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백신이 보급되면 닫았던 상점들이 문을 열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통스럽게 일깨운 것은 우리 모두가 강하게 연결돼 있으며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안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희생을 감수한 이웃의 상처를 돌아봐야 합니다.

복지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발달 장애인의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속출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발했던 건 돌봄 노동은 온라인이나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취약 계층 어린이 10명 가운데 4명이 나홀로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급식이 끊겨 이들 가운데 3.5%는 하루 한 끼에 그치거나 하루 종일 굶어야 했다고 합니다.

▲ 동부구치소 6차 전수조사가 예정된 1월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관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 동부구치소 6차 전수조사가 예정된 1월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관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구치소의 수감자들은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요양 병원의 의료진은 외부의 지원 없이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실이 나지 않아 자가 격리 중에 숨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K-방역에 대한 자부심이 무색하게 공공 병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끔찍한 상황에 내몰렸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냈습니다. 20대 여성의 자살이 크게 늘어 ‘조용한 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절망의 강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는 겨우겨우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취업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상위 20%는 재산 소득이 24.1%나 늘어났는데 하위 20%는 적자 가구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는 지옥을 경험했지만 그 지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난 뒤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든 지옥이 아니라 우리의 평온한 일상에 도사린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난방이 끊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었고 파업 중인 LG 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에게 전달되던 도시락은 바닥에 내팽겨졌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254명이 산업 재해로 사망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 고(故) 김동준 씨의 어머니 강석경 씨가 1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고(故) 김동준 씨의 어머니 강석경 씨가 1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는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긴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보호하는 게 국가와 시스템이라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웃에게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고 외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얻은 깨달음입니다.

모두가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염원하는 이때, 위기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갈등을 부추기고 불신을 조장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팬데믹만큼 치명적인 인포데믹(infodemic)의 시대, 편견과 혐오, 냉소에 맞서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언론의 사명입니다. 우리는 의제를 왜곡하고 본질을 외면하게 만드는 가짜 뉴스와 나쁜 뉴스에 맞서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이전과 다를 것이고 달라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퇴행을 막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언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강화돼야 합니다. 신뢰의 위기에 맞서 공론장의 회복과 평판 시장의 작동, 그 이외의 해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앞장 서겠습니다. 2021년을 언론 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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