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얼굴이 익숙한 미국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지난달 23일 나왔다. 불과 20일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래리 킹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언론은 사망 원인을 코로나19로 못박아 보도했다.

특이한 것은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을 확신하지 못한 듯 큰따옴표 안에 “래리킹 코로나 19로 사망”이라고 제목을 작성해 보도한 것이다. 정작 본문 안 래리 킹이 설립한 오라 미디어의 트위터와 CNN, AP 뉴스 등을 인용한 글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는 내용은 없다. 외신 보도에도 래리킹이 87세 나이로 사망했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엿새 후인 29일 래리 킹 유족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로 남편 몸은 손상을 입었고, 이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감염병이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치료 받은 건 사실이지만 패혈증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래리 킹 사망 당시 인용 형식의 큰 따옴표로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던 국내 언론은 래리 킹 유족의 말을 전한 뉴스에선 “당시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3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SNS상에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제목으로 ‘빌 게이츠 편지’가 확산됐다. 코로나19를 ‘위대한 교정자’로 정의하고 인류가 성찰해야 한다는 내용은 평소 바이러스 퇴치 등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빌 게이츠의 메시지로 받아들였고, 영국 ‘더 선’이 보도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국내 언론도 빌 게이츠 말이라고 보도하고 각종 칼럼에서 빌 게이츠 편지를 인용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자신이 쓴 편지가 아니라며 정정 보도를 요청하면서 이는 오보로 드러났다. 더 선은 패러디 기사를 잘못 출고했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 래리 킹 트위터.
▲ 래리 킹 트위터.

허위정보를 보도했을 때 독자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오보라고 인정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래리 킹 사망 보도와 같이 큰따옴표를 방어막으로 내세워 단순 전달한 것이라고 책임을 피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빌 게이츠 편지 보도의 경우 한 국내 언론이 원문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던 독자의 지적을 받고 후속 확인 작업에 나서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며 사과하긴 했지만 대부분 언론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언론이 ‘가짜뉴스’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확산시킨 허위정보에 대해선 은근슬쩍 책임을 피하는 일이 잦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코로나19 정보에 대한 기성 미디어의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구글이 코로나19 허위정보를 잡는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 뉴스룸을 대상으로 ‘백신 허위정보 대응 공개 기금’(COVID-19 Vaccine Counter-Misinformation Open Fund)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의미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코로나19 종식은 백신 보급률과 백신 위험성 검증에 따라 가능할 것이다. 다국적 IT 회사가 코로나19 허위정보를 막기 위한 지원에 나선 것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 저널리즘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백신에 위험이 있다면 정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포’를 조장해 막연한 백신 반대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례로 조기 백신 확보 중요성을 설파했던 언론이 인구수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 행태는 정부를 비판하려는 마타도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코로나19가 인류에 던진 난제를 풀기 위해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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