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수습 기자를 성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로 기소된 파이낸셜뉴스 간부 조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정성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해자가 범행 일시를 특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하고 있다. 사건 당시 파이낸셜뉴스에 있었던 전·현직 기자가 피해자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 조씨에 대해서는 “심리생리(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거짓 반응을 보인 적도 있고 주장이 사리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 믿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 사건은 회사 조직 내 벌어진 범죄일 뿐 아니라 언론계에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므로 재발해선 절대 안 되는 문제임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검찰은 징역 1년 구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이수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주기를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앞서 조씨가 당시 피해자 변아무개씨 참석을 요구하며 회식을 자주 소집했고, 사건 발생 뒤 변씨가 힘들어했으며, 이후 남성 동기들이 순번을 짜 조씨 옆에 앉았다는 등 내용을 담은 동료 기자들의 사실확인서와 카카오톡 대화캡쳐 등 증거를 제출했다.

변씨는 2018년 2월 조씨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해 페이스북에 공론화했다. 변씨는 ‘신입기자 교육을 맡던 부장이 회식에서 자신의 옆에 앉아 상습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18년 10월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변씨는 방어 차원에서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법적 요건에 성립하지 않는 범행은 제외하고 1가지 공소사실로 기소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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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2016년 4월 변씨가 퇴사한 뒤 사측에 사건을 알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수습교육 직무 배제 조치에 그쳤다. 파이낸셜뉴스는 ‘미투’ 이후 2018년 3월 조씨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했고, 조씨가 재심 신청됐으나 확정됐다. 조씨는 2019년 기소된 뒤 부국장급 간부 직위로 대기발령 중이다.

피고인 조씨는 ‘(변씨가 자신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씨 변호인은 최종 변론에서 파이낸셜뉴스 전·현직 기자들 진술에 “참고인들은 조씨에 대해 어떤 이유인지 적대적 감정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30년동안 크게 성공은 못했지만 기자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해왔다”며 “도덕적으로 무결한 건 아니지만 인생을 함부로 살아오진 않았다”고 했다.

변씨는 이날 변호사 대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변씨는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이 사건 덕에 언론계가 과거보다 조금이나마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해결된 바가 없다”며 “언론계를 영원히 떠나게 됐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은 아직까지도 저를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판을 이어가는 건 잠시라도 몸담았던 언론계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씨는 “나이 어린, 연차 낮은 여성이 조직의 ‘꽃’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슴없이 이뤄지는 말과 행동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힌 뒤 “본 사건의 피해자는 저만이 아니다. 단발적으로 이뤄진 일도 아니다. 또 언론계 내에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고 했다. 변씨는 “본 재판이 향후 언론계와 그 종사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피고인을 비롯해 언론계 내에 숨어있는 또다른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끝맺었다.

조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4월28일 오후 1시55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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