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여성 군복무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모병제 전환 및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 경력 반영을 의무화(전용기 의원)하겠다거나,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지자체 채용 시 군 경력 인정을 추진(김남국)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에선 하태경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왔다.

한겨레(여성 군복무 다시 부각… “공론화 필요” vs “남성 표심잡기용”)는 “여성 징병제를 비롯한 여성 군복무 문제가 공론장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위헌판결을 내리면서부터”라며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교수 시절인 2008년 쓴 논문(징병제의 여성참여:이스라엘과 스웨덴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에서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군필자 보상 문제가 성별 논쟁으로 진전되면서 여성 징병제는 남성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출구가 되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부 여성주의 학자나 활동가들 중에서도 여성 군복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한겨레는 “여성 징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여성 징병제를 실시 중인 북유럽 국가 사례를 한국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사회적으로 성평등 정도가 실현된 수준과 군내 인권 및 처우 문제에 있어서 이들 나라와 한국의 격차가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경우 2000년부터 2010년대까지 국방부 장관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군내 여성의 힘이 강력하며, 남녀의무복무제 시행 뒤 노르웨이 군에 복무한 여성의 90%가 만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4월20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4월20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병역제도를 두고 “내가 다녀왔으니 너도 가라”는 식의 소모적 다툼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향신문(군가산점·모병제…여, 맥 못 짚는 ‘이남자’ 구애)은 “병역자원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과 여성복무제 도입 등은 생산적 논의가 가능한 시점” 임에도 “보편적인 사회복무제 도입을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박용진 의원처럼) ‘군사훈련’이 유일한 것처럼 제안한 것은 사려 깊은 방식이 아니다”라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의견을 전했다. “청년 문제의 또 다른 축인 ‘20대 여성’은 정치적인 고려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이어진 사설(군가산점 부활·남녀군사훈련이 ‘이남자’ 대책이라니)에서 “여권의 오만과 국정 독선 등을 심판한 선거 민심은 외면한 채 엉뚱하게 젠더 문제로 원인을 돌리는 행태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20대 남성이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여권이 보인 불공정하고 오만한 행태 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고자 한다면 먼저 그에 대해 성찰하고 청년·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리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 갈라쳐 접근하는 방식과 다름없다. 선거 참패 후 쇄신과 반성을 외친 것이 과연 진심이었는지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4월20일자 경향신문 4면
▲4월20일자 경향신문 4면

국민일보 사설(여성징병제, 정략적 접근이나 성 대결로 흘러선 안 된다)은 “안보와 직결된 병력 보충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고 ‘여자는 왜 군대 안 가느냐’는 식의 성 대결적 접근법으로는 바람직한 해결책을 도출하기가 어렵다”며 “4·7 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20대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략이라면 더더욱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성별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민감한 사회 이슈라고 해서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이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청와대에 ‘집단면역 계획 재정비’ 요구

경찰·해양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당초 6월에서 이번달 26일로 앞당겨졌다.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로 인해 30세 미만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자 1차 접종자를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망 위험 높은 연령층에 우선 접종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백신 확보량 감안해 순서 바꿔 사회필수인력 먼저 ‘AZ 접종’)은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목표는 ‘사망 최소화’”라며 “현재 75세 이상 고령층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65~74세 대상 AZ 백신 접종은 5월 시작된다. 접종 시기를 조정하려면 65~74세 연령층 접종을 앞당기는 게 우선순위일 테지만 방역당국은 30세 이상 사회필수인력에게 우선 접종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고령층이 494만명 정도라 1만여개 위탁의료기관이 동시에 문을 열 때 접종을 단기간에 시행할 계획이라며, 5~6월 AZ 백신 700만회분으로는 고령층 접종을 더 집중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혈전증 등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서울신문 인터뷰(“AZ 안 맞으면 ‘AZ혈전’ 보다 사망률 10배 높아”)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할 확률은 관련 혈전증 사망률과 비교해 10배 높다”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코로나 백신은 매우 드문 중증 부작용이 있고 백신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으로 접종을 두려워하기보다 부작용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의 기모란 방역기획관 인사 논란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일보(기모란 앉혀 방역 강화한 靑… “백신 사령탑 만들었어야” 지적)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방역 컨트롤타워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에 국무총리가 이끄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있는데, 방역기획관을 통해 청와대까지 끼어들 수 있다”는 비판을 전했다. “정부는 원래 해오던 업무 중 일부를 분리해서 명확히 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에 코로나19 관련 자리를 만들려 했다면 방역보다는 백신이어야 했다고 지적한다”는 것이다.

