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기회로 돈벌이에 힘쓰는 곳이 있다. 철 지난 마스크 매점매석 얘기가 아니다. 바로 언론 얘기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 수를 노리는 언론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 표현 중 하나가 “뚫렸다”라는 표현이 아닐까?

“국회 뚫렸다”, “경찰청 뚫렸다”, “입법, 사법, 행정 다 뚫렸다” 등 보도 말이다. 2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마스크 매점매석과 함께 많은 매체에 등장했다가 같이 사라졌나보다 했다. 그러나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뚫렸다”라는 철 지난 표현은 다시 등장했다.

▲ 최근 코로나 보도에서
▲ 최근 코로나 보도에서 "뚫렸다"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 보도를 경마식 중계처럼 보도하는 이유는 물론 클릭 장사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야 클릭이 높아진다. 그러나 ‘재난보도준칙’이라는 게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세월호 보도참사 이후, 각종 언론 협회들이 모여 스스로 만든 보도준칙이다. 재난보도준칙을 보면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고 한다. 스스로 만든 보도준칙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8월10일부터 20일 동안 코로나19 유행을 “뚫렸다”는 표현으로 보도한 기사 개수는 무려 300개가 넘는다. “시총 1, 2위 기업 뚫렸다”, “빅3 테마파크도 뚫렸다”처럼 뚫렸다는 표현을 하고자 나름대로 시장조사(?)까지 하기도 한다. “EBS 뚫렸다” “SBS 뚫렸다”라는 표현은 동료애조차 없나 싶어 서운하기까지 하다.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말대로 “자기 회사나 가족이 감염돼도 ‘ㅇㅇ일보 뚫렸다.’ ‘우리집 뚫렸다.’라고 쓸까? 무슨 스포츠 게임 관람하나? 인간으로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감성이나 윤리조차 부족”한 표현이다. 최소한 “뚫렸다… 충격”이런식으로 제목은 달지말자. ‘헉’, ‘알고보니’, ‘충격’, ‘아찔’ 이런 단어는 정론지 기사 제목에는 써서는 안 되는 단어다.

▲ 8월10일~29일, 20일간 코로나 관련 기사에 '뚫렸다'는 단어를 쓴 기사들. 자료=이상민 연구위원
▲ 8월10일~29일, 20일간 코로나 관련 기사에 '뚫렸다'는 단어를 쓴 기사들. 자료=이상민 연구위원

‘뚫렸다’는 표현은 윤리·상업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무증상 감염 발생 등을 보면 방역이 뚫렸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실태 조차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코로나19 보도에 ‘뚫렸다’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쓴 언론사는 어디일까? 13회를 사용한 중앙일보가 영광의(?) 1위에 올랐다. 머니투데이,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머니S도 지난 20일간 10개 이상 뚫렸다는 기사를 썼다. 하루걸러 하나씩 썼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뉴스핌 같은 통신사도 4건 이상 기사를 송출했으며, SBS, JTBC, 채널A, TV조선 같은 방송사도 3건 이상 기사를 방영했다.  MBC 본사는 한 건도 없지만 지역 방송에서는(부산MBC, 충북MBC, 대전MBC, 전주MBC, 충북MBC) 각각 한 차례씩 방송했다. 그래도 재난주관방송 KBS는 단 한건도 없으며, 미디어오늘에는 검색된 뉴스는 존재하나 언론에서 이러한 표현은 쓰지 말라는 내용이다.

경마식 보도말고도 필요한 코로나19 관련 소식은 넘쳐난다. 최근 코로나19 보도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는 기사논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 여부다. 일부 언론은 보건의료단체의 주장을 빌려 3단계 거리두기를 요구한다. 또한, 일부 언론은 고강도 봉쇄를 한 외국 사례를 들어 강한 방역은 경제에 치명타를 미친다는 소식을 전한다. 다양한 언론의 존재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3단계 거리두기 여부는 전문가들의 말을 참조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결정할 영역이다. 정치적 결정에는 타협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언론이 풍부한 논리와 관점을 충분히 전달하기를 빈다. 강한 방역을 원하는 ‘주전론’이나, 코로나19와 적당한 타협은 필수적이라는 ‘주화론’ 양쪽 모두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독자도 너무 한쪽 주장만 절대적 진리라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 동아일보 8월29일자 1면과 12면에 걸친 코로나 기획기사. 온라인에는 “갑자기 죄인이 됐다… 코로나는 이겼지만 주홍글씨에 울다”는 제목으로 출고했다.
▲ 동아일보 8월29일자 1면과 12면에 걸친 코로나 기획기사. 온라인에는 “갑자기 죄인이 됐다… 코로나는 이겼지만 주홍글씨에 울다”는 제목으로 출고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관련 기사 중, 개인적으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사는 동아일보의 “어느 날 죄인이 됐다”라는 기사다. 바이러스는 극복했지만 낙인이라는 심한 후유증을 다룬 기사다. 그런데 저런 사회적 낙인 효과는 ‘뚫렸다’라는 경마식 보도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병주고 약주고 같기도 하다. 그래도 병만주고 약은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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