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대박종목” “매물은 더 나올까 들어갈까? 내집 마련전략은?” “임박한 디지털화폐 시대, 돈 벌 기회가 온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 흔히 볼 법한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니 KBS 기자가 나온다. 오랜 시간 경제분야 취재와 저술 활동을 해온 박종훈 기자가 진행하는 ‘박종훈의 경제한방’이다. 지난해 2월 유튜브 ‘KBS NEWS(뉴스)’ 채널의 콘텐츠로 시작한 경제한방은 검증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내지 대담 형식의 콘텐츠로 차근차근 구독자를 쌓아왔다. 지난해 7월 별도 채널로 독립한 지 넉 달 만에 구독자 수는 10만을 넘겼고, 4월 현재 15만 구독자로 향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투자 전문 콘텐츠를 제작한다니. 공익성·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KBS가 과연 ‘돈 되는’ 정보를 줄 수 있을까. 애초에 이런 정보를 다뤄도 되는 걸까.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까지 이미 과열된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오히려 이를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여러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고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사옥에서 박종훈 기자를 만났다.

▲박종훈 KBS 기자
▲박종훈 KBS 기자

-‘박종훈의 경제한방’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00% 자발적인 건 아니었고 ‘이런 걸 하면 어떻겠느냐’는 디지털뉴스주간과 보도본부장 제안이 있었다. 유튜브 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콘텐츠를 강화하자는 회사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뉴미디어 산업의 가장 큰 원칙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말하는 ‘빠른 시도, 빠른 실패’라고 생각하는데, 빠르게 새 포맷을 시도해보고 시장에서 먹히는지 확인하고 안 된다 싶으면 빠르게 접는 걸 경제한방의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았다.”

-콘텐츠가 꽤 자주 올라온다. 며칠 주기로 제작하나.
“보통 일주일에 네 편 정도 올린다. 흥미로운 사건이 생기면 추가적으로 한 편씩 더 하기도 한다. 제가 PD 겸 진행자를 맡고 있고, 작가님과 스크립트 담당하는 분이 있다. 보통 KBS의 TV 프로그램들에는 엄청난 숫자의 인원이 투입되는데...그에 비해서 몸이 가볍다는 장점도 있더라. 빠른 시도와 빠른 확인.”

-주로 인터뷰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전통적인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 중간 쯤의 느낌인데, 이런 포맷을 취한 이유는 뭔가.
“요즘 투자 콘텐츠들이 범람하는데 좋은 콘텐츠도 많지만 위험한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면 그만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분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다른 생각들이 골고루 드러나도록 하려고 했다. 그 안에서의 균형을 잡고 항상 ‘근거’를 함께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할 때 ‘직관’을 갖고 한다.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은 철저히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확인해왔고, 사후 편집을 할 때도 여러 차례 확인한다. 뛰어난 연사들도 말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찾아내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한번에 두명을 인터뷰한 콘텐츠도 올리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극명하게 다른 입장을 가진 분들도 나온다. 출연자들이 서로 토론과 반박, 논쟁까지 가는 편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해서 구독자가 뭘 좋아하는지 실험해나갈 생각이다.”

-처음엔 KBS와 투자 콘텐츠, 잘 연결되진 않더라.
“과도하게 흥분해서 (투자를) 권유하지 않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전국민 투자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투자의 ‘투’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투자가 국민의 삶에 아예 깊숙이 들어왔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에 들어와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고자 했다.”

