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BC협회 지국유료부수 공사는 신문사가 신고한 유료부수에 따라 지국을 3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에서 3분의 1씩 무작위로 선정해 실시한다. 가령 A신문사가 지국유료부수를 60만부 신고하면 상위 20만부 그룹에서 10개 지국, 중위 20만부 그룹에서 10개 지국, 하위 20만부 그룹에서 10개 지국 등 30개를 선정해 그룹 간 편차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가 최근 불거진 유료부수 조작 논란을 반박하며 내놓은 입장의 한 대목이다. ABC협회가 부수 공사의 기본이 되는 표본지국부터 정밀하게 선정해 부수 지표가 객관적이라고 강조한 장면이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조선일보 표본지국 24곳에 대한 ABC협회 내부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신문협회 설명과 달리 상위·중위·하위 그룹 신문지국 비율이 8:8:8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BC협회는 조선일보 본사의 보고 부수를 기준으로 신문지국별로 순위를 매긴 뒤 1군, 2군, 3군을 나눴다. 하지만 지난해 조선일보 신문지국 1군 가운데 4곳만 표본지국으로 선정됐다. 반면 2군의 경우 13곳이나 표본지국이었고, 3군의 경우 7곳이었다. 8:8:8이 아니라 4:13:7 비율이었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BC협회 내부 관계자는 “다른 신문사들은 1·2·3군이 같은 비율이었지만 조선일보만 달랐다”면서 “표본지국 선정이 무작위가 아니고, 임의로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ABC협회.
▲한국ABC협회.

1군은 1번~136번 중 8곳이 뽑혀야 했는데, 뽑힌 곳은 104번·114번·119번·135번이었다. 이 내부 관계자는 “보통 부수가 제일 많은 지국부터 작은 지국까지 일렬로 세워놓고 3등분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표본지국을 보면 상위 1번부터 103번까지 한 곳도 안 뽑혔다”고 설명하며 의문을 제기한 뒤 “신문지국의 부수가 커질수록 본사 입장에선 조작이 힘들다. 큰 신문지국은 수천 부를 조작해야한다. 그래서 큰 지국을 빼고, 조작하기도 쉽고 본사 영향력도 있는 1200~2000부 사이의 2군을 중심으로 표본지국을 정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3군에 위치하는 신문지국들은 대부분 여러 신문을 취급하는데, 본사가 오면 비중도 높지 않은 조선일보 부수를 빼라고 할 수 있어 2군이 가장 조작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임의 표집이지 무작위 표집이라 할 수 없다. 조금씩 조작해오다 작년에 성실률(본사 보고부수와 ABC협회의 실사부수와의 격차)을 98.09%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달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특정 관리자가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표본지국을 선정하고 있으며 표본 선정과정에 대한 기록이 없어 실제로 무작위 표집을 실시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표본지국 선정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표본지국 선정과 공정성 검증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표본지국 선정 시 참관인 입회 등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 △표본지국 선정과정에 대한 기록(최초 선정, 변경과정) 보관 및 문서결재 등을 통한 책임소재 확보 등을 개선사항으로 권고했다. 

ABC협회측은 이 같은 조선일보 표본지국 결과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이 같은 조선일보 표본지국과 관련해 올해 초 문체부 측에서도 ABC협회에 ‘샘플이 몰려있다’고 지적했으나 ABC협회는 ‘규정대로 했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문체부에 진정서를 내며 내부 고발에 나선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임의 표집을 넘어 신문사와 ABC협회가 샘플을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아무개 조선일보 CS본부장은 이 같은 표본지국 결과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의에 “답변 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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