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장애인 비하발언 방지대책 방안을 따르면서 동시에 장애인 차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별 발언이 이어져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9일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장애 인식 개선에 더욱 힘쓰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12월 인권위로부터 장애인 비하발언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장애인 인권교육 실시 권고를 받은 바 있다”며 “지난 4일 전문강사를 초청해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영상은 당 홈페이지와 당 유튜브 채널에 게시해 국민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의원이 아니어서 벌어진 일이었을까 싶은 사건이 있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자신의 아내를 ‘여상황제’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안 대표 발언에 화가 날 순 있다. 또한 발언을 듣고 화가난 상황에서 김 위원장 역시 격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도 정신장애인 차별발언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이는 안 대표 발언 직후에 격앙된 상태에서 나온 발언도 아니다. 당내 인사들의 연이은 장애인 차별 발언으로 인권위 권고까지 받았지만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국회 회의실에서 당 소속 중진의원들과 회의를 갖고 4·7 보궐선거 준비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국회 회의실에서 당 소속 중진의원들과 회의를 갖고 4·7 보궐선거 준비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미 연이은 장애인 차별 발언으로 인권위에 권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지난 2월1일 초선의원 31명이 ‘집단적 조현병’ 발언으로 다시 장애인단체들에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 이종성 의원은 사과하며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가이드라인 제작을 약속했다. 약속에도 차별발언은 이어졌다.

약속 한달이 채 안 된 지난 1일 조태용·윤희숙 두 의원이 정부를 향해 ‘정신분열적’이라고 다시 장애인 비난 발언을 이어갔다. 장애인단체들은 또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했다고 전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인권위 권고를 이행했다는 보도자료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어구나 속담 등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심화시키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최근 잇따른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장애인 비하발언 재발방지를 위해 ‘장애인개선 가이드북’을 제작해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직자 등을 대상으로 배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가족은 물론이고 국민 여러분께 상처를 드리는 일이 없도록 언행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당은 사과하고, 김 위원장을 포함해 구성원들은 차별발언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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