▲유튜브 '박종훈의 경제한방' 콘텐츠 갈무리
▲유튜브 채널 '박종훈의 경제한방' 콘텐츠 갈무리

-유튜브로 투자 관련 콘텐츠를 보는 분들은 족집게처럼 돈 되는 정보를 보고 싶어할 것 같은데, KBS가 그럴 순 없지 않나.
“확실히 KBS 콘텐츠라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저희는 특정 종목을 추천하거나 과도하게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초대되는 분들도 KBS 콘텐츠라는 걸 알기 때문에 투자 자체에 특화된 유튜버들의 채널과 똑같이 할 수 없다. 그런 ‘전문적’ 채널과 다른 점은 저희를 믿으셔도 된다는 거다. KBS로서의 공영성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있고, 더 공정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다. 특정 종목을 추천받는 콘텐츠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본기를 다지고 시장의 큰 흐름을 먼저 내다보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본기’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종목 선정 등의 실전투자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거시경제의 큰 흐름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과거 우리나라가 박스권(주가가 일정한 가격대 안에서 오르내리는 현상)에 10년 정도 갇혔을 때는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지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이후 거대한 금융의 흐름이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이렇게 금융의 흐름으로 인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기본적인 시각 자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 이슈를 다룬 콘텐츠도 많은데, 대부분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전망한 내용이었다.
“부동산 상승론자를 일부러 모신 적도 있었다. 항상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방송하기 전에 미리 의향을 여쭤보고 섭외했는데 나중에 입장이 바뀌어서 저도 당황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번은 제가 오히려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6가지 반론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재반박을 듣는 콘텐츠를 제작한 적도 있다. 토론과 논쟁을 만들어서라도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거 보고 집을 안 샀다가 망했다’는 댓글들도 많긴 했다. 그래도 다른 채널에 비해서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차분한 편인 것 같다. 
“유튜브 분석 데이터를 보면 구독자들은 주로 35세에서 54세 분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 KBS의 핵심 시청자보다는 낮은 연령대다. 댓글에서 보내주신 의견들은 많이 참고가 된다. 효과음이나 음량이 크다거나, 어떨 때 자막이 있으면 좋겠다든지. 과거에 써왔던 기사와는 다른 점이 계속해서 제작을 해나갈 때 이런 댓글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거다. 또 인원이 적다보니 엄청나게 높은 노동강도로 일을 하는데 격려 댓글이 하나 올라올 때마다 정말 힘이 된다. 그 힘으로 다음편을 제작한다.”

-지금 구독자가 15만명 정도 된다. 원래 목표치가 얼마나 됐나.
“사실 올해 연말까지 ‘구독자 1만명’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채널을 새로 만들고 넉달 만에 10만명을 넘었다. 저도 상상을 못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정체되고 있다.”

-채널 독립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KBS 유튜브 채널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콘텐츠가 올라온다. 경제한방이 좋아서 들어오신 분과 KBS 전체를 보는 분의 선호도가 다르지 않나. 앞으로는 다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두 플랫폼에 다 올라올 수도 있고. 조만간 라이브 방송으로 형식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럴 때는 KBS 채널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유튜브 '박종훈의 경제한방' 채널 갈무리
▲유튜브 '박종훈의 경제한방' 채널 갈무리

-경제학 박사학위는 KBS 들어와서 땄더라.
“예비전문기자 제도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그 제도를 통해 선발됐고 언론재단을 통해 학비를 지원받았다. 얼마 전 예비전문기자 제도가 약 10년만에 다시 부활하긴 했는데 언론사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그런 제도가 오히려 전반적으로 약화된 게 안타깝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사회가 고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전문성으로는 기사를 쓰기 너무 어렵다. 게다가 ‘온 디맨드’(On-demand·공급보다 수요가 중심인 시스템) 서비스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언론사들이 전문성을 경쟁해야 하는 강도 역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계속 공부를 하나.
“매일 수많은 기사들을 읽는다. 유튜브도 열심히 본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유튜브나 기사에선 이면의 경제원리를 알려주진 않는다. 시중에 나온 책들 중에선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좋은 숨어있는 책들이 많다. 재밌거나 대중적이지 않은 책들도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자 직업이 기자이다보니 대중적이지 않은 책을 읽어서 대중의 언어로 해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대가의 말들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언론사 기자들로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면서 레거시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빠른 시도, 빠른 실패에 적응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들이 한참 기획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한번 만들면 고정적으로 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선 지상파 같은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저질러 보고 빠른 판단을 해서 이 방향으로 투자를 할지 정하거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편으로는 포털로 뉴미디어를 처음 접했던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그 경험이 해가 될 때가 있다. 포털이 미디어 산업을 지배하고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때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과,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 저도 과거 포털에서 ‘대담한 경제’를 연재했을 때와 지금 ‘경제한방’을 제작할 때 완전히 다른 문법과 성공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그런데 ‘내가 뉴미디어 먼저 경험해봤으니까’ 새로운 시장에도 그 원칙이 적용될 거라 생각하는 순간 더 큰 실수를 한다. 앞으로는 또 다른 물결이 올 거다. 첫 번째 파동이 포털, 두 번째 파동이 스트리밍, 세 번째 물결과 파동이 분명히 올 텐데 앞으로 그 물결을 대비할 때 과거의 경험을 잊어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2, 3단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장이라는 거다. 이 두 가지를 레거시 미디어가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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