각을 하게 된다면 여기에 참여하는 주체는 뻔하다. 언론을 통해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세력뿐”이라며 “언론 독립은 권력은 물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사 지분은 미디어 정책의 일환으로 취급돼야 한다”며 “공개매각은 반드시 특혜 시비로 이어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매각하겠다고 통보한 점이 1차적으로 문제”라며 “언론사 지분을 갑작스럽게 자본에 공매하는 것이 언론 생태계에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더욱이 언론 독립성과 공정성이 매각 명분이라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완화란 명분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문 논설실장은 “3차 추경예산만 3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서울신문을 팔아 얻는 액수는 300억원 정도다. 국가채무를 줄이려면 지출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인데, 예컨대 해마다 언론사에 지출하는 지원금 등을 줄이기에 앞서 정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호반건설 인수 우려 고개

현 서울신문 3대주주인 호반건설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나리오’ 부활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대두하고 있다. 지난 2월 호반건설이 사주조합 동의 없이 지분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양해각서를 맺었으니 ‘설마 설마’ 하면서도 우려는 크다.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한편 공개매각이 현실화하면 호반건설이 인수에 나설 환경이 조성되는 모양새라서다. 호반건설이 기재부 지분을 전량 사들이면 전체의 49.89%를 갖게 된다. 2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전 서울신문 소속 언론계 한 중진은 통화에서 “호반건설이 정부 지분을 매입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 중진은 “하지만 사주조합과 노조 등 구성원이 지난해 호반건설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격렬하게 반대한 점과 그 결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호반 측이 막무가내로 매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의 한 차장급 직원도 “호반 대주주 만들기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구성원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신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소속의 한 저연차 기자는 통화에서 “사내 대다수 구성원이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의향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포스코가 예고 없이 호반건설에 지분을 팔아 사달이 났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라고 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호반건설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공개매각에 나설 경우 지분을 매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정이다. 말할 입장이 못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지분을 팔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사주조합 동의 없이 추가 지분을 사들이지 않기로 한 양해각서가 유효한지를 두고는 “공개매각 시 다른 기업이 매입을 시도하거나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서울신문 측과 협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서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기재부나 청와대 쪽과도 소통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사주조합 “독립추진위에 맡겨야”

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은 통화에서 “정부는 언론 민주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보장하려면 서울신문을 공매 대상에서 빼고 서울신문 독립추진위원회에 논의를 맡겨야 한다”며 “이를 골자로 한 안건을 사주조합 투표에 부쳐 청와대와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주조합은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대응 방침을 안건으로 8~14일 투표를 실시한다.

기재부 국고국 관계자는 “호반건설에 매각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단지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국가채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하는 뜻”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세입을 늘리는 방안 추진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했다. 사주조합이 매입 의향을 밝히면 공개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주조합이 바로 인수하겠다면 서로 좋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할 문제”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