▲4월20일자 중앙일보 1면
▲4월20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이날 “백신 접종률이 경제 성장률을 바꾼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1차 접종률은 2.93%로 37개 OECD 회원국 중 35위다. 느린 접종 속도만큼 경제 회복, 일상 복귀 시점이 경쟁국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일본 등 백신 접종이 느린 국가를 ‘느림보(laggard)’라고 지칭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로 사치스러운 시간적 여유를 부렸고, 지금은 해외 개발·제조의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 지연이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 의미를 퇴색시키고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집단면역 계획을 사실상 새로 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사설(수급 차질에 인사 논란까지, 집단면역 계획 새로 짜라)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K주사기’라고 자랑했던 최소잔여형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대량 회수됐고, 이 사실이 한 달 이상 지나서야 드러나는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난 16일 신설된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지난해 11월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 구매가)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말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임명돼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더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들이 적지 않다”며 “백신 수급 사정과 집단면역 형성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백신 확보 총력전도 기대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화이자 백신 5000만명분을 더 확보했다. 또 기모란 방역기획관 기용이 방역 성공의 한 수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도 신문에 등장한 윤석열

오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김없이 신문에 등장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거리두기’를 권하는 듯한 논조의 기사들이 눈에 띈다. 한국일보(기성정치와 거리 둘수록 뜨거워지는 ‘윤석열 현상’)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윤석열’에 지지가 몰리는 현상은 기성정치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이 만든 것이다. 4·7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는 건 ‘민주당을 계속 심판하고 싶은 민심’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아니라는 민심’이 윤 전 총장을 당장의 대안으로 보고 가산점을 준 결과”라며 “‘정치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현재 윤 전 총장의 매력 포인트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윤석열 현상’은 윤 전 총장이 제도권 정치와 손잡는 순간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4월20일자 한국일보 6면
▲4월20일자 한국일보 6면

경향신문은 “윤석열, 지금 국민의힘 들어가 흙탕물서 놀면 백조가 오리 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를 게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지금 정돈되지도 않은 곳에 불쑥 들어가려 하겠나.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프랑스의 마크롱은 선거 한 번 치러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거리두기’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전날 중앙일보(“반기문 3주도 못버텼다”…야당이 윤석열 입당 믿는 구석)가 “대한민국 대선의 역사에서 돈 걱정 안 하던 대선 주자는 정주영 회장 부자밖에 없다”는 국민의힘 관계자 입을 빌려 윤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거란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대비되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치르려면 100억, 200억원이 든다더라’는 경향신문 인터뷰 질문에 “우리나라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국가가 대주는 데 염려할 게 뭐 있냐”고 받아쳤다.

한편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은 이날 기명 칼럼(‘인싸’ 윤석열, ‘아싸’ 이재명)에서 “윤 전 총장은 정치를 할 거면 이제 외곽 돌기는 그만하고 링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돕는다는 이들이 많지만 정치는 본인이 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매일매일 사람과 정책으로 부대껴야 하는 정치 현장에서 어떤 실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검사 출신인 그가 요즘 정치의 필수 덕목인 ‘에스엔에스 정치’를 제대로 해낼지도 미지수”라며 “대선 1년 전쯤의 구도가 계속 가기도 하지만 구도가 급변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의 미래는 그가 살아온 과거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이전까지 삶의 이력